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이 컸군."
러시아의 늦가을, 하얀 머리의 청년이 옆에 있던 검은 머리 여성을 보고는 이런 말을 했다. 여자는 남자의 이런 말에 "아... 네. 그쪽은... 변함이 없네요."라고 대답했다.
남자의 이름은 '러시아', 소련의 장남이자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협회의 회장이었다.
그리고 여자의 이름은 '경민', 한국계 영국인으로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소녀는 '마리 골드쿼츠', '금잔화'라는 별칭을 가진 소녀였다. 아직 만 6세 밖에 안된 금잔화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민을 제외한 가족은 밖으로 다 나가버리고, 지금 이 거대한 저택에서 남자와 자신의 언니, 그리고 자신만 달랑 남아 있었으니.
사실, 지금 한달째 파이브 아이즈는 상당히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각자 사정이 있고 그것들이 제법 복잡한 탓에 이루어 말할 수는 없지만 여튼 그랬다. 그런데 어째서 여기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
"나 배고파, 언니."
그들 사이의 정적을 깨고 마리가 입을 열었다.
"..."
경민은 마리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조금은 곤란스러웠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남자가 "그럼 슬슬 저녁 준비를 하지."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경민도 그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요리 못하는 녀석은 가라. 손 다친다."
"그럼 제가 도와줄 거-"
"없으니까 그냥 가라. 두번은 안말한다."
"...."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요리를 시작했다.
"...."
덩그러니 남겨진 여자는 뻘쭘한 느낌을 뒤로 한 채 거실로 갔다.
"언니, 아저씨는?"
"...자기 혼자서 요리하겠대."
"안도와 줘도 돼?"
"...그냥 자기 혼자서 하겠다는데 냅두자."
"아...."
"다 됬다. 이쪽으로 와라."
경민과 마리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눈 앞에는 훈제 연어 스테이크와 버섯 크림 스프 등 갖가지 음식이 식탁 위에 있었다.
"와아..."
마리는 감탄사를 내뱉더니 식탁 앞 의자에 앉았다.
"빨리 먹자!"
"어, 응..."
마리의 말에 경민도 앉았다. 그가 앉고 나서 첫 숟갈을 뜨자 경민도 잠시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이내 빵 조각을 하나 들어 스프에 찍어 먹었다.
"맛있어!"
이크, 이 녀석이...! 경민은 놀란 눈으로 마리를 보았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런 마리를 보더니 작은 미소를 짓고는 "많이 먹어라."라고 말했다.
"..."
한껏 쫄았다가(?) 금세 고비를 넘긴 듯 보이는 경민의 숨소리에 러시아는 "걱정 마라. 너희들이 보기보다 그렇게 냉정한 사람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간 하건만...
"그러고 보니 내년이면... 네 동생, 곧 초등학교 2학년이 되겠군. 맞나?"
"아, 네. 만으로 6세이니까 내년이면 2학년으로 올라가죠."
"생일이 며칠이지? 너는 2월 26일생이지만 저 아이는 생일이 완전히 다를 거 아닌가."
"글쎄요... 제가 저 아이의 생일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급하게 살려놓은 것 뿐인데...."
"...그렇나... 알고 있으면 뭔가 생일 선물이라도 준비하려 했는데... 아쉽군..."
"그러면 성탄절 선물이나 준비해 놓기-....는 그렇겠죠?"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그때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가능할 것 같군. 제목은... '붉은 동장군으로부터의 선물'이라고 하지."
러시아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경민은 정작 '저거 분명 남일 아닐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즉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닐 것 같다'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경민은 러시아를 도와 접시오하 식시를 싱크대로 가져갔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려던 찰나 러시아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하면 손에 습진 생긴다. 비켜라."
"또?"
"어, 또 자기 혼자서 하겠대."
"러시아 아저씨는 참 친절한 것 같아! 우리한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줬잖아!"
"무, 물론... 좋은 사람이긴 하지..."
경민은 뻘쭘했다. 나중에 보복이라도 하면 끝장인데..."
경민은 이때까지 러시아가 국제 사회에서 두려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중국과 북한과 한팀이자, 현대판 히틀러.... 하지만 정작 그걸 잘 알 리가 없는 마리는 그저 해맑기만 했다.
"...언니는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응? 아, 아냐. 그냥... 좀 추워서 그래. 그냥 옷 더 껴입으면 되지, 뭐. 하하..."
경민은 그렇게 말하고는 인벤토리에서 세로로 길고 두꺼운 하얀색 털옷을 꺼내 입었다.
"그렇게 추우면 장작을 더 떼워야 하지 않겠나?"
이때, 그가 뒤에서 나타나 말했다.
"아, 아뇨, 괜찮아요. 혹시나 싶어서 옷 몇 개를 더 구비를 해놨거든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경민은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던 러시아는 이렇게 물었다.
"...역시 내가 많이 무서운 건가..."
"에?"
"네 동생은 날 그렇게 무서워 하지 않던 것 같은데..."
"..."
"널 겁주게 했다면 미안하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러시아의 말에 죄책감이 든 경민은 이렇게 말했다.
"겉으로 보기엔 차가울 줄 알았는데... 아니시네요... 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
"..."
"...??"
셋은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와아! 저 사람, 누구에요? 되게 웅장해 보여요!"
마리가 또 다시 정적을 깼다. 이번에는 어느 사람이 그려진 거대한 액자를 보고 손으로 가리켰다.
"그 사람은 내 아버지의 내 아버지이다. 이름은 '러시아 제국'이지. 내 아버지는 그와 달리 강인한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너무 무리한 나머지 일찍 돌아가셨다. 예를 들자면... '과로사'랄까."
"아..."
러시아는 또 이렇게 답했다.
"난 적어도 내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 하기야 이런 넓은 황무지를 누가 가지겠느냐만은... 한국? 미국? 아니면 일본? 한국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일본이나 미국이라면 더더욱 내놓고 싶지 않다. 그게 내 심리다."
"...."
"그리고..."
"...?"
"내 편은 더더욱 잃고 싶지가 않다... 지금으로선 그렇다."
"...."
경민은 침묵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읽었다. 그의 얼굴은 마치 굳은 결심을 한 것처럼 보였다.
"으음... 전.... 당신의 편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
"하지만 응원은 해볼게요. 러시아의 완전 자유 민주주의를 위하여!"
경민이 주먹을 쥐로 위로 살짝 올렸다. 그걸 본 러시아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응원은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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