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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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어서 할 말을 잃은 나를 두고 뉴비가 쉬지 않고 조잘거렸다.
 
[전체] 일휘일비: 왜 대답이 없어요?
[전체] 일휘일비: 이런거 다 도와주냐고요
[전체] 일휘일비: ???
[전체] 오늘은일요일: 뭐요
[전체] 일휘일비: 다른 사람도 다 도와줘요?
 
채팅을 보는 것만으로 시끄러웠다.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아무래도 미친놈한테 잘못 걸린 것 같다. 혹시 얘를 패던 인파이터도 이 지랄을 참지 못했던 건가? 내가 괜히 끼어든 거고?
내게 처맞고 사라진 인파이터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졌다. 얘기라도 들어 보고 끼어들걸. 돌아와, 진해군대장독수리…….
 
[전체] 일휘일비: 저지금 6번째 물어보는건데
[전체] 일휘일비: 대답해주면 안돼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네 안돼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꺼지세요
 
이런 놈은 무시하는 게 상책이었다.
원래 여기 온 목적대로 몬스터를 죽이러 가는데, 뉴비가 뒤를 졸졸 쫓아왔다.
 
[전체] 일휘일비: 왜 안돼요?
[전체] 일휘일비: 대답해주기 어려운건 아니지않나
[전체] 일휘일비: 도움받은 입장에서 그냥 궁금한건데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ㅋㅋ;
[전체] 오늘은일요일: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갈길 가세요
[전체] 일휘일비: 그럼 저 던전도는거 도와주세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
[전체] 오늘은일요일: 님 던전도는거 도와달라고요?
[전체] 일휘일비: 넹
 
“…….”
슬슬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을 느끼며 깊게 심호흡했다.
참자. 여기서 무기를 휘둘러 봤자 아까 떠나간 인파이터랑 똑같은 수준이 된다. 우리 뉴비 친구가 좀 뻔뻔하다고 해서 냅다 팰 수는 없지.
 
[전체] 오늘은일요일: 제가 님 던전도는걸
[전체] 오늘은일요일: 왜 도와줘야함...ㅎ
[전체] 일휘일비: 도와줄 수도 있죠
[전체] 일휘일비: 저 뉴비인데?
[전체] 오늘은일요일: 님 뉴비인데 뭐 어쩌라고
[전체] 일휘일비: 원래 고인물들은 뉴비 도와주는거 좋아하잖아요
[전체] 일휘일비: 저 친구도 없어서 렙업하기 너무 힘들어요
[전체] 일휘일비: 도와주면 안돼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세상 어떤 뉴비가 이딴식으로 부탁을 함ㅋㅋ
[전체] 일휘일비: 그럼 다른 뉴비는 어떻게 부탁하는데요?
 
뭐 이리 질문이 많은지 모르겠다. 그냥 채널 이동을 할까.
 
[전체] 오늘은일요일: 저도 모르지만 이렇게는 안하겠죠ㅎㅎ
[전체] 일휘일비: 그냥 도와주면 안댐?
[전체] 오늘은일요일: 네 안돼요 꺼지세요
 
쉴 새 없이 조잘거리던 뉴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제야 말이 통한 건가 생각한 그 순간이었다.
 
[전체] 일휘일비: 그럼
[전체] 일휘일비: 저 길드 들어가도 돼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
[전체] 오늘은일요일: 설마 내 길드 말하는거?
[전체] 일휘일비: 넹
 
그쯤에서 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구나.
 
[전체] 오늘은일요일: ㅋㅋㅋㅋ
[전체] 오늘은일요일: 제 길드를 갑자기 왜 와요ㅋㅋㅋㅋ
[전체] 일휘일비: 지금 1위 길드잖아요
[전체] 일휘일비: 그리고 저 도와주는거 보고 님한테 반했어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ㅋㅋㅋㅋㅋㅋ
 
정말 이런 터무니없는 요구는 난생처음 들어 본다.
지금껏 게임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또라이들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여러모로 대단한 새끼였다.
 
[전체] 일휘일비: 진심인데요
[전체] 일휘일비: 안돼요?
 
시발, 저놈의 ‘안 돼요?’ 좀 그만할 수 없나.
 
[전체] 오늘은일요일: 되겠냐고요ㅋㅋㅋㅋㅋ
[전체] 일휘일비: 왜 안되는데요?
[전체] 일휘일비: 제가 뉴비라서?
 
