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인듯 내 얼굴에 잔잔히 내려오는 햇빛이 느껴진다. 눈을 조심스레 떠보니 옆에 카이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민망해라...
"일어났어?"
"... 너 진짜 어디 아퍼?"
어제부터 자꾸 이상한 말만 해하는 카이 때문에 포근한 이불안에 숨겨두었던 팔을 꺼내 카이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안아파 다 잤으면 일어나자"
이불을 확 재끼고 날 반쩍 들어 올린다.
"으히익!!!"
카이는 씨익 웃더니 날 일층으로 들고 간다. 와.. 씨 180이 이렇게 높구나...
"읏차... 주인 살 좀 빼야-"
"아니까 닥쳐!!!"
날 부엌 테이블 옆에 내려놓더니 맞을 소리를 한다. 건드려도 예민한데 건드려 씨이...
"불쌍한 우리 주인 누가 데려가나?"
이 시끼가 진짜... 왜 자꾸 건드려. 그리고 나 이제 열일곱 이구만 이제 꽃피우는 시기라고오!!!!!
카이를 째릿하고 쳐다보니 카이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한다.
"ㅎㅎ내가 희생하지 뭐"
그럴필요 없거든!!! 이라고 소리칠뻔 한걸 간신히 목구녕 아래로 삼켜 내렸다.
"나 배고파 밥줘 밥"
참자 내가 참아... 후...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는걸 내리고 가스렌지로 향했다. 지글 지글 거리는 소리가 몇분 동안 들리고 맛있는 냄새와 익숙한 체온이 내 등뒤에서 느껴진다.
"무..뭐야"
"그냥 니가 이뻐서"
내 어깨에다가 대고 푸스스 바람을 내며 웃는다. 자꾸 이상한 말이랑 이상한 짓만해. 다시 만난 뒤로 이상한 행동을 카이나 그 행동에 설레는 나나...
"비..비켜"
떨리는 마음을 다듬고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말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티비를 시청하고 있는데,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나오는데, 남주인공이 여주인공한테 막 막 키스 하려는데!!!
"야... 티비 좀 그만 봐라"
카이 녀석이 내 시야 앞을 떡하니 가로막는다.
저리 안 비켜!?!?!?!!!!!!
"아악 비켜 비키라고오!!!! 제일 중요한 장면인데!!!!"
쿠션이란 쿠션은 다 던지며 소리 지르는데 꿈쩍도 안한다. 왜!!! 안 비키냐고!!!!!
"싫은데?"
개구진 웃음을 짓더니 띠리리하고 티비를 아예 꺼버린다.
"아악!!!!!"
그대로 나한테 성큼 성큼 걸어오는데 눈이 아주 번쩍인다.
"무..뭐"
쿠션을 던질때 부터 이미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나는 몸을 뒤로 움직이며 말했고 소파 등받이에 따악 딜라 붙어 있는 날 한번 보고 피식 웃더니 내 코앞에서 말한다.
"나가자."
이런 미친...
"... 지금 드라마 못보게 하고 나가자는거냐?"
"어. 들쳐 업고 나가버리기 전에 얼른 준비해"
이런 시베리아 허벌판에 산체로 묻어버려가지고 염라대왕 면상에 찍어버릴...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자 갑자기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늑대로 변해서 내 앞으로 초롱초롱 눈빛을 발사한다. 젠장. 그래도 이번엔 안져.
"끼잉 낑..."
내가 일어날 기미가 없어보이자 질세라 낑낑 신음 소리를 낸다. 끄응...
"일어난다!! 일어난다고!! 이씨..."
"크헝 크헝헝헝헝"
좋단다. 망할.. 소파에서 일어나 잠바를 걸치는데 카이가 왠 가방을 가져온다.
"뭐야??"
[옷 혹시 모르잖아 내 목에 매줘]
"알았어"
목에다가 너무 꽉끼지도 헐렁하지도 않게 단단히 매준 뒤 난 잠바를 입는 사이 카이가 또 무언갈 물고 온다.
[스카프 매. 추워 감기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