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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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쥐안에든독: 으잉
[파티] 쥐안에든독: 머야 왜죽음?
[파티] 빚과송금: 누구 죽었어요?
[파티] 빚과송금: ㅇ?진짜네
[파티] 나의라임나무: 해월님 궁극기 삑내고 죽으심...;-;
 
다행히 레이드가 끝나고 보상 타임이라 죽은 파티원을 살릴 수 있었다. 나는 쓰러져 있는 서정연의 캐릭터에게 부활 아이템을 써 주며 물었다.
“잘하다가 왜 이러냐?”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죠.]
“컨트롤 어디다 갖다 버리고 실수래. 실수라기엔 너무 쉽고 기본적인 걸 삑 냈잖아. 기껏 칭찬하자마자 이러면 내가 뭐가 돼?”
[원래 칭찬 안 하던 사람이 칭찬하면 막 실수하게 되는 거 알죠? 그러게 왜 절 칭찬했어요? 도해준 씨 때문에 실수했네.]
“이걸 내 탓하냐? 진짜 징하다.”
[몰라요. 아무튼 이번 건 저도 억울해요.]
까칠하게 대답한 서정연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것참, 억울할 것도 많다.
서정연이 억울하든 말든 레이드는 무사히 끝났으니 보상을 먹고 다음 레이드를 가야겠다. 만렙 탱커가 있으니까 편하고 속도도 빨라서 오늘은 레이드를 많으면 다섯 번도 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렙이 코앞이니까 일정을 조금 타이트하게 잡아도 되겠지. 속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보상을 챙기고 두 번째로 갈 만한 레이드 목록을 뒤지던 그때였다.
 
[파티] 나의라임나무: 보니까 해월님이 젤 뉴비신거같네영
[파티] 나의라임나무: 레이드 헤매는 부분도 많은거 같고
[파티] 나의라임나무: 해월님 전투때 제 옆에 붙어있으면 방어력 더 높아지니까 죽지않게 조심하세여!ㅠ.ㅜ
[파티] 빚과송금: 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쥐안에든독: ㄹㅇ어케아셧지 해월님이 젤 흐접이긴함~
[파티] 빚과송금: 뉴비인데 두번만 죽은거면 아주 양호하죠ㅎ
[파티] haewo1: ㅋㅋ
 
“……?”
이거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나는 뒤늦게 내가 놓친 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서정연이 선수를 친 뒤였다.
 
[파티] haewo1: 저 뉴비 맞아요
[파티] haewo1: 지온님이 꼬셔서 이번에 시작한거거든요ㅎㅎ
[파티] haewo1: 죽어서 ㅈㅅㅠㅠ 논타겟이라 맞추기 어렵네요
[파티] 빚과송금: 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나의라임나무: ㅇㅎ
[파티] 나의라임나무: ㄱㅊ아여 뉴비는 죽어도댐
 
“자, 잠깐……!”
다급히 키보드에 손을 올렸지만 이미 ‘해월은 뉴비 유저다’라고 결정이 난 대화에 어떻게 끼어들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서정연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서 내기한 걸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나 진짜 멍청이인가?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어! 원하는 걸 들어준다는 대가까지 걸어 놓고!
큰 충격과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두고 서정연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거로 내기는 제가 이겼네요.]
“그…….”
[내일은 알바 쉰다고 했고… 이틀 뒤에 카페에서 봐요. 무슨 소원을 빌지 벌써 고민되네요.]
“하…….”
망했다.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뱉었다.
 
