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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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둥이를 만나고 나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그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났다. 사실 원래는 상처가 다 나으면 깜둥이를 다시 숲으로 돌려 보내려고 했지만 그럴때마다 1시간도 안지나 다시 우리 집 앞을 찾아왔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 지나고 봄이 거의 다 지난 지금은 아예 여기에 눌러 붙었다.

이 녀석 얌전한줄만 알았더니... 사고뭉치다. 하루가 잠잠하질 못한다. 가만히 자는 사람 이불을 질질 끌고 흙 범벅이 되도록 만들질 않나, 산책하면서 숲풀에 들어갔다가 날 놀래키질 않나, 집앞에 구덩이를 크게 파 놓고 날 그 구덩이에 빠지게 하질 않나..

게다가 가끔씩은 꼭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도대체 뭘 먹고 컸는지 개사료는 입도 안댄다. 무조건 고기만 먹는다.

또 내가 자기 잎에서 옷을 갈아 입을때면 굳이 그 방에서 나간다. 그럴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저번에 준홍이랑 같이 산책을 나갔는데 뭐가 심통이 났는지 아님 질투라도 하는건지 준홍이 바지를 물어 찢어 버렸다. 다행히 준홍이 바지가 원래 찢어진 바지였지만... 불쌍한 우리 준홍이 그 뒤로 깜둥이 녀석만 보면 슬금 슬금 내 뒤로 온다..

심지어 저번에는 치킨을 안 사줬더니 지가 정말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는지 2시간 동안 삐져있었다.

"컹!!!"

"알았어 나간다고!!"

하지만 산책할때는 신이 나서 저러는걸 보면 영락없는 개지만...

그리고 한가지 더 깜둥이는 목줄을 정말 싫어한다.

"아우.. 좀!! 가만히 있어라 너 이거 해야지 개장수 한테 안끌려 간다고!!!"

"크헝!!!"

몇분의 사투 뒤 결국 내가 포기를 했다.

"헥.. 헥.. 그럼 이 이름표라도 해!"

"크릉~"

체인으로 되있는 목걸이는 허락한다는 건지 목을 작게 숙여 나에게 머리를 보인다.

"하아.. 내 옆에서 멀리 떨어지면 안돼!!"

"컹!"

목걸이를 걸어주고 문을 나섰다. 집 앞을 사방 팔방 뛰어 다니더니 곧 내 옆으로 왔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장보러 내려가자"

"컹!"

시내로 내려가는 길을 앞장 서더니 갑자기 날 뒤 돌아본다.

"크릉... 컹!!"

"뭐? 왜?"

맞다. 내가 깜둥이가 제일 사람 같다고 느끼는게 바로 짧은 옷이나 오늘처럼 봄 날씨치곤 무더운 날 얇은 옷을 입으면 저렇게 째려본다. 그렇다고 내가 질꺼 같으나?

"빨리 가자 오늘 도서관도 가야해."

깜둥이의 눈빛을 무시하고 앞장서 걸었다. 아주 당당하게!! 몇분 뒤 우린 시내에 도착했고 도서관 바로 앞에서 준홍이를 만났다.

"누나!!"

"주농아~~"

반갑게 준홍이를 부르자 준홍이가 눈을 찌푸리며 나에게 랩하는듯 속사포처럼 말한다.

니가 아웃 사이더니?

"누나!! 아무리 날씨가 한여름 같지만 지금은 아직 봄이라구!!"

"컹!! 커헝!!!"

"둘이 이럴때만 쿵짝이 맞지? 괜찮아 별로 안 얇아 아.. 맞다! 너 오늘 바빠?"

"아니 안바쁜데? 왜?"

"그럼... 깜둥이 좀 잠깐 맡기자 한 10분만 도서관 앞에서 잠깐 기다려줄래? 나 책 좀 반납 할려고"

"웅 우리 누나 부탁이니까!!"

"땡큐 고마워 그럼 깜둥!! 어디가지 말고 여기 있어"

"크헝 크릉!!"

"나 간다~"

깜둥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들어가면서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책을 반납하고 도서관을 나가던 도중 뭔가 이상한 기운에 이끌려 도서관 어딘가로 걸어 갔다..

마침내 내 발걸음이 멈추었고 내가 멈춘곳은 어느 착각인지 오래 된 책 앞이였다. 왠지 낮이 익은듯한 느낌도 나고 꼭 마치 나를 부르는거 같아서 책을 꺼냈다.

늑대와 인간의 사이를 수호하는 자. 가디언. [완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