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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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덮여진 눈밭 사이에 보이는 큰 집. 할머니의 집이다.

"어휴.. 정말 어머니는 왜 굳이 여기까지 부르신건지 원..."

"그러니까!! 정말 돌아가셔도 귀찮게 한다니깐!!"

큰어머니가 못마땅한 듯 화장을 고치시면서 말하자 지연이도 짜증을 내며 맞장구를 친다.

"그래도 유언을 들으려 가는 거잖아. 뭐 저 낡아빠진 집이라도 주시려나보지"

큰아버지가 큰어머니와 지연이 달랜다. 둘 다 똑같아. 달리는 차 안 히터를 틀었는데도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느껴진다.

"아참! 월아 너 대학은 잘 다니고 있니? 돈 낭비하는 건 아니였음 좋겠구나."

차가운 말투 관심이 없는 목소리의 톤. 이 사람들은 내 가족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니랄까? 어릴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말이야 교통사고지, 사실상 모른다. 그때 나는 어렸고 증거물더 없었으니까. 아무도 모른다. 정확하게 교통사고인지 아님 살인을 교통사고로 꾸민건지...

내 기억은 생생하다. 분명 꾸민 일이야....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첫번째 용의자는...

"아우.. 짜증나, 추운건 딱 질색이라니깐!!"

"조금만 참아라 히터 틀었어"

"여보 아직 멀었어요??"

바로 이 셋.. 아니 정확하게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그 이유는 내가 봤기 때문이다. 열살 때.. 그때 나도 있었으니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난 큰집으로 넘겨졌다. 그래서 큰아버지, 큰어머니를 억지로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게 됐다. 날 거두어준건 고맙지만 날 미치게 만든 사람들이다.

"네. 잘 다니고 있어요. 성적도 나름 잘 나왔구요."

"그러니?"

내 나이 열일곱. 한참 친구들과 놀러 다닐 생각에 기대가 부풀어 있어야 하지만, 근데 난...

"미국이나 뉴질랜드 그런 유럽 쪽으로 가질 그랬니."

대학교를 수석 졸업 할려고 한다.

"학교는 한국에서 마칠려구요."

"그래 그러렴."

조금이라도 이 사람들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앞만 보며 달려왔다. 남들보다 공부를 두배 세배 더 많이 했다, 부모님의 사고에 대해서 더 알아내기 위해 그리고 빨리 독립을 하기 위해...

"재수 없어"

지연이가 날 보며 작게 말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다 왔다"

큰아버지의 말과 함께 차가 멈추었고 우린 다 내렸다.

"하아..."

차가운 눈밭에 발을 내디며 작게 한숨을 쉬니 하얗게 서리가 나왔다.

"들어가자구나"

따듯했던 집안 공기가 차갑게 변한지 오래다. 할머니가 보고싶다.. 적어도 할머니 만큼은 나에게 잘해주셨는데, 고마운 분인데...

"유서는 내일 공개된다니까 어서들 방으로 들어가라"

"네.. 안녕히 주무세요"

"응 아빠 굿나잇!!"

"그래 지연이도 잘자거라"

내 대답은 무시한체 역시나 지연이에게만 대답을한다. 난 늘 그랬던 것이라 딱히 신경은 안쓰지만... 걸음걸이를 옴겨 이층으로 올라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후..."

내가 이 방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침대 위 천장에 큰 창문이 있어서 하늘이 보인다... 근데...

"눈 때문에 안보인다."

오늘은 그냥 자는 수밖에... 잠결에 늑대 울음 소리에 잠깐 잠깐 깨어났지만 다시 금방 잠들었다.

'따르르르릉!!!!!!!'

"흐어... 졸려"

그새 아침이다. 오늘 할머니의 유서가 공개된다 했지... 왠지 모르게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하암~"

그리고 때 마침 지연이가 자기 방에서 나온다. 나와 아침부터 마주친게 기분이 나빴는지 날 째려보며 일층으로 내려간다.

늑대와 인간의 사이를 수호하는 자. 가디언. [완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