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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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오늘은일요일: 쪼렙도 입기 좋은게
[길드] 오늘은일요일: 아트레 세트가 맞음?
[길드] 마하: ㅇㅇ
[길드] rxrx78: 그럴걸요?
[길드] rxrx78: 기본 능력치가 ㄱㅊ아서
[길드] rxrx78: 레벨에 따라 강화만 대충 좀 해줘도 쓸만할듯
[길드] 마하: 근데 무기는 ㄴㄴ
[길드] 마하: 방어구만
 
무사히 탑 던전을 클리어한 나는 나오자마자 일휘일비에게 줄 장비부터 뒤져 봤다.
이 미친놈이, 아무리 만렙 이전에는 장비의 중요성이 낮다지만 10레벨에서나 겨우 낄 만한 장비를 끼고 다니면 어떡하냐고.
문제는 난 딱히 부캐를 키우는 취향이 아니었고, 지난 1년간 흔적과의 길드 전쟁을 준비하느라 쪼렙 유저들이 어떤 장비를 착용하고 쓰는지 잘 알지 못했다.
 
[길드] 오늘은일요일: 그럼 무기는 뭐쓰는데?
 
역시 이럴 때 필요한 건 길드지. 마침 길드에는 내 지식 창고로 쓰기 아주 적당한 놈들이 많았다. 틈만 나면 부캐 키우면서 시간 때우는 놈들 말이다.
 
[길드] 불좀켜줄래: 누구 쓰는건데요?
[길드] 불좀켜줄래: 부캐키우세요?
[길드] 오늘은일요일: ㄴㄴ
[길드] 오늘은일요일: 추적자
[길드] 마하: ㅋ
[길드] 좋은날씨: 일휘일비가 추적자 아님?
[길드] 류페: 어? 이거 완전....
[길드] 아스타로트: 헐
[길드] 아스타로트: 그 뉴비 사줄라고요??
[길드] 여여랑: 추적자 쪼렙이면 공속 3 이상이면 아무거나 ㄱㅊ
[길드] 오늘은일요일: ㄳ
[길드] 마하: 걍 그럴거면
[길드] 마하: 길드에 처넣든가
[길드] 마하: 이게 뭐하는거여
[길드] rxrx78: ㄹㅇ자꾸 몰래 만나시는데
[길드] rxrx78: 길드에 넣어서 당당하게 데이트 하세요
[길드] 오늘은일요일: 아니ㅡㅡ
[길드] 오늘은일요일: 무슨 이상한 거지같은걸 입고 다니니까 그런거임
[길드] 오늘은일요일: 적당해야지 너무심해서
[길드] 영화별론가: 그정도믄
[길드] 영화별론가: 상점에서 암거나 사서 던져줘도 되지않나
[길드] 오늘은일요일: 미쳤음?
[길드] 오늘은일요일: 그런거 주면 흔적이 졸라 비웃잔아;;
[길드] 마하: 진심 쓰잘데기없는 자존심
[길드] 영화별론가: ㅇㅎ 아예 일휘일비=흔적으로 가는건가여?ㅋㅋㅋㅋㅋ
[길드] 류페: 일욜님이 맞다는데 우리가 아니라고 해밧자 머
[길드] 좋은날씨: 흠
[길드] 좋은날씨: 난 암만봐두 아닌거같든뎅
[길드] 마하: ㄴㄷ
[길드] 저6천원있어요: 긍데 흔적=일휘일비 아니면 어케되는거임?
[길드] 저6천원있어요: 그 뉴비가 흔적이여도 본전인건데
[길드] 저6천원있어요: 만약 아니면.....
[길드] 마하: 개쪽당하는거고 끝인거지
 
‘일휘일비가 흔적이 아니라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경매장을 켰다. 일휘일비가 흔적이 아니라기엔 레이드 던전에서 느꼈던 감각이 아직도 선명했다.
내가 일휘일비가 흔적이 맞는지 시험해 볼 때, 일휘일비도 과연 자신을 내가 알아볼 수 있을지 시험해 보지 않았던가. 나를 대하는 태도, 게임 실력, 비슷한 생각까지. 아무리 봐도 일휘일비는 흔적이었다.
‘나한테 저런 식으로 구는 또라이가 한 명밖에 없기도 하고.’
찝찝한 마음을 떨쳐 내고 본격적으로 경매장을 뒤져 봤다. 아트레 세트라고 했지. 무기는 공속이 붙은 단검으로 하고… 아, 맞다.
 
