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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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ㅡㅡㅡ 깜둥이 시점ㅡㅡㅡㅡㅡㅡㅡ

12월 초 즈음에 큰 부상을 입고 이 여자한테 구조 되었다. 그때부터 4월 중순인 지금까지 난 이 여자와 같이 살았다.

이 여자.. 착하고 친절한줄만 알았더니 엄청 어리버리하고 덜렁이인데다가 심지어 괴팍하다. 눈치도 더럽게 없어서 짧은 옷을 입으면 다른 수컷들이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그뿐만이 아니다 나도 엄연한 수컷인데 내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질 않나 가뜩이나 이 외딴곳에서 사는것도 마음에 안드는데 아무한테나 문을 열어준다.. 정말 경계심은 어디다가 나두고 다니는건지....

24시간 지키느라 힘들어 죽겠다.

치킨도 안사주고... 쳇

겨울에는 안그랬지만 지금은 날씨가 많이 따듯해져서 빨래를 밖에다가 걸어 놓는다. 그럴때마다 내가 꼭 하는것이 있다...

"야 이 깜둥이 쉐끼야!!!!!!"

걸린 뒤 5초 뒤에 다 떨어뜨려 놓는것. 이럴때마다 불같이 화를 내지만 다 이유가 있다. 더러워진 빨래를 다시하고 다시 널고 나면 뿌듯한 얼굴을 하면서 환하게 웃는다, 그 표정을 계속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러는거다.

마치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여자 얘한테 짓궂게 구는것 처럼.

이 여자의 인맥은 그다지 넓지 않은것 같다. 근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안드는 녀석이 있다.

"월아 누나~~~"

바로 분홍인지 준홍인지 하는 녀석이다. 일주일에서 한 6번은 보는것 같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안드는건..

"오구 오구 그랬쪄~ 궁디팡팡!!"

저거 저거!!! 궁디팡팡 저거!!! 월아는 뭐가 그렇게 귀여운지 저렇게 막 궁디팡팡을 시도때도 없이 한다. 그래서 한번은 내가 분홍인지 문어인지 저 녀석을 확 물어버렸다 ㅋ

오늘도 어김없이 월아와 산책을 했다. 시내까지 내려가서 고기도 사오고 ㅎㅎ 근데.. 그때부터 였을까? 자꾸 익숙하고 그리운 냄새가 내 신경을 날카롭게 건들인다... 특히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우릴 따라온다. 월아가 날 애써 진정시켰지만 여전히 경계를 낮추진 않았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잤더니 아침부터 은근 피곤하다.. 그래도 산책은 해야지.. 여자를 깨울려고 방에 들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곤히 자고 있다.

잘도 자네.. 그래도 나는 너랑 단둘이 산책하고 싶다고.

"우음.."

"크헝!!"

일어나라!!!

"끄응..."

"크르르렁 커엉!!!!!"

일어나!! 일어나라고오!!!!!!!!

"알았어 일어난다고!!! 이씨.."

앞발을 침대위로 올리고 눈이 반 잠겨있는 월아를 바라봤다. 귀엽다...

"뭐!!! 원하는게 뭐야!!"

귀엽다는거 취소. 아까 물고온 집키를 침대위로 던졌다.

"나가자고?"

"컹!"

빙고!!

"귀찮아 싫어 잘꺼야"

이 여자가... 너랑 같이 산책라고 싶다고!! 어제는 그 분홍이 새끼랑 그 이상한 냄새 때문에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고!!!!

"크르컹!!"

날씨도 이렇게 좋구만!!!

"날씨 좋으니까 나가자고?"

"컹!!"

그래 이 잠꾸러기 여자야!!!

"싫어"

좋아... 안됀다 이거지... 그렇다면 내 필살기를 쓰겠어!!

"...아울"

초롱 초롱 눈빛 공격!! 안됀다고 하면 꼭 저렇게 필살기로 초롱 초롱한 눈빛을 보내면 백퍼..

"하아.. 그래 알았어"

넘어갔다!!!

"크헝헝헝헝"

ㅋㅋㅋ 아 좋다!! 월아가 날 얄밉다는 얼굴로 째려보았지만 난 상관없었다. 아침을 먹고 월아가 다 준비한듯 집키를 챙긴다.

늑대와 인간의 사이를 수호하는 자. 가디언. [완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