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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앞에 최 팀장, 하고 부르는 소리를 미처 듣지 못했기에 수영이 들은 건 “나 봤어.”라는 말부터였고, 그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는 몸을 들썩였다.
“뭐, 뭘요?”
설마. 제발 아니어라. 연애 시작한 지 고작 며칠 만에 들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비밀 사내 연애를 하자고 서로 합의한 지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벌써 들킨다고?
“뭐긴.”
그러나 주희는 그녀의 바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본부장님이 자기한테 이렇게 하는 거.”
그러면서 윙크를 하는데, 빼도 박도 못하게 정확한 제스처였다.
“…….”
수영의 표정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결실을 이루는구나.”
“…….”
“그래, 언제 이어지나 했어. 이제야 이어진 게 이상할 정도긴 하지.”
“…….”
주희는 이미 한참 전부터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과장님…….”
“응?”
“말…… 안 하실 거죠?”
수영은 제가 지을 수 있는 최고로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호소했다.
그러자 주희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내가 뭐 하러 말해. 걱정 마.”
“정말요?”
“그래. 어차피 다 끝나 가는 마당에 무슨.”
“……다행이다.”
차라리 주희한테만 들켜서 잘된 걸까.
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근데 자기야.”
“네?”
주희가 눈을 반짝였다.
“언제부터였어? 사귀니까 어때? 좋아?”
“…….”
주희한테 들켜서 잘된 거, 맞을까.
쏟아지는 질문에 수영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최, 최 팀장!”
“급해서요!”
이럴 땐 도망가는 게 제일이지.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희에게서 멀어졌다.

* * *

그날 오후.
“최 팀장님, 회의 갑시다.”
노트를 챙겨 들며 자신을 부르는 주희의 목소리에 수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회의실로 향하는 두 사람의 걸음걸이는 느릿했고, 주변을 살피던 주희가 그녀에게 바짝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근데 정말 1팀이 자기 업무 위임받는대?”
“네. 아마도요.”
“또 칭얼거리겠네. 일이 왜 이렇게 많냐는 둥, 어떻다는 둥. 그쪽 때문에 자기 고생한 건 생각도 안 하지?”
“하하. 어쩔 수 없죠. 아무래도 팀이 흡수되는 거니까. 저희가 작년에 일도 많았고요.”
“어차피 자기가 다 끝내고 가는 건데, 뭐. 인수인계서 만든다고 야근까지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전에 1팀에서 잔업무 우리한테 말도 없이 던졌을 때 생각하면! 으! 정말!”
“쉿! 듣겠어요.”
잔뜩 흥분한 주희의 말에 수영이 그녀를 제지했다. 그들은 힐끔, 1팀을 살피고는 먼저 회의실로 들어가 빠르게 착석했다.
곧 회의가 시작되었다. 적당히 무거운 분위기에 서로 나누어 가진 인쇄물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는 지금.
“회의 시작하기 전에, 이 얘기부터 하죠.”
태진이 조용하던 분위기를 깨트렸다. 직원들의 시선이 하나로 쏠릴 즈음, 그의 말이 이어졌다.
“원래 3팀이 가진 남은 업무를 1팀에서 맡기로 했었는데, 그럴 필요 없게 됐어요.”
“……네?”
“3팀은 다음 팀장이 정해질 때까지 제가 전담합니다. 어차피 저도 알고 있는 업무니까. 두 팀 다, 괜찮죠?”
“아……. 네.”
“그럼 회의 시작하시죠.”
처음엔 의아하다는 낯을 띠던 이들의 표정이 제각각 변해 갔다. 어떤 이는 수긍을, 다른 어떤 이는 반색을 하는 뉘앙스였다.
‘뭐야……. 뭐 하러 그런 짓을.’
분명 제가 나가고 남은 3팀 구성원은 1팀에 흡수될 예정이었다. 이미 발령서도 나온 거로 아는데.
‘다 정해진 걸 뭐 하러 바꾸냐고. 그대로 했으면 자기가 편할 텐데.’
수영이 미간을 살짝 좁혀 이해할 수 없음을 표했다.
툭.
그때 옆자리에 있던 주희가 무언가를 끼적이더니 그녀의 팔을 툭 건드렸다.

밀당하는 사이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