[파티] 오늘은일요일: 너 몇렙이야지금
[파티] 일휘일비: 네?
 
길드원과 대화하고 경매장을 뒤져 보는 동안 얌전히 내 옆에 앉아 있던 일휘일비가 곧장 대답해 왔다.
 
[파티] 일휘일비: 저 이제 72요
 
원래 60레벨 대 아니었나. 방금 탑을 클리어하면서 경험치를 제법 쏠쏠하게 챙겼나 본데.
 
[파티] 일휘일비: 저 장비 사주게요?
 
쓸데없이 눈치만 빠르네.
사 주려고 하긴 했지만, 굳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서 무시하고 경매장만 뒤졌다. 묵묵부답인 나를 두고 뭐에 꽂혔는지 일휘일비가 신나게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파티] 일휘일비: 왜요?
[파티] 일휘일비: 저 맞고 다니니까 불쌍해요?
[파티] 일휘일비: 이왕 사줄거면 좋은거 사주세요
[파티] 일휘일비: 저 안그래도 나중에 사려고한거 있는데
[파티] 일휘일비: 그거 사주세요
[파티] 오늘은일요일: ;;
[파티] 오늘은일요일: ㅈㄴ뻔뻔하네
[파티] 오늘은일요일: 그래서 뭔데ㅡㅡ
[파티] 일휘일비: ㅋㅋㅋㅋㅋ
[파티] 일휘일비: 월식 R버전 7강 단검이요ㅎㅎ
 
월식 R 버전 단검이라고? 7강? 일휘일비가 말한 무기를 검색해 본 나는 눈가를 찌푸렸다.
 
[파티] 오늘은일요일: 이거 만렙 전용 무기잖아
[파티] 일휘일비: 네 저 만렙 찍으면 쓸라고 점찍어둔거예요^.^~
[파티] 오늘은일요일: 미친놈인가ㅋㅋㅋㅋㅋㅋ
 
웬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길래 만렙 전까지 쓸 만한 장비를 사 주려고 했더니 만렙 전용 장비를 사 달라고 하냐? 심지어 가격도 비쌌다.
 
[파티] 오늘은일요일: 설마 만렙 찍자마자 이거 사려고
[파티] 오늘은일요일: 장비에 돈 안쓴거 아니지?
[파티] 일휘일비: 설마요
[파티] 일휘일비: 지금은 그냥 귀찮아서 안산거라니깐요
[파티] 오늘은일요일: 그럼 네가 만렙찍고 처사 ㅅㅂ
[파티] 일휘일비: 어차피 템 사줄건데 저거 사줘요
 
진짜 뭘 믿고 이렇게 뻔뻔한 거지? 얘 혹시 흔적이 아니라 나 등쳐 먹으려고 다른 새끼가 흔적인 척하는 거 아니겠지?
 
[파티] 오늘은일요일: 어차피 사줘봤자 만렙 아니라서 끼지도 못하는거
[파티] 오늘은일요일: 아트레 세트나 처껴라
[파티] 일휘일비: 잉ㅠㅠ
 
되지도 않는 아양을 떠는 채팅을 외면하고 원래 목적이었던 아트레 세트를 사려고 하려는 그때였다. 서버 채팅이 화면 상단에 붉은 글씨로 크게 떠올랐다.
 
[서버] 노퓨쳐: 어나더 길드의 길마인 흔적님이 한달만에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서버] 노퓨쳐: 그간 동결이었던 어나더 길드도 활동을 다시 재개합니다ㅎ
 
“……뭐?”
 