방금까지 왜 도와줬냐고 난리더니 이번에는 길드에 초대해 달라고 난리다. 해탈해 버린 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차분하게 채팅을 쳤다.
 
[전체] 오늘은일요일: 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초대를 해요
[전체] 일휘일비: 원래 다 그렇게 길드 들어가는거잖아요
[전체] 일휘일비: 길드 들어가서 알아가면 되죠
[전체] 일휘일비: 저 이거 본캐고 완전 열심히 할거니까
[전체] 일휘일비: 접을 걱정도 안해도 돼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네 좋네요 열심히 하시구요
 
뉴비가 옆에서 떠드는 내내 몬스터를 잡았더니 어느새 필요했던 정기 아이템 20개를 다 모았다. 나는 미리 채널 이동 창을 띄워 둔 채로 상쾌하게 마지막 인사를 날렸다.
 
[전체] 오늘은일요일: 전 이만 갑니다 즐겜하든가말든가
 
채팅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다른 채널로 이동했다. 짧은 로딩이 끝나고 다시 나타난 화면에는 뉴비 없이 내 캐릭터만 혼자 서 있었다. 아, 속 시원해.
그래도 덕분에 몬스터 잡는 동안 심심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저 미친 뉴비의 미래가 파란만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엔셔 숲을 빠져나갔다.
 
***
 
다음날, 간만에 길드원들이랑 다 같이 레이드를 돌고 나온 나를 부길마인 마하가 어딘가 찝찝한 기색으로 불렀다.
 
[길드] 마하: 일욜
[길드] 마하: 혹시 신입 받는다고 떠들고 다녔음?
[길드] 오늘은일요일: ??
[길드] 류페: 오잉
[길드] rxrx78: 우리 신입 들어옴?
[길드] 오늘은일요일: ㄴㄴ그런적 없는디
[길드] 마하: 지금 어떤 사람이 나한테 친추해서
[길드] 마하: 길드 들어오고 싶다고 하는데?
[길드] 마하: 너랑 아는 사이래
[길드] 오늘은일요일: ????
[길드] 마하: 일단 확인해보고 대답주겠다고 했음
[길드] 오늘은일요일: 닉이 뭔데
[길드] 마하: 일휘일비
 
“이 미친…….”
닉네임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욕설이 툭 튀어나왔다. 마하의 채팅에 잊고 있었던 어제의 악몽이 다시금 떠올랐다.
저 미친 뉴비 자식이 기어코 부길마한테 친추를 걸고 내 이름을 팔아먹은 것이다. 정말 기가 막혀서 기절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또라이 같을 수가 있지? 이 정도면 박수 쳐 줘야 한다.
 
[길드] 오늘은일요일: 아는 사이 절대 아니고
[길드] 오늘은일요일: 미친놈이니까 상종하지마 걍 꺼지라해
[길드] 마하: ?
[길드] 마하: 왜 먼데
[길드] 영화별론가: 먼일임?
[길드] sky004: 누군데요?
[길드] 여여랑: 일휘일비가 ㄴㄱ?
[길드] 오늘은일요일: 어제 만난 뉴비인데
[길드] 오늘은일요일: 피빕으로 맞고 있길래 도와줬더니
[길드] 오늘은일요일: 자꾸 길드 들어가게 해달라고 난리친놈이야
 
뭔가 뒷담 하는 모양새라 좀 찝찝했지만… 어쨌든 설명은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길드] 오늘은일요일: 거절해
[길드] 오늘은일요일: 거절하고 친삭ㄱ
[길드] 마하: ;; ㅇㅋ
[길드] 영화별론가: 일욜님이 도와줫는데 고마운줄 모르고 저러는거?
[길드] 좋은날씨: 헤엑
[길드] 좋은날씨: 제대로 잘못걸리션네
[길드] 류페: 양심 어디?
[길드] rxrx78: 요즘 세상에 또라이 개많음
[길드] rxrx78: 조심해야함ㅠ
[길드] 저6천원있어요: ㅇㅈ
[길드] 마하: 거절했다
[길드] 마하: 내가 아니라 길마가 거절한거라고 알려주고 친삭함ㅋ
[길드] 류페: 그걸 또 전달을ㅋㅋㅋㅋㅋ
[길드] 마하: 개또라이라며
[길드] 마하: 난 엮이기 싫음 ㅅㄱ
[길드] 오늘은일요일: ㅅ1발
[길드] 여여랑: 천재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영화별론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리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부길마의 행태에 울분이 치솟았지만 이미 끝난 일이었다.
그래도 그 뉴비가 억지를 부릴 상대가 더는 남아 있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한 그때였다.
 
