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선 끝엔 1팀의 강 주임이 태진의 앞에서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고, 태진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주희의 짐작과는 달리 태진이 풍기는 분위기는 꽤나 살벌했다.
태진의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로 보아, 강 주임이 제출한 보고서가 적잖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주희와 성 대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들을 주시했다.
잠시 후, 태진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강 주임님 몇 년 됐죠?”
“……네?”
“5년?”
“아. 아뇨. 6년…… 이요.”
왜 뜬금없이. 강 주임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탁!
그사이, 서랍을 뒤적이더니 같은 두께의 서류 뭉치를 꺼내었다.
지금의 강 주임이 내민 것과 같은 서류이자 작년에 수영이 작성한 것이었다.
“이건…….”
강 주임의 표정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듯했다.
태진의 말이 이어졌다.
“강 주임님이 방금 제출한 거, 작년에 똑같은 업무를 최수영 팀장이 했습니다.”
“…….”
수영이 사직서를 낸 후,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던 게 그녀의 이름이었다.
이유가 있어 일부러 입에 담지 않는 것이라기엔 그의 태도가 원체 이전과 다름없어 아무도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한데 마치 벼르고 있었다는 듯 그녀의 이름이 무겁게 거론되자 주변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몇몇은 대놓고 고개가 돌아갔고, 그 외 다수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는 적잖이 못마땅해하는 얼굴로 같은 서랍에서 같은 두께의 뭉치를 또 꺼내었다.
“이건 재작년에 정 대리님이 하셨던 거고요.”
“…….”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습니다.”
강 주임이 고개를 떨구면서도 입은 바르게 움직였다.
그에 태진은 세 서류의 각각 같은 페이지를 펼쳐 보여 주었다.
“지금은 알겠죠.”
대충 훑어도 앞서 두 개와 확연히 퀄리티가 달랐다.
강 주임의 입은 그제야 다물어졌다.
“여기 1년도 안 있었던 나도 아는 걸 왜 강 주임님이 모를까.”
“…….”
“이런 거 작성할 때 최소한 앞 사람이 했던 걸 참고할 생각은 안 해 봤어요?”
“죄송합니다.”
“죄송?”
하, 하고 기가 차서 숨을 토하는 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죄송할 게 아니라 잘해야죠. 강 주임님 신입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태진이 말을 이을 때마다 사무실 전체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짓지는 않는 듯했다.
그 불만 많던 1팀장마저도 자신의 팀원인 강 주임의 문제를 아는 모양이었다.
태진의 말이 이어졌다.
“트집 잡을 것 없이 잘한 사람을 잘한다고 하는 건 편애가 아닙니다.”
“…….”
“이런 걸 넘어가는 게 편애지.”
툭툭. 검지로 강 주임이 낸 서류를 건들면서 하는 말이 단호했다.
강 주임은 입도 벙긋하지 못하다 마지못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러곤 힘없이 서류를 들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사무실은 조용했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에 차마 숨소리도 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저 주희의 눈빛만이 번득였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고!’
제가 지금껏 봐 왔던 것들이 딱딱 들어맞는다는 듯 희열감 어린 표정이었다.
주희는 눈을 조금 접어 가늘게 뜬 뒤 강 주임을 노려보았다.
‘강 주임이 유독 최 팀장 욕을 그렇게 했었단 말이지.’
마음 같아선 박수라도 짝짝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봐도 강 주임이 했던 말 그대로인 것 같단 말이야……. 우연일 리가.’
현재 분위기가 엉망이니 속으로만 그 아쉬움을 달래며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으. 최 팀장이 지금 이걸 봤어야 했는데.’
“아……!”
당사자가 없음에 아쉬워하던 주희가 자그맣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녀는 곧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지체 없이 수영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