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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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사다 둔 초코우유를 키보드 옆에 놔두고 컴퓨터를 켰다.
부캐를 키운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 적어도 100레벨을 찍어 놔야 일주일 안에 200레벨을 찍을 수 있을 거다.
‘일퀘랑 스토리퀘 조금 깨고, 남은 레이드퀘를 처리하면 100렙은 찍겠는데.’
사실 어떻게 해야 더 빨리 레벨을 올릴 수 있는지는 나보단 좋은날씨나 여여랑이 더 잘 알았다. ‘오늘은일요일’만 키운 나와 달리 그 두 명은 부캐를 서너 개 키운 경험이 있으니까.
흔적, 서정연도 부캐 키우는 경험이 부족한 건 똑같았다. 이러면서 왜 저번에 나한테 내기하자고 당당하게 말한 건지 어이가 없다.
초코우유를 마시며 디코를 켜자 친구 요청이 날아와 있었다. 닉네임은 ‘heunjeok’. 거참 정직하네.
오늘도 내 퇴근 시간에 맞춰서 카페에서 기다린 서정연에게 디코 닉네임을 알려 줬다. 서정연도 집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친추를 보낸 것 같다.
요청을 받자마자 서정연이 먼저 음성 통화를 걸어왔다. 헤드셋을 쓰며 통화를 받았다.
[집에 잘 도착했어요, 도해준 씨?]
조금 어색하려던 찰나에 서정연이 느긋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당장 1시간 전에 듣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오자 긴장이고 뭐고 한 번에 사라졌다.
“당연한 걸 왜 물어.”
[혹시 저랑 디코하기 싫어서 닉네임을 틀리게 알려 줬을 수도 있잖아요. 확인 좀 해 봤어요.]
“이게 무슨 핸드폰 번호인 줄 알아? 이상한 소리하고 있어.”
서정연의 헛소리를 대충 상대하며 아크로드에 접속했다. 오늘은 임소희가 맡긴 일도 해야 해서 여유 부릴 틈이 없었다.
‘어제 PVP에 쓸데없이 시간을 쓰느라 레벨링이 느려졌어.’
원래 생각해 둔 대로 됐으면 어제 100레벨을 찍었을 텐데. 어떻게든 오늘 100레벨을 찍고 디자인 일까지 하려면 한시가 급했다.
“얼른 들어와.”
[켜고 있어요.]
서정연보다 앞서 부캐로 접속한 내게 좋은날씨가 곧장 파티 초대를 보냈다.
 
[파티] 빚과송금: 어서오세영
[파티] 쥐안에든독: ㅎㅇ!
[파티] Z10N: ㅎㅇ
 
아무래도 둘이서 먼저 부캐를 키우고 있던 모양이다. 서정연만 들어오면 바로 퀘스트를 하러 가면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아크에서 친추 요청이 날아왔다.
‘뭐지?’
친추 올 만한 사람이 없는데. 의아해서 요청을 보낸 상대의 닉네임을 확인한 나는 당황해서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감았다가 떠도 닉네임은 바뀌지 않았다.
 
「노퓨쳐」
 
혹시 철자가 미묘하게 다르진 않은지, 정말 본인이 맞는지, 몇 번이고 살펴본 다음에야 친추를 보낸 놈이 진짜 어나더의 부길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자식이 왜 나한테 친추를 보낸 거야?’
놀란 건 둘째 치고 굉장히 찝찝했다. 이런 타이밍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나더 부길마가 직접 친추를 보냈다고? 어째 좀 불안한데.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들켰을 가능성은 낮지만,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섣불리 친추를 받는 것보단 서정연에게 얘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들어왔어요.]
마침 서정연도 부캐로 접속했다. 친추 요청 창을 띄워 둔 채로 입가를 매만지던 나는 더 고민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서정연. 너 예전에 어나더 길드 들어갔을 때, 혹시 노퓨쳐가 친추해서 길드 들어오라고 제안했냐?”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나한테도 왔거든. 노퓨쳐 친추.”
[네?]
설마 노퓨쳐가 먼저 접근해 올 거라고는 서정연도 예상 못 했는지 되묻는 목소리가 한 톤 높았다.
“어떡하지? 일단 안 받고 있긴 한데.”
[음…….]
“거절하거나 무시해도 되지만 이 기회를 날리는 것도 좀 아닌 것 같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친추는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노퓨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보고 나서 결정하죠.]
“확실해? 그럼 지금 바로 받는다?”
[네. 친추 좀 받는다고 큰일 날 것도 아닌데요, 뭐.]
어쩌면 지름길로 갈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태평하기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노퓨쳐의 친추 요청을 수락했다.
 
새로운 친구가 추가되었습니다.
 
나는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 노퓨쳐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왔다.
 
노퓨쳐: 안녕하세요ㅎㅎ
 
다행히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다. 우리 정체를 들킨 건 아니네. 나도 일단은 친절함을 가득 담아서 대답을 보냈다.
 
Z10N: 네 안녕하세요
Z10N: 무슨 일로 친추 주셨나요
 
어나더 길드를 포함해서 노퓨쳐는 제법 유명한 유저였다. 아크를 오래 한 유저라면 대부분 아는 그런 놈이었으니 나는 일부러 관심 없고 잘 모르는 척 용건부터 물었다.
 
