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와 난 스킨십이 잦아지고 일방적으로 카이가 만저 하지만... 사실 나쁘진 않았다. ㅎ..뭐 암튼 카이와 나의 사이는 애매모호한 사이가 됐다. 썸타는건 아니고 그렇다고 사귀는건 더더욱 아니고... 마치 사귀는데 정식으로 사귄는게 아니랄까?
이런 사이 사실 나쁘지 않다. 어쩔수 없는 거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까. 둘다 서로 너무 잘알고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너무 잘알고 있어서 이런 사이가 돼버렸다.
너무.. 좋다. 혼자가 아닌 누군과와 같이 있다는거. 날 좋아해주는 사람과 가까이 있다는거. 생각보다 더 좋다. 근데 이것도, 카이랑 같이 있는것도 얼마 안남았지... 그럼 난 또 혼자인가?
머리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에 떨처버릴려고 머릴 흔들었다. 그래서 날 제품에 가두고 있는 카이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나가자!!"
"왠일로?"
"그냥.. 나가자 나가고 싶어"
"읏차!! 우리 주인이 나가고 싶다는데 나가야지"
날 번쩍 안아들어서 내려놓더니 얇은 갈색 후드티를 입는다. 난 신발을 신고 집키를 챙겨 나왔다.
"가자!!"
목적지는 달빛계곡. 달맞이 나무도 보러 갈겸...
"바보야 얼어죽을려고 작정 했어? 자! 입어"
얼마 못가 카이는 날 멈췄고 자기가 입고 있었던 갈색 지퍼 후드티를 벗어 나에게 입힌다.
"켁! 야!! 지퍼를 확 올리면 어떡해!! 그리고 나 별로 안추워.. 너나 입어 달랑 검은색 반팔 티만 입었으면서"
"야? 너? 오빠라고 안할래!? 태민이한테는 잘만 오빠라고 부르면서..."
"늬예 늬예"
그렇게 장난을 치면서 한 5분을 걸었을까? 곧 봄을 맞이하는 달맞이 나무가 푸르고 빽빽하게 나무잎이 폈다.
맨 높은 가지에 있는 빨간 리본.. 조용히 나무에 다가가 나무통을 쓰다듬었다.
"이곳.. 너한테 중요한 장소지?"
내 뒤에서 날 기다리는듯 조용히 나긋 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응 많이"
우리 부모님이 만난 곳. 내가 태어날수 있었던... 그런 곳..
"나한테도 중요한 곳이야 여기."
고요한 달빛이 내려와 갈색의 눈동자에 묘하게 섞인 푸른색과 초록색이 함께 빛난다. 알수 없는 표정과 요동치는 서로에게 맞닿은 눈빛..
긴다리로 성큼 성큼 걸어 내 코앞으로 온다.
"여기서 처음 만났잖아 우리.. 어릴때"
내 한쪽 볼을 크고 따뜻한 손으로 감싸 안고여전히 눈을 마주친체 말한다. 어릴때.. 여기서?
"바보.. 기억, 안나지?"
피식 하고 눈웃음을 지으며 한껏 나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빨려 들어갈꺼 같은 눈빛에 어느새 머리를 틀며 눈을 감고 있는 우리 둘.
달맞이 나무가 이름처럼 뜬 커다란 보름달을 맞이하는지 나무잎들이 서로 설 부딪쳐 달을 반기는 노래를 부른다.
몽환적인 키스를 마치고 카이는 그대로 날 안았다.
"잊지마 나, 기억해 둬 늑대는 삶에서 단 암컷만 사랑해. 늑대인간도 마찬가지야, 삶에서 단 한여자만 사랑해 평생."
"응, 안 잊을게"
내 어깨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의 웃음과 함께 내 대답이 만족한다는듯 꼬옥 끌어 안는다.
이게 왠지 작별인사 같다면 착각일까?
"카이!!!!!!"_태민
아니, 아무래도 이건 작별인사가 맞는 것 같다.
"큰일이야!!!"_디오
태민 디오 뿐만 아니라 다른 늑대들도 온걸 보면... 아마 맞나 보다. 큰일이 일어난건지 다들 눈이 늑대형으로 변해 있었고 이빨도 다 들어낸체 형식은 머리를 다친듯 피를 흘리고 있었다.
"뭐야!? 형!! 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변종인들이 대량으로 나타났어. 이러다간 산 밑으로 인간들을 공격할지도 몰라!!"_형식
난 다급하게 카이를 봤고 카이도 마찬가지로 흔들이는 눈으로 날 봐라봤다. 그리고 그때 괴싱한 소리와 함께 이상한 괴생물체가 나타났다. 아마 변종인인듯 카이는 늑대로 변해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르렁 거리는 늑대 와도 같지만 더 탁한 소리를 내며 우리 쪽으로 달려 들었다.
큰 덩치에 여섯 마리의 늑대들이 달려 들어 길고도 아찔한 몇초가 지났다. 다행히 변종인은 쓰러졌고 아마 죽었는지 움직임이 없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무섭진 않았다. 카이가 지켜줄껄 알고 있었으니깐...
[월아야 잘들어. 당장 집으로 돌아가, 문 꼭 잠그고 있고 무슨 소리가 들려도 절때로 나오지 마 불도 다 꺼놓고 알겠어?]
"뭐야.. 뭐 어쩌려고 그러는건데? 나도, 나도 갈래!!"
안됀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작별인사같아서 그래서 나도 따라갈려고 했다.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마. 걱정하지말고 집으로 가. 정국이가 데려다 줄꺼야. 정국아 부탁할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마 이게 정말 마지막이겠지...
"어"_정국
"조심해야해.."
[응]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마음도 불안하게 흔들리는 나와는 달리 내가 좋아하는 웃음을 짓는 카이.
부모를 떠나보내는 아이 만냥 멀리 가버리는 카이를 지켜 볼수 밖에 없었다. 잡을수도 막을수도 없었으니까.
하나 둘씩 숲속 안쪽으로 달려 들어간다.
[어서 가]
눈을 맞친체 몇초가 지나고 나서야 카이는 발을 땠다.
"그만 가지?"_정국
퉁명스럽게 날 보며 그만 가자고 하던 정국에 하는수 없이 난 발을 땔수 밖에 없었다. 둘다 아무말도 없이 걸음을 걸었고, 걷는 도중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쿵하는 큰소리가 났지만 모른척 안들리는척 하면서 계속 걸어갔다.
집 앞 난 아무 말없이 들어갔고 정국은 이미 가 버린지 오래다. 카이의 말대로 문을 단단히 잠그고 불도 껐다. 불안한 마음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잠자리에서도 계속 들리는 싸우는 소리.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난 그대로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늘 내 옆자리를 지키며 자던 카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