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요섭 오빤 정신을 차렸고 우리에게 다급하다는듯이 심각한 얼굴로 충격적인 소식을 말했다.
"말도 안돼..."
"그.. 그럴리가 없잖아, 요섭아 니가 잘못 본걸수도 있잖아"_형식
"미안"_요섭
요섭 오빠는 죄라도 지은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쪼꼬미가 우릴 배신 할리가... 없잖아"_형식
"그만해 형"_디오
어제 아침, 요섭 오빠를 공격한건 변종인이 아니라 언니였다.
말도 안돼게, 언니.. 언니가.. 우릴 배신 했을리가 없잔아 그치 언니? 아니지?
"분명 이유가 있을꺼야"
카이가 내 손을 잡으면서 충격에 빠져있는 형식 오빠와 나에게 말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충격을 먹은 사람은 아마 형식 오빠일거다. 오빠와 언니는 어렸을때 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들었다. 그리고 언니와 같이 살고 있는 참치 삼촌과 사촌지간이라고 들었다.
"며칠만에 쪼꼬미를 만나서 반가워서 따라갔는데 갑자기 날 공격했어, 내가 쓰러질때 마지막으로 본게... 웃고있는 이대식 그 새끼랑 쪼꼬미 그 녀석 이였어..."_요섭
"..."
눈물을 그렁 그렁 흘리며 말하는게 아마도 자기 눈으로 봤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나보다.
"최면 당한건 아니고?"_정국
"그런건 아니였어, 말할때 어투가..."_요섭
평소와 똑같았었거든, 그 한마디에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안았다. 목에 건 엄마의 목걸이를 어루어 만졌다.
그때 봉인이 풀리면서 가운데 박혀있던 예쁜 보석도 없어지고 은은하게 빛나던 금색도 다 바래져 볼품 없었지만 나에겐 충분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였다.
무거운 분위기에 태민 오빠가 애써 웃으면서 말한다.
"그만, 일어나자 그래야 하루 빨리 WWH를 잡고 쪼꼬미 한테도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지"_태민
애써 웃는게 티가 났지만 하나같이 모두 모른척 한다. 형식 오빠도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먼저 일어날게"_형식
"나도 같이 가"_요섭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요섭 오빠가 빨갛게 부어오른 눈을 막 비비더니 벌떡 일어나 형식이 오빠를 붙잡는다.
"안 돼. 넌 여기서 쉬고 있어."_형식
"하지만.."_요섭
나 괜찮으니까 쉬어, 라고 말하며 다시 아프게 미소 짓는 형식 오빠. 오빠가 나가자 마자 요섭 오빠가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주저 앉으며 말한다.
"형식이 저 녀석, 지금 분명 제 정신이 아닐꺼야 부탁인데 누가 가서 좀 옆에 있어줘"_요섭
"내가 가볼게"_디오
디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한다. 그러자 태민오빠도 일어나면서 다들 나가자며, 곧 순찰을 돌아야 할 시간 이라면서 나간다. 인원이 부족하기에 나도 내 검을 들고 따라 나섰다. 이제는 익숙하고 검도 잘 다루는 편이니까.
"있잖아, 오빠 말대로 언니는 분명 이유가 있기에 이런거겠지?"
"응, 걱정하지마"
우린 두 팀으로 나뉘어 정국, 태민 요섭 오빠 그리고 나와 카이, 이렇게 아침 순찰을 돌기로 했다.
"형식 오빠가 걱정되네... 나도 언니랑은 친하지만 오빠가 더 친하잖아"
"그러게, 형 분명 충격 많이 먹었을꺼야... 형한테는 친동생 같은 애였으니까."
"참... 며칠안에 이렇게나 많은 일이 일어나다니.. "
"그렇게나 말이다, 네 봉인이 갑자기 풀리고 든든하던 우리 지원군도 배신하고..."
나름 가드 리더이자 후계자라 그런건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난 아무말 없이 카이의 큰 손을 잡았다. 그러자 카이가 씨익 환하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소를 베시시 지으면서 날 본다.
나도 베시시...
발을 맞추면서 걷다보니 금방 순찰을 다 돌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였다.
"카.. 카이님!!"
"?"
왠 어린 늑대 한마리가 다급하게 울먹이며 카이에게 달려온다.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 봐"
아마 많아야 10살 정도 되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며 말한다.
"무슨 일이 난거야?"
내가 조심스레 울먹이는 아이를 달래면서 물어 봤다.
