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다.
2022년 12월 1일 목요일.
겨울이 다시 왔다.
"..."
나는 고개를 들어 맑은 하늘을 보았다.
작년에 비해 외출자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제 밖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 동안 묵혀둔 하얀색 바탕에 진분홍색 포인트의 롱 점퍼를 꺼내 입었다.
이제 이 점퍼도 겨울의 시린 공기를 막지 못할 것만 같았다.
물론 일은 해야 하는 몸이라 한 달간 오토봇 전초기지에서 지낼 참이었다. 큰 오빠가 결정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가족 사업이었지만 꽤 큰 사업이라 각 국가 정부 간의 교류도 활발했다.
나는 주로 사무 보조 업무를 담당했다. 프리드 총장(이하 "프리드 선생님")도 당분간 기지에서 지내면서 여러 업무를 총괄하며 일할 것이다.
사이버트론 행성의 지도자 "프라임"직을 맡던 "옵티머스"는 이제 나를 딸처럼 생각한다. 뭐, 그게 그렇게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예견된 일이었다. 어차피 정신 성장 측면에서 보면 그가 나보다 훨씬 더 월등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이제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 아군으로써 애정이야 가겠다만서도 나는 이제 그를 "친절한 아저씨" 쯤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전 남친이었던 옵티머스대신에 프리드 선생님이 내 곁에 있어주기로 했다. 그는 이제 옵티머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에게 할애해 주기로 했다. 나는 그를 수락했다.
오늘 나는 오늘 오토봇 군단들과 함께 한-미 연합군 훈련을 했다.
역시 거신들답게 산중 비탈길 하나는 가뿐하게 오르는 그들이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군대의 군인들을 자주 챙겨주곤 했다. 나도 그들을 챙겨주었다.
"역시 한반도는 생각 외로 자연 경치가 좋구나."
옵티머스가 말했다.
"후진국이잖아요.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지, 자연 생태계는 영 엉망이에요"
나의 비난에 그는 하하 웃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구나. 내가 미국에서 보았던 경치와는 딴 판이야."
"..."
훈련을 마친 우리는 근처 훈련소에 도착했다. 거기 건물에서 잠시 몸을 녹인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와 오토봇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경민? 왜 거기 있니? 안으로 안들어 가고?"
"...그냥... 오토봇이랑 있는 게 편해요..."
"...."
나의 대답에 옵티머스는 피식 웃었다.
"소위 인간들이 말하는 '츤데레' 같구나."
"..."
"내가 아직도 좋던?"
"그건......"
내가 무얼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 걸 말하기엔 난... 아직 어리다... 그런 나를 보고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나에게 스리슬쩍 다가오는 옵티머스. 나는 그를 피하지 않고 받아주었다. 나의 앞에 온 그는 내 몸집보다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말했다.
"아저씨는 이제... 그냥 아저씨잖아요. 나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면서..."
"...."
"....물론 제가 아저씨한테 한 잘못이 더 크고 많지만요."
"..."
"그냥 이건... 뭐랄까... 이상해요. 왜 난 자꾸... 아저씨한테 마음이 가는 건지..."
경민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런 경민의 모습에 옵티머스는 '그녀가 아직 아기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싶구나."
"...."
그의 말에 경민은 흠칫했다. 옵티머스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한번 말해보겠니? 내 앞에 있으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말했다.
"그냥... 편안해요...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 내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들어줄 사람이 내 곁에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아저씨 같은 사람은 이 지구에서 더욱이 찾기 어려우니까요.... 아마도요..."
"내가 너에게 그런 존재니?"
"아저씨는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상냥한 남자잖아요. 난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더욱 더 놓치고 싶지 않아요."
"프리드 총장도 있잖니. 그 사람은?"
"....."
아, 맞다. 그런 나의 표정을 본 옵티머스는 이렇게 말했다.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는 것 같구나, 경민아."
윽. 결국 나의 허점이 드러났다. 부끄러운 나는 점퍼 뒤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 썼다. 그런 내가 귀여운 지 그는 하하 웃었다.
"아저씨는 그런 적 없어요?"
"흐음...."
그는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글쎄다... 아무래도 전쟁 중에는 사랑이 싹트기가 어렵지 않겠니? 나는 그렇게 생각된단다."
"...그럼 이때까지 사랑 한번도 안해봤어요? 여친도 안사귀어 보고?"
"으음... 아무래도 그렇겠지?"
"...뭐에요, 그 대답은?"
나는 뽀루퉁해졌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전쟁 속에 살다 보니 사랑에 대한 건 거의 잊어버린 것 같구나. 네가 나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때가 2018이었으니, 그 시절의 나는 정말로 철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질려서 그는 나에게 이별 통보를 했으니 그 때가 올해 11월 30일 수요일이었다.
나는 또 할 말을 잃었다. 나는 두 손에 주먹을 쥐고 머리를 탕탕 때렸다.
이때, 악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라고.
나의 두 눈에서 눈물이 차올라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했다.
옵티머스는 그런 나를 보더니 다시 나를 쓰다듬었다.
"뭐, 처음이니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자책하지 말거라."
"...."
"우리도 한때 사랑에 있어서 몇 번이고 실수를 했단다. 하지만 네가 한 건 새 발에 피야. 이제 조금이나마 알았으니 다음 번엔 조금 더 나아질 테고."
"..."
나는 고개를 두 팔에 파묻었다. 그러자 옵티머스는 한숨을 쉬더니 내 모자를 벗기고 두 손으로 나를 안아서 들었다.
"...?"
나는 고개를 들어 옵티머스를 보았다. 그는 나를 든 두 손을 더 높이더니 내 시선을 그의 시선에 맞추었다. 그러더니 다가가 내 오른쪽 뺨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맞추었다.
"?!"
"착하지?"
나는 놀랐다. 아무리 며칠 전에 헤어졌다고 하지만 이런 건 관계 법칙에서 완전히 어긋하는 일이었다.
"방금 건 그냥... 널 달래주기 위한 거란다. 절대로 네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란다."
그는 나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사랑은... 정말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단다. 네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
"넌 못난 존재가 아냐. 그리고 난 널 미워하지 않아. 돌아올 수 있으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 그건 내가 장담하마. 아, 그리고 이걸 네가 알려나 모르겠는데,"
그는 손가락으로 슬쩍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들어 올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도 네가 첫사랑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
한편, 알프레드는 경민을 한참이나 찾고 있었다.
"야, 경민! 너 대체 어디에 있-"
그가 오토봇이 있는 건물에 들어 왔을 즈음, 그의 눈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
그의 맞은편 저 먼치에서 웬 거구의 로봇이 알프레드의 잠든 여동생을 품에 안고 있지 않은가. 알프레드를 발견한 로봇은 그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경민을 좀 데려가주시오.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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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I LEGGENDO
Dream Catcher: The Growing Positive Theory of Mental Illness
CasualeBook of My Ideas: 망가진 뇌의 영원한 상상 2 "이 세계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아가." "누가 뭐래도 넌 내 딸이다. 아무도 그걸 부정 못해." "내 사랑, 내 딸아, 나의 공주야, 너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란다." "너는 네가 생각한 것들을 글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란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어디에든 그걸 기록하렴. 넌 좋은 글 창작자가 될 수 있을 거야." "이 약 안에 네가 이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