노퓨쳐: 아ㅎ
노퓨쳐: 지온님? 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Z10N: 넵
노퓨쳐: 지온님 혹시 길드 들어가셨나요?
 
길드? 빠른 답장을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있던 나는 눈가를 찌푸렸다. 뭐야, 진짜로 나한테 길드 가입 제안하려고 친추한 거야?
 
Z10N: 없죠
Z10N: 아직 만렙도 못 찍어서요
노퓨쳐: 괜찮으시면 우리 길드 오실래요?
노퓨쳐: Another <여기입니다
노퓨쳐: 길드 검색창에 검색해보면 아시겠지만 규모가 제법 있는 길드에요ㅎㅎ
노퓨쳐: 지온님이랑 같이 겜하는 파티분들도 같이 오셔도 돼요^^
 
“미친.”
심지어 우리 파티원까지 전부 같이 오라고? 이 자식 완전 작정했네.
‘기회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짐작했던 것보다 더 큰 기회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답장을 뭐라고 보낼까.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고민하다가 키보드를 쳤다.
 
Z10N: 아..
Z10N: 제안은 감사한데
Z10N: 파티원들 의견도 물어봐야해서요
 
여기서 냉큼 받으면 오히려 그림이 이상해진다. 다 같이 들어오라고 했으니 최소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 정도는 보여 줘야 자연스럽겠지.
거절도 아니고 그렇다고 긍정도 아닌 답변을 보내 놓고 서정연에게 설명했다.
“노퓨쳐가 나보고 길드에 들어오라는데? 파티원이랑 같이 와도 상관없대.”
[많이 급한가 보네요. 만렙도 아닌데 찾아온 것도 모자라서 네 명을 다 데려가려고 하는 걸 보면.]
“일단 파티원들이랑 얘기해 보겠다고 대답하긴 했어.”
[잘했어요. 바로 승낙하면 오히려 이상해요.]
서정연의 말이 끝난 동시에 노퓨쳐에게 새 메시지가 날아왔다.
 
노퓨쳐: 그럼요 천천히 의견 나누세요ㅎㅎ
노퓨쳐: 아니면 지금 계신곳 알려주시면 제가 찾아갈게요
노퓨쳐: 파티원분들이 길드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을테니까 저한테 직접 물어보고 그럼 되겠네용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노퓨쳐의 모습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까지 우리를 길드에 스카우트하려고 한다고? 벌써부터 질리는 기분이라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무서운데.”
[뭐라고 하는데요?]
“지금 우리 있는 곳으로 자기가 오겠대. 궁금한 거 있으면 알려 주겠다고.”
[아아…….]
말꼬리를 길게 늘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처럼 조용하던 서정연이 곧 입을 열었다.
[오라고 해요. 그쪽이 이렇게 적극적이면 우리도 적당히 반응해 줘야겠죠.]
정말 이래도 되나. 복잡한 심정으로 일단 서정연의 말대로 메시지를 보냈다.
 
Z10N: 그러세요
Z10N: 여기 헤스테라 숲 입구입니다
 
***
 
[파티] 빚과송금: 노퓨쳐가 직접요?
[파티] 빚과송금: 지금??? 여길???
[파티] Z10N: ㅇㅇ
[파티] 쥐안에든독: 와
[파티] 쥐안에든독: 흔적님 계획이 진짜 통했나보네;
[파티] 빚과송금: ㄹㅇ제정신 아닌거같다
[파티] Z10N: 애초에 가짜 흔적을 세워둔것도
[파티] Z10N: 어그로 끌어서 길드 키우려고 한거였으니까
[파티] Z10N: 저러는것도 이해되긴함
[파티] 빚과송금: 어그로에 진심이네ㄷㄷ
[파티] 쥐안에든독: 어그로가 낳은 괴물... 어낳괴
[파티] haewo1: 오일님
 
좋은날씨와 여여랑에게 노퓨쳐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내 조용히 있던 서정연이 돌연 채팅으로 나를 불렀다.
아직 디코 통화가 연결되어 있는데, 왜 뜬금없이 채팅을 치는 거지? 뜻 모를 서정연의 행동이 걸렸지만 일단 나도 채팅으로 대답했다.
 
[파티] Z10N: ?
[파티] haewo1: 이따 노퓨쳐오면 제가 상대할게요
[파티] haewo1: 오일님이랑 두분은 뒤에서 일단 기다려봐요
 
“잠깐, 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럴 줄 알았다. 왜 채팅으로 말하나 했더니, 나뿐만 아니라 좋은날씨와 여여랑한테 미리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짜증을 삼켜 내며 따지자 서정연이 느긋한 음성으로 말했다.
[여기서 노퓨쳐를 제일 잘 아는 건 저잖아요. 맡겨 봐요. 최고의 상황에서 어나더 길드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
[저 믿어서 손해 본 적,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잖아요. 이번에도 믿어 봐요.]

মই প্ৰতিদ্বন্দ্বী হোৱা বন্ধ কৰি দিম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