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팀장님.”
“네?”
그리고 뒤이어 성 대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본부장님은 별말씀 없으셨어요?”
“그래, 맞아. 설마…… 본부장님한테도 오늘 말한 게 처음은 아니지? 그전에 미리 얘기했지?”
“아, 그게.”
주희의 우려 섞인 말에 수영은 대답 대신 멋쩍어하는 웃음을 지었다.
주희와 성 대리의 미간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처음이야?”
끄덕끄덕. 그녀는 이번에도 고개로 대답을 대신했다.
“본부장님 서운하시겠다.”
안 그래도 벌써 울리고 왔는데요, 라고 말할 수도 없고.
‘도망가고 싶다.’
수영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본부장님이 뭐라고 하시던?”
하나 고민을 실천으로 옮길 새도 없이 주희의 질문이 이어졌다.
“순순히 알겠다고 하셔?”
“음…….”
비록 언쟁이 있기는 했어도 결과적으로 순순히 알겠다고 한 건 맞으니까.
잠시나마 고민하는 듯하던 수영이 재차 끄덕거렸다.
그랬더니 당연하게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 되돌아왔다.
“진짜? 진짜로?”
“안 그러실 것 같은데…….”
“내 말이. 우리보다 더 서운해할 사람이 본부장님 아냐?”
“…….”
“의외네.”
주희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짤막한 한숨을 토하며 넌지시 말했다.
“우리도 우리지만, 본부장님도 자기 일 신경 쓰고 계셨던 거 같은데.”
“…….”
‘신경?’
신경이라니. 누가? 진태진이? 나를? 말도 안 되는 소리.
‘채 과장님이 착각하신 거겠지.’
수영의 생각은 확고했다.
신경이라 하기엔 자신이 사직서를 내기 전 마지막까지 그가 보인 행동에 든 감정은 서운함뿐이었는데, 신경은 무슨.
“하하…….”
하나 그 티를 낼 수는 없어 수영은 별다른 대답 없이 입꼬리만 실룩였다.
“아무튼.”
주희는 이내 포기한 듯 말을 이었다.
“우리가 서운한 건 서운한 거고, 그간 고생했어, 최 팀장. 한 달만 더 참아.”
“네…….”
꾸벅. 수영이 고개를 기울이자 주희의 한숨이 재차 이어졌다.
그녀는 수영을 빤히 쳐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분위기 살벌하겠네.”* * *
역시나랄 것도 없이 사무실은 조용했다.
이 적당한 백색 소음과 이따금 탕비실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주희가 자꾸만 옆에서 “이럴 리가 없는데.” 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지만 수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고.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끔찍한 일 아닌가.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척 업무에 집중했다.
“…….”
그렇게 한참 후. 이슈라면 이슈였던 오늘이 별다를 바 없이 흘러간다는 게 착각이라는 걸 깨달은 건 그때부터였다.
시야의 한구석에 들어온 움직임에 무심코 고개를 돌린 그때.
하필이면 그게 태진이었을 때의 기분이란. 그리고 또 하필 눈을 똑바로 마주쳤을 때의 기분은, 상당히 민망하고 불편했다.
이상하리만큼 그 어느 때보다 더.
수영은 눈을 피하려 했다.
“크흠!”
휙!
그런데 그 생각을 자신만 한 건 아니었는지 저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의 시선이 돌아갔다.
“…….”
수영의 고개가 다시금 모니터로 돌아왔고, 그녀는 조금 멋쩍어하는 얼굴이 됐다.
‘미쳤어!’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괜히 쪽팔렸다.
왜 당연히 제 눈을 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태진이 먼저 피하는 걸 본 적도, 느낀 적도 없는 그녀는 당연함이 지속되지 않음에 당황했다.
‘지금 날 대놓고 피했어?’
그리고 참 이상하게도,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이게 서운한 건지, 그저 정말 무시당한 느낌에 기분이 상한 건지는 모르겠다.
수영은 뒤엉킨 감정을 정리하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드르륵!
그러곤 곧 자리에서 일어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뒤따라오는 시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