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소녀인 경민은 UN 직속 유니온 아카데미에 다니는 여학생이다. 주의력 부족형 ADHD와 우울중심형 양극성 정동 장애를 앓고 있는 경민은 6년 전, 유엔 사무총장이 눈 찍어둔 학생으로, 현재 사무총장이 그녀를 위해 "특수반"을 설립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경민을 위한 사무총장의 배려라고만 학생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건물도 일반 학생들이 쓰는 건물이 아닌 특수반 학생들을 위한 건물이 따로 있었다. 경민은 그 건물들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수업을 들었다.
사실 이번 사무총장은 꽤 젊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나이가 무려 만 33세였으니, 만 13세인 경민과는 20살 차이가 났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경민은 그저 그의 호의를 감사하게 생각했다. 자신에게 특별히 신경을 써주는 교사는 처음이었으니까.
경민은 특유의 독창성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딱히 옛 방식을 따라 하지 않아도 됀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녀의 작품 중 대부분은 사람들의 주목을 크게 끌지 못했지만 몇몇 작품에서는 1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그녀의 작품에 별표를 찍었다. 하지만 경민은 그런 결과에서조차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딱히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끄는 것을 수줍어 하는 아이였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가끔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사무총장인 프리드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워놓은 탓에 경민을 잘 보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반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묘한 매력에 프리드는 그녀를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오늘도 프리드는 밀린 업무를 끝내고 컴퓨터 강의실로 향했다.
"..."
프리드는 넓게 펼쳐진 컴퓨터들 사이로 걸어갔다. 그리고 맨 뒷쪽 구석진 곳 컴퓨터 책상에 퍼질러 자고 있는 경민을 발견했다.
"...zzZ"
"..."
프리드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경민이 쓴 글 작품을 보았다. 별로 길지는 않지만 '임펙트' 있는 작품에 '피식' 웃고는 경민의 오른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흔들었다.
"경민, 일어나렴. 벌써 밤 8시란다. 경민아?"
"...."
프리드의 목소리에 눈을 뜬 경민은 책상에서 일어나 프리드를 보았다.
"아, 서- 선생님....죄송해요... 아이디어가 번쩍 들어서 글을 안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 고생했다. 이제 들어가자."
"네..."
경민은 서둘러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폰과 가방을 챙기고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 프리드의 집 (대저택) -
경민은 자신의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개인 화장실에소 손을 씻고 거실로 나왔다. 텅 빈 거실을 본 경민은 주방으로 향했다.
"선생님?"
경민의 부름에 주방에서 요리하던 프리드는 잠시 하던 걸 멈추고 뒤를 돌아 경민을 보았다.
"아, 경민아! 어서 오렴."
"어어... 제가 도와드릴만한 게 있을까요?"
"싱크대에 고무 장갑이 있단다. 그거 끼고 감자랑 당근 껍질 좀 까줄래?"
"아, 네!"
경민은 양쪽 팔에 빨간 고무 장갑을 끼고 감자 깎이용 칼과 감자를 들어 감자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보라 많이 서툴었지만 그걸 본 프리드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법 하는구나.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단다."
프리드는 하던 일을 하고 경민의 일을 거들어 주었다.
살림 50년차인 프리드는 경민보다 능숙한 솜씨로 감자 껍질을 모두 깎고 당근을 몇 개 깎아 두 세 개만 남겨 놓고 양파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프리드가 양파를 절반 정도 깎고 썰었을 때에 경민은 어느 덧 당근 마저 모두 깎았다.
"다 했어요."
"고생했다, 경민아. 이제 이것들을 볶아야 하니까... 한번 해볼래?"
"..."
프리드의 말에 경민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역시... 기름이 튀는 게 두려운가 보구나.
VOCÊ ESTÁ LENDO
Dream Catcher: The Growing Positive Theory of Mental Illness
DiversosBook of My Ideas: 망가진 뇌의 영원한 상상 2 "이 세계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아가." "누가 뭐래도 넌 내 딸이다. 아무도 그걸 부정 못해." "내 사랑, 내 딸아, 나의 공주야, 너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란다." "너는 네가 생각한 것들을 글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란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어디에든 그걸 기록하렴. 넌 좋은 글 창작자가 될 수 있을 거야." "이 약 안에 네가 이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