[서버] 노퓨쳐: 길드 가입 신청은 낼부터 받습니다~
 
“뭐?”
멍하니 화면에 뜬 채팅을 바라봤다. 어나더 길드가 활동을 재개해? 길마인 흔적이 한 달 만에 무사히 복귀했다고?
“뭐야, 시발!”
다급히 일어서서 모니터를 붙잡고 화면을 노려봤지만, 서버 메시지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흔적이 복귀를 해? 일휘일비가 지금 내 옆에 있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길드] 여여랑: ????
[길드] 저6천원있어요: 뭐임 **??
[길드] 여여랑: 님들 방금 확성기 봤어요?
[길드] 아스타로트: 내 눈이 잘못된거 아니지?
[길드] 아스타로트: 흔적이라고?
[길드] rxrx78: ?
[길드] 마하: 흔적 복귀했다는데?
[길드] 마하: 일휘일비가 흔적이라며?
[길드] 영화별론가: 와아니 와 뭐여????
[길드] 불좀켜줄래: 노퓨져<- 얘 어나더 부길마 맞죠?
[길드] 좋은날씨: ㅇㅇ 흔적 계삭한뒤로 그사람이 길마됐는데
[길드] 아스타로트: 헐..
[길드] 아스타로트: 그럼 ㄹㅇ복귀했나?
 
나와 마찬가지로 길드원들도 다들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넋이 나간 나를 두고 발 빠르게 정보를 찾아낸 마하가 이어서 채팅을 쳤다.
 
[길드] 마하: 길드 정보 보니까
[길드] 마하: 흔적이 길마로 변경됐네
[길드] 마하: 노퓨쳐가 다시 부길마로 내려갔음
[길드] 좋은날씨: 와 ㅅ1발...
[길드] sky004: ㄷㄷ
 
마하의 채팅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길드 정보창을 열어서 ‘Another’를 검색했다. 그러자 정말로, 길드 마스터에 ‘heunJeok’ 닉네임이 올라와 있었다.
‘그럼… 일휘일비는 대체 누군데?’
중앙에 띄워진 길드 정보창을 아래로 내리자 내 옆에 서 있는 일휘일비가 나타났다.
정말로… 일휘일비가 흔적이 아니라고? 내가 착각했던 거야?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켜들었다. 이게 모두 다 내 오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황망해진 나를 두고 일휘일비가 말했다.
 
[파티] 일휘일비: 흠 뭐지
[파티] 일휘일비: 오일님?
[파티] 일휘일비: 일단 좀 알아보고 와야할 것 같아서
[파티] 일휘일비: ㄱㄷ리세요
 
“무슨…….”
알아보겠다, 이 채팅을 남긴 일휘일비가 파티를 떠났다. 아니, 아예 캐릭터 자체가 사라졌다.
대답도 듣지 않고 가 버린 일휘일비의 모습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서 잠시간 멍하니 있던 나는 곧이어 솟구치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새끼가… 설마 지금 도망친 거야?”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다 나왔다. 내가 자신을 흔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걸 뻔히 다 알면서 변명 한마디 없이 사라져 버린 일휘일비가 너무나도 짜증 났다.
뜨겁게 타오르는 속을 느끼며 힘이 잔뜩 들어간 미간을 꾹 눌렀다. 일단 침착하자. 이성을 잃고 화내 봤자 당사자는 이미 사라져 버렸고, 넋 놓고 있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일휘일비가 흔적이 아니라면 설명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 많잖아.’
애써 속을 가라앉히고서 차분하게 일휘일비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PK를 당하는 일휘일비를 도와줬고, 그런 나에게 일휘일비는 예전부터 아주 잘 알던 사이처럼 말을 걸어왔다. 그 내용은 시비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도 일휘일비가 흔적이어야만 가능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해야 나한테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지 꿰뚫어 보고 있던 그 태도까지도. 과거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일휘일비가 흔적이 맞다는 확신만 커졌다.
“미치겠네.”
변명 없이 사라진 일휘일비를 계속 흔적이라고 믿는 나 자신이 갑갑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화면 구석에 치워 놨던 길드 정보창을 다시 켠 그 순간이었다.
“어?”
아까 봤던 ‘Another’ 길드의 정보. 나는 그 내용에서 예전과 다른 부분을 발견했다.

মই প্ৰতিদ্বন্দ্বী হোৱা বন্ধ কৰি দিম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