"가.. 가디언!!"
"풉... 그래 내가 가디언이야, 어서 말해봐"
날 보자 귀여운 반응에 입술 사이로 삐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추고 오물 오물 거리는 아이를 경청했다. 듣자하니 느티나무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변종인 세마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내가 갔다 올게, 세마리면 나 혼자여도 충분해"
"알았어 조심해"
내 머릴 한번 쓰담듬고 아이를 들어 안더니 느티나무 쪽으로 뛰어간다.
와... 저 속도는 거의 무슨 순간이동 수준데?
순식간에 멀어지는 카이를 보고 내 뒤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댔다. 아침부터 기분 좋은 햇살과 바람이-
"헙!!!"
어떤 낮선 손이 날 아니 내 입을 막고 확 트인 길과는 달리 빽빽한 나무와 수풀이 가득찬 곳으로 날 잡아 끌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 말에 두려움이 내 몸을 집어 삼켰다.
온 몸이 소름으로 뒤덮히다 못해 그냥 피부 전체가 닭 피부를 이식한 기분이였다. 모든 감각이 심지어 모든 털들이 다 곤두서서 내 뒤에 있는 사람에 집중을 했다.
"읍 으으읍!!!!"
"... 쉿! 나야"_??
"... ?"
귓가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새하얀 빛이 빛나는 다이아 처럼 빛나는 머리결이 내 팔에 느껴진다.
언니?
온 힘을 다해 저항하던 것을 멈추자 언니가 날 막고 있던 손을 푼다.
말도 안돼 왜!!
"어.. 언니"
"하아... 미안 많이 놀랬지?"_쪼꼬미
"... 어, 언니 모습이... 왜?"
며칠 동안 못본 언니는 많이 지치고 힘들어 하는게 보였다. 그리고 얼마나 그리고 누구랑 싸웠는지 옷에 피가 잔뜩 물들어 있었다.
아직은 아닌데 왜 어째서 언니의 모습이...
언니는 아주 슬픈 눈으로 웃으면서 말한다.
"시간이 없어, 내 말 잘들어. 오늘 밤이 아마 마지막날이 될꺼야, 어떻게 해서든 이대식을 죽여야만 해. 오늘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_쪼꼬미
"언니 그게 갑자기-"
"난 죽어도 배신 안해, 적어도 넌 너희들 만큼은..."_쪼꼬미
뭔가 할말이 있는듯 했지만 뒷말은 눌러 삼키는게 보였다. 언니는 난 이만 가볼게 라고 뒤돌아 서더니 잠시 멈춘다.
"오늘 열시, 달빛계곡 앞에서 봐. 그럼 다 설명 해줄게, 대신 너 혼저 와야 해"_쪼꼬미
"... 알았어"
"그래, 그때 보자 몸조심 해"_쪼꼬미
언니야 말로 몸 좀 조심하지..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이미 멀어져 가고 있었으니까.
"월아야!!!!"
수풀 사이로 카이 목소리가 들린다. 다급함이 뚝뚝 묻어있는 목소리..
아 나 카이랑 있었지
"박월아!!!"
여기에 조금더 있으면 어떻게 될까?
카이의 반응이 너무 궁금 했지만 들리는 카이의 욕설과 느껴지는 깊은 빡침에 수풀 사이로 나왔다.
"하하핳.."
"... 야"
"서.. 서프라이즈으~"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으?! 넌 이딴걸 서프라이즈라고 부르냐?! 라는 표정이 였지만 모른체 했다. 모르는척 하는게 내 생명에 지장이 없을듯해.
"후... 이리 와"
일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던 카이에게 종종 걸음으로 쪼르르 달려 갔다.
"놀랐잖아, 너 없어진줄 알고"
한껏 누그러진 눈빛과 말투로 내 머릴 조심스레 쓰다듬면서 말한다.
으아... 설레
"미안, 많이 걱정 했어?"
"하.. 손 참 많이 간다 너 응?"
"헤헤"
나와 눈을 마주치며 내 오른쪽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말한다. 카이에게 언니를 만난 사실을 말하지 안했다.
아니, 못했다, 며칠만에 만난 언니의 얼굴이, 눈빛이 슬프고 아파보였다. 그리고 나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었을땐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기 때문에 차마 카이에게 말할수 없었다.
ㅡㅡㅡㅡㅡ
그 와중에 카이 집착... 눈에 한시라도 안보이면 걱정이야 (나한테도 집착을 해달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