***
 
이틀 뒤, 여느 때처럼 내가 일하는 카페로 찾아온 서정연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보내왔다.
“고생이 많네요.”
“…어서 오세요.”
웃음과 함께 살살 접히는 기다란 눈매가 엄청 재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리 꺼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바로 뒤 주방에서 사장님이 음료를 만들고 있는 탓에 그럴 수 없었다.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와 생크림 조각 케이크 하나요. 오늘도 8시 넘어서 끝나요?”
“네. 총 7,100원입니다. 카드 받았습니다.”
“퇴근할 때 맞춰서 다시 올게요.”
“……왜.”
포스기를 두드리며 계산하는 동시에 소리 낮춰서 물었다. 경계심 가득한 내 태도에 서정연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당연히 내기에서 이긴 대가를 받아 가려고 그러죠. 제가 원하는 거 들어줘야 하는데, 설마 거절하는 건 아니죠? 알바 끝날 때 맞춰 올게요.”
“그럴 필요 없이 그냥 지금 말하면 되잖아.”
“말하고 끝이 아니라 같이 해야 하는 거라서 그래요. 어제 만렙도 찍었으니까 급한 일도 없지 않아요?”
“…….”
그건… 그랬다. 알바를 쉰 어제, 임소희가 맡긴 디자인 일도 어느 정도 진행해 두고 부캐도 드디어 만렙을 찍었다.
네 명 모두 200레벨을 찍었으니 이제 남은 건 길드에 들어가는 일뿐이었다. 200레벨을 찍은 순간이 새벽이 넘어간 시간이라서 길드 문제는 내일 이어서 생각하기로 얘기를 끝내 둔 상태였다.
“오히려 그래서 더 중요한 날 아니야? 길드 들어가야 하는데, 쓸데없는 일로 시간 끌면 안 되잖아.”
“하루 정도 늦어진다고 해도 큰일이 생기진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계산을 마친 내게 카드와 진동 벨을 받아 간 서정연이 미련 없이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 서정연이 주문한 샷 추가 아메리카노만 떠맡게 된 나는 침울하게 커피머신 앞으로 이동했다.
‘대체 뭘 시키려고 저러는 거지?’
날 보며 웃던 서정연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잔에 얼음을 넣으며 눈가를 찌푸렸다.
‘저 웃는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막 길거리에서 춤을 추라거나… 그런 이상한 짓 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 정도로 미친놈일 리가.’
애써 아닐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끝도 없이 치솟는 불안감을 다스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해준아.”
나중에 크게 후회하기 전에 서정연에게 어른의 체통을 지키라고 말이라도 해 놔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를 사장님이 불렀다.
“뭐가 그렇게 심각해? 잔 깨지겠다.”
“아뇨, 잠깐 다른 생각을 좀… 왜 그러세요?”
“너 저번에 잘생긴 단골손님이랑 무슨 일이 있던 것 같은데. 그건 잘 해결됐어?”
무슨 일? 아, 예전에 서정연이 내 핸드폰 번호 물어봤을 때를 말하는 건가? 나는 멋쩍은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별건 아니고 그 손님이 사소한 오해를 좀 했더라고요. 얘기로 잘 풀었어요.”
“그래? 다행이다! 그럼 단골손님한테 주문한 음료 갖다 주면서 서비스도 같이 전해 줄래?”
“서비스…요?”
이런 타이밍에 하필 서비스를? 그것도 내가 직접 갖다 주라고?
입꼬리를 힘겹게 올린 채로 굳어 버린 내가 보이지도 않는지, 사장님이 신난 표정으로 설명을 이었다.
“내가 저번에 알려 줬었지? 요즘 디저트 신메뉴 구상하고 있다고.”
“아, 네…….”
“직접 만든 크림이 들어간 마카롱이랑 크런치 초코케이크야.”
“…….”
하필 메뉴가 디저트고, 그것도 달기로 유명한 마카롱과 초코케이크라니.
“남편이 한번 먹어 봤는데 괜찮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번에는 매장을 자주 찾아 주시는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나눠 드리고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어. 오늘은 우선 마카롱만!”
“아, 음, 그… 사장님.”
“단골손님들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넉넉하게 만들었어. 카운터에 미리 꺼내 둘 테니까 아메리카노 다 만들면 꼭 같이 챙겨.”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신나 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서정연이 단 음식을 싫어한다는 얘기를 도저히 입 밖으로 뱉을 수 없었다. 기분 좋게 웃은 사장님이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날 보며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저 단골손님이 널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부탁할게. 마카롱 주면서 먹어 보고 맛은 어떤지 후기를 들려주면 아주 고마울 거라고 말도 전해 줘.”
“……네.”
결국 사장님을 말리지 못한 나는 다 만든 아메리카노와 함께 카운터로 돌아왔다.
트레이 위에 커피와 케이크, 그리고 사장님이 미리 준비해 둔 마카롱을 올렸다. 투명한 포장지에 곱게 쌓인 연분홍색 마카롱은 척 보기에도 엄청 달아 보였다.
서정연이 앉아 있는 자리로 걸어간 나는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트레이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주문하신 음료와 케이크 나왔습니다.”
“음?”
노트북에 집중하고 있었던 서정연이 내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햇빛이 비친 그의 검은 눈동자가 내게 향했다.
“도해준 씨? 웬일로 직접 갖다 줘요?”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는 서정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서비스.”
“네?”
“서비스입니다. 이거요.”
손가락으로 케이크 접시 옆에 얌전히 놓여 있는 마카롱을 가리키자 서정연의 시선도 내 손끝을 향했다.
“…….”
묘한 표정으로 눈을 여러 차례 깜빡인 서정연이 천천히 손을 뻗어 마카롱을 잡아들었다. 부스럭, 마카롱을 감싼 포장지가 소리를 냈다.
보통의 마카롱보다 크기가 큰데도 불구하고 서정연의 손에 들어가자 실제 크기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무슨 장난감 같네. 입가를 매만지며 마카롱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서정연이 그걸 다시 트레이에 내려 두며 내게 물었다.
“이거 달죠?”
“많이 답니다.”
“그래요.”
역시 거절하려나. 하긴. 슈크림 망고 프라푸치노는 어떻게 먹었겠지만 마카롱은 어렵겠지. 디저트를 잘 먹는 나도 마카롱은 가끔 버거울 때가 있으니까. 사장님께 뭐라고 보고해야 할지 미리 머리를 굴리는데, 서정연이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비스라니 고맙네요. 잘 먹을게요.”
“……?”
뭐야. 거절 안 하고 받는 건가? 미리 각오하고 있던 내가 오히려 어리둥절해졌다.

মই প্ৰতিদ্বন্দ্বী হোৱা বন্ধ কৰি দিম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