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인대도 불구하고 따갑게 내려안는 햇빛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배고프다... 소파에서 일어나다가 바닥에 무언가 떨어진다.
할머니 통장이다
통장을 열어보니 단 한번도 보지 못한 어마 어마한 단위의 금액이 있다. 이정도면.. 솔직히 평생 놀아도 될꺼 같은데?
떡 벌어진 입을 간신히 닫고 통장을 뒤로 하고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보니 먹을께 없다... 그리고 보니 어제 장보러 내려갔다가 책만 읽고 왔지.. 하핳 나란 년 바보 년...
"하아... 나가는 수 밖에.."
이층으로 올라가 화장실에서 씻고 거울을 보다가..
"..오징어다..."
내 얼굴을 보고 눈물 나올려는걸 간신히 참고 내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오..옷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어 나중에 정리 해야겠어... 대충 아무거나 입고 사야할 물건들 리스트를 쓴 뒤 집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
"후하.."
따듯한 햇살이.. 비추긴 개뿔 얼어 뒤지겠네.. 빨리 갔다 핫초코 마셔야지.. 언덕 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 맨 처음으로 간 곳은 빵집이다.
"이모 안녕하세요!!"
"월아 왔니?? 뭐 줄까?"
"유우 빵이랑 음..."
"크루아상 방금 구었는데 줄까??"
"헐.. 네네!! 주세여 지금 먹을래요!!"
이모가 만드는 크루아상은 이 마을에서 가장 맛있고 달콤하다.
"그래 금방 가져다 줄게"
"감사합니다!"
어릴 때 부터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이랑 자주 온 곳이라 그런지 올때마다 너무 좋다. 뭐랄까... 익숙함 이랄까?
"자 여기 크루아상이랑 우유 빵 이건 덤이야"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봉투와 크루아상를 접시에 주시더니 그 옆에 초코 우유를 주신다.
"이모 짱!! 감사해요!!"
"장보러 나왔니?"
"헤헤 네"
"혼자 장 볼려고?? 그러지말고 준홍이도 데려가 짐꾼으로 써"
"그럴까요??ㅎㅎ"
"누가 짐꾼이야!!"
준홍이가 가게 이층에서 (이층엔 집이 있다.) 내려온다. 배시시 한 얼굴로
"누나 굿모닝~"
"어이구.. 니 엄마한테 그렇게 인사 해봐라 자식 키워 놔봤자 다 소용 없다더니"
오물 오물 크루아상을 씹어 먹으며 말다툼 아닌 말다툼을 보고 있었다.
"데헷 내가 엄마 사랑하는거 알면서~"
"징그럽다. 월아 장보러 간다니까 너도 가서 도와 짐도 들어주고"
"힣 알았어 누나 조금만 기다려"
"응 처처뉘 해 (응 천천히해)"
입이 바빠서 발음이 다 뭉게진다. 크루아상을 마지막 한입을 다 먹고 초코 우유도 마지막 한모금 다 마시자 그제서야 준홍이가 나온다.
"그럼 가볼게요. 안녕히계세요."
"다녀오겠습니다!!!!!"
거리로 나오니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북적 북적하다.
"사람 많다"
"아침이잖아, 근데 누나 어디로 갈꺼야?"
"음... 잠깐 리스트 좀 보고"
주머니에서 꺼낸 리스트를 준홍이가 보더니 기겁을 한다.
"흐이익!! 누나 무슨 피난 가?"
"한꺼번에 다 사다놓게 그래야 왔다 갔다 안해도 되잖아."
"쳇.. 조금 왔다 갔다 해도 되는데.. 그래야 더 자주 보지.."
리스트를 확인하는데 준홍이가 옆에서 궁시렁 궁시렁 거린다.
"뭐 그렇게 궁시렁 대?"
"으응?? 아..암것도 아니야!! 과.. 과일가게 먼저 가자!!!"
갑자기 당황하더니 말을 돌린다. 준홍아 근데.. 과일가게 반대 쪽인데... 아무쪼록 소란스럽게 장을 다 보고 나니 점심시간 때가 다 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