[서버] 일휘일비: 오늘은일요일 <-이분 현재 위치 알려주면 1만골 우편으로 보내드립니다 제보주세요ㅎㅎ
 
“……?”
화면 상단에 붉은 글씨로 뜬 서버 확성기 메시지를 보고서 두 눈을 의심했다.
‘잠깐만.’
오늘은일요일? 저거 나잖아?
 
[길드] 저6천원있어요: ???
[길드] rxrx78: 어뭐야
[길드] 좋은날씨: 내가 눈이 삣나 방금 멀본거지?
[길드] 마하: 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마하: 야 너 찾는데?ㅋㅋㅋㅋ
[길드] 여여랑: 머야 저거 우리 길마님이야???
[길드] 류페: ㄷㄷㄷㄷ
[길드] 불좀켜줄래: 와 진성 개또라이다 ㄹㅇ;
[길드] sky004: 스발 이걸 서버챗을 때려버리넼ㅋㅋㅋㅋ
 
“하, 시발…….”
상상도 못한 상황에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저 새끼 혹시 전생에 나랑 원수지간이었나? 아니면 예전에 나한테 된통 당한 누군가가 원한을 품고 부캐로 저 지랄을 하는 걸까? 그리 클린한 게임 인생을 살아온 건 아니라서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서버] 영화별론가: 일욜님 지금 통곡의 종 레이드 입구 앞에 계세요^^~
[서버] 일휘일비: 감사합니다 우편 드렸어요^^
 
[길드] 여여랑: 아미칰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sky004: ㄲㅂ 늦었다
[길드] 좋은날씨: 아 내가 할랬는데!!!
[길드] 마하: 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rxrx78: 일욜님 위치 길드원이 다 털고다니네;;
 
그 와중에 길드원들은 남의 일이라고 아주 신이 났다.
뻐근한 뒷목을 느끼며 키보드를 쳤다. 내 과격한 손짓에 키보드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퍽퍽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길드] 오늘은일요일: 진짜 두1지고 싶음? **
[길드] 마하: 아 ㅈㄴ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여여랑: 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류페: 이건 일욜님이 개패도 ㅇㅈ이지ㅋㅋㅋㅋㅋㅋ
[길드] 영화별론가: 죄송합니다 일욜님....
[길드] 영화별론가: 그치만 저요즘 돈없는거 아시잔아요
[길드] 영화별론가: 헐 님들ㄷㄷㄷㄷ 진짜 우편옴ㄷㄷㄷㄷ
[길드] 영화별론가: 대박~~!!
[길드] 오늘은일요일: 개1새끼야
[길드] 영화별론가: 1만골 개이득 ㅅㅅㅅㅅㅅ
[길드] 여여랑: ㅅㅅㅅㅅ
[길드] sky004: 아부러워ㅜ
[길드] 저6천원있어요: 저 1만골이 내거여야 했는데ㅡㅡ
 
이 새끼들이 정말 내 길드원이 맞는지 모르겠다. 틈날 때마다 길마 뒤통수칠 궁리만 하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길드원이냐고.
“후우…….”
빡쳐서 쿵쾅거리는 심장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옆에 있는 영화별론가 캐릭터에게 거래를 신청했다.
 
[길드] 오늘은일요일: 됐고
[길드] 오늘은일요일: 남는 확성기나 내놓으셈
[길드] 영화별론가: 덕분에 1만골 벌었으니까 고정도는 당빠 드리겠읍니다
 
영화별론가에게 확성기를 삥 뜯은 나는 곧장 사용하기를 눌렀다.
‘감히 돈으로 장난질을 쳐?’
그것도 뉴비 주제에?
제대로 된 돈지랄이 뭔지 내가 보여 준다. 비릿하게 웃으며 확성기를 사용했다.
 
[서버] 오늘은일요일: 일휘일비 이 유저 죽여서 킬로그 인증하면 2만골 우편으로 바로쏨 여러번 죽이면 여러번 보냄
[서버] 오늘은일요일: 킬로그는 스샷 찍어서 자게로 인증부탁 ^^

মই প্ৰতিদ্বন্দ্বী হোৱা বন্ধ কৰি দিম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