/작가시점/
"혜진아, 왜 벌써 와?"
혜은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미선은 주방에서 나오며 물었다. 혜은은 몸이 좀 안좋으니 학교에 전화해달라고 부탁하고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혜진의 아빠가 출근하기 전에 혜진의 방으로 들어왔다.
"혜진아, 몸은 좀 어떠니?"
"........"
혜은은 물음에 답하지 않고 혜진의 아빠가 나가길 기다렸다. 계속 묻자 대답을 거절하고 침대에 누워 혜진의 아빠인 종혁에게 등을 보였다.
(류종혁 = 혜진 아빠, 손미선 = 혜진, 혜은 엄마)
종혁은 잠시 침대에 걸터 앉아 있다가 곧 방 밖으로 나갔다. 혜은은 천천히 휴대폰을 켜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게시글과 기사를 읽어 내려가며 누가 글을 올렸을지에 대한 추측을 시작했다.
"유한이는 아니라고 했고 그럼 서현우?"
혜은은 현우가 그럴 이유가 없음을 알아채고 다시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
"죄송합니다."
한편, 혜은을 집에 데려다주고 학교로 돌아오느라 유한은 수업에 늦고 말았다. 선생님은 수업시간 앞으로 지키라고 말했고 유한은 고개를 까딱하고 인사한 뒤 앉았다.
띠디디디딩~
유한이 자리에 앉자마자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수행평가 점수 확인해!"
선생님께서는 칠판에 수행평가 점수가 적힌 결과지를 붙여놓고 교실 밖을 향했다. 아이들을 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칠판으로 뛰어나가 각자의 점수를 확인했다.
"헐. 1등 한민진이네? 이한빈 어떡하냐"
점수를 확인한 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 수행평과 결과에 대해 말했다. 항상 1등을 도맡아 하던 한빈이 이번 1등 자리를 빼앗겼고 혜진의 점수 또한 마찬가지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민진은 칠판에 나와 점수를 확인하고 싸인한 뒤 여유롭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 맞다, 현우야"
선생님께서는 갑자기 다시 들어온 뒤 현우를 불렀다.
"혹시 오늘 왜 소연이 안온지 아니?"
"아니요, 연락 없었는데요"
"연락 닿으면 알려줄래? 전화도 안받아서."
"전화 안받아요?"
현우는 연락이 안된다는 말에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대로 소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현우는 소연이 걱정되는 마음에 소연이의 유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줌마!"
"어, 현우야"
"소연이 지금 집에 있어요?"
"소연이? 어, 응... 근데 어찌된게 밖에 나오질 않네. 검사님께서도 나올때까지 아무것도 해주지 말라 하시고."
현우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다시 소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소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업을 포기하고 소연에게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더 이상의 무단조퇴는 현우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잘못하다가는 퇴학...)
*
띠리리리링-
소연은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을 무시했다. 엄마일지, 혜진일지, 유모일지 아니면 현우일지. 누군지 전혀 감을 못잡겠지만 무시했다. 지금은 그 누구도 자신을 위로해줄수 없어서. 나락 끝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널 왜 데려가니? 지금 이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소연은 아직도 법원 앞에서 엄마를 따라가려는 자신에게 엄마가 한 차가운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자신에게 함께 가자는 엄마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관심조차 갖지 않는 아빠를 보면 엄마랑 같이 가는게 나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었다.
띠리리리리링-
다시 한번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뜬 사람은 현우였다. 소연은 거절버튼을 눌러 현우의 전화를 거절했다. 이런다고 현우가 자신을 좋아해주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은 해줄테니까. 소연은 몸만 컸지, 마음은 아직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나이에 머물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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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Teen Fiction어른들은 모르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정글의 세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항상 존재하고 그 먹이사슬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늘 존재한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려 해도 날 붙잡는 그런 장소. 가고 싶지 않지만 가지 않으면 불안한 장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