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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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라떼 한 잔으로 버티던 어느 오후.

한 동료가 휴게실에 들어와 이렇게 물었다.

"혹시 저 난로, 선생님이 켰어요?"

"아, 네. 그거 꺼진 거 아니에요?"

"켜져 있던데요?"

"네?"

나는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동료는 내게 "저거 계속 켜져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순간 내 머릿속은 하얗게 번졌고 나는 몇 마디의 말도 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연정 선생님은 "이거 계속 켜 놓으면 안돼요. 점심시간 되면 꺼놔야 해요"라며 휴게실을 나갔다. 나는 벙쪄서 창문 너머 멀리 있는 난로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조금 진정이 된 듯

"아니, 나 저거 꺼진 줄 알았-"

말하다가 이내 다시 말문이 턱 막혔다.

어쩌다가 이 사단이 났지? 싶다가도 이내 사건의 발단을 뒤돌아 보았다. 분명 켜질 때 소리가 나서 연료 바닥나서 꺼진 줄 알았는데, 이때까지 켜져 있었단다. 어이가 없었지만 내가 한 실수이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

2시가 되어 밖으로 나온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기에 나는 난로를 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난로를 보았다가 이내 옆으로 움직여 가로막 너머의 거미줄의 거미들을 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좀처럼 진정될 줄 몰랐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자, 여기 아이스 커피 좀 마시거라."

내 옆에 온 브라이트가 아이스 커피가 든 종이컵을 내 앞 책상 위에 놓았다. 나는 커피를 보더니 이내 컵을 들고 커피를 원샷 했다.

"이제 진정 좀 되느냐?"

"...모르겠어요."

나의 대답에 브라이트는 한숨을 쉬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 물론 그런 실수를 통해 중요한 걸 배우기도 한단다. 너도 네가 한 실수가 뭔지는 잘 알테고."

"저 난로 꺼진 줄 알았는데 이때까지 켜져 있었대요. 그게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도 없고..."

"대부분은 그렇지. 그렇다고 그 환경을 탓할 순 없잖니, 아가. 기계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제 스스로 작동될 일이 없단다."

"...그건 아는데요-"

"아까 네가 아침에 저걸 켰다고 하지 않았니?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일은 없잖으냐."

"..."

"여튼 이번 일은 네 탓이지만... 다시는 안그러면 되잖니. 한 번까지는 괜찮지만 다시는 그러지 말거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숙였다.

"안하던 걸 갑자기 하니 헷갈릴 수는 있단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안떨어지리란 보장이 없잖니. 가끔은 그런 실수는 한번 정도는 괜찮단다. 중요한 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떨어진 자리에서 어떻게 일어서느냐가 문제지. 그건 경민이 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잖니."

"...."

"가끔은 떨어져도 괜찮단다. 하지만 인생은 멈추는 법이 없어. 그 뒤에 네가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란다. 그땐 실수를 좀 했지만, 그 뒤에 너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테니까."

"....네..."

나의 대답에 브라이트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내 팔의 상박 부분을 탁탁 두드렸다.

"넌 잘 하고 있어. 한 건 또 배웠으니 이젠 괜찮을 게다. 난 이만 가보마.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렴."

브라이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펑!" 소리와 함께 연기를 내곤 사라졌다.

"...."

나는 한숨을 쉬었다. 덕분에 마음이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쓰라렸다. 다신 저거 안켜야겠다. 나는 그렇게 다짐하고 일에 집중했다.

Dream Catcher: The Growing Positive Theory of Mental IllnessTahanan ng mga kuwento. Tumuklas nga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