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자 했던 모든 몸부림은 '협박'이라는 끔찍한 절망으로 다가왔다.
- 정신병자의 추락하는 절망이론
2022년 9월 28일, 양산부산대학병원의 어린이 병동
나와 엄마는 어안이 벙벙했다.
놀라기도 했고, 심지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진료 당일, 담당의사에게 '다른 의원에 다니고 있다. 약까지 처방 받고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으나 되려 의사는 '거기를 왜 다니냐? 그럴 거면 여기에 오지 말라'라고 소리를 쳤다. 게다가 9주라는 시간을 드릴테니 그 안에 당장 체중을 감량시켜 놓지 않으면 약 처방을 하지 않겠다며 협박하는 어조로 말했다. 나와 엄마는 두려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밖으로 나오니 '난 분명 그럴 려고 그런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방금 전까지의 의사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고, 심지어 화가 나기까지 했다. 결국 차 안에서 엄마와 함께 의사에 대한 뒷담을 깠다.
놀랍고 두렵기도 했던(그야말로 충격을 받은) 우리는 다시 밀양 정신의학과 의원에 연락하여 사전에 진료를 잡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알고 보니 내가 이떄까지 먹었던 약은 조증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었고, 우울 증세가 심했던 나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게다가 내 담당 의사가 고집이 강한 탓에 그렇게 된 거라고 했다. 사실 담당 의사가 잘못한 게 있지만 일단 어디를 갈 건 지에 대한 선택은 환자 본인에게 있다고 했다.
사실 내가 그 의원에 간 이유는 이렇다.
대학병원의 담당 의사는 진료를 볼 환자가 많아 짧고 굵게 대화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내가 중요한 걸 말하고 싶어도 중간에 말을 끊어 버리기 일쑤였고, 심지어 한 번만 그런 게 아니라 여러 번 했기 때문에 그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고, 결국 심리 상담사를 찾아가 현제 상황을 말하고 의원을 찾아가 몇 가지 테스트를 받고 진료를 받아 약을 처방 받았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애초에 대학병원의 의사가 내 말을 좀 들어줬으면 이런 사단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집으로 돌아온 뒤 운동과 샤워를 끝낸 나는 서둘러 폰을 가지고 침실 안으로 갔다.
그렇게 절망 3일차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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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Catcher: The Growing Positive Theory of Mental Illness
De TodoBook of My Ideas: 망가진 뇌의 영원한 상상 2 "이 세계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아가." "누가 뭐래도 넌 내 딸이다. 아무도 그걸 부정 못해." "내 사랑, 내 딸아, 나의 공주야, 너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란다." "너는 네가 생각한 것들을 글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란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어디에든 그걸 기록하렴. 넌 좋은 글 창작자가 될 수 있을 거야." "이 약 안에 네가 이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