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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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Z10N: 야 미쳣어?
[파티] Z10N: 뭐하는거야
[파티] haewo1: 뭐하긴요
[파티] haewo1: 저 ** 쫓아내려구요
[파티] Z10N: 아니;
 
이 자식이 왜 이렇게 당당한 거지? 내가 당황하는 사이, 욕을 들은 충치왕김건치가 옳다구나 하며 도발에 냉큼 걸려들었다.
 
[전체] 충치왕김건치: 나?ㅋ
[전체] 충치왕김건치: 나 꺼1지라고?ㅋㅋ
 
애초에 뉴비 존에 와서 뉴비들 퀘스트나 건드리고 방해하는 놈이었다. 누군가가 시비를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게 뻔했다.
나도 충치왕김건치가 재수 없긴 했지만, 서정연처럼 막무가내로 도발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파티] Z10N: 저** 만렙인거 안보여?
[파티] Z10N: 그리고 지금 부캐 조용히 키우려고 서로 아는척도 안하고 있는데
[파티] Z10N: 냅다 시비부터 걸면 어쩌자는거임
[파티] haewo1: 너무 *같아서 어쩔수없어요ㅜㅜ
 
어쩔 수 없긴 뭐가 없어! 진짜 또라이인가? 혈압이 오르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목덜미를 부여잡았다.
 
[파티] Z10N: 돌겠네
[파티] Z10N: 걍 딴채널ㄱㄱㄱㄱ
[파티] haewo1: ㄴㄴ
[파티] haewo1: 싸워봐요
[파티] haewo1: 오일님도 지금 pvp 켜놧잖아요
[파티] Z10N: 이제 50렙 찍었으면서 뭔소리야;
[파티] haewo1: ㄱㅊ가능해요 우린 4명이니까
[파티] 빚과송금: ???
[파티] 쥐안에든독: ?ㅋ
[파티] 빚과송금: 네?ㅋㅋㅋㅋ
[파티] 빚과송금: 설마 그 4명에 저희도 포함인가요
[파티] Z10N: 말이되냐
[파티] Z10N: 저런 ㅄ이 한둘잇는것도 아ㅣ니고
[파티] Z10N: 그냥 개무시하면ㄷ
 
채팅을 치던 나는 화면 왼쪽에서부터 날아오는 스킬 이펙트를 확인하고 급히 캐릭터를 움직였다. 쾅! 방금까지 내 캐릭터가 서 있던 자리에 총탄이 내리꽂히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내가 열심히 파티 채팅으로 서정연을 설득하던 와중에 충치왕김건치가 먼저 공격을 해 온 것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저 새끼가?’
그걸 깨닫자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던 이성이 뚝 끊어졌다. 감히… 나를 공격해? 옆에 더 만만해 보이는 서정연이 있는데?
머릿속이 싸늘해진 나는 파티원들에게 채팅을 쳤다.
 
[파티] Z10N: 님들도 필드 pvp 푸셈
[파티] Z10N: 저 ** 죽여버리게
[파티] 쥐안에든독: 아닠ㅋㅋㅋㅋㅋㅋ
[파티] 빚과송금: 태도 변한거 무엇ㅠㅠ;
[파티] 쥐안에든독: 진짜 해요?
[파티] Z10N: 그럼 가짜로해?
[파티] Z10N: 위치 잡아봐
 
명령하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우리 쪽은 근거리 딜러 세 명과 서포터 한 명.
70레벨도 못 찍은 우리와 달리 상대는 만렙이긴 하지만, 방어력이 낮고 체력이 적은 원거리 딜러였으니 서정연의 말대로 잘만 싸운다면 승산이 있었다.
‘근딜 중에서 그나마 제일 체력이 좋은 봉술가가 앞장서고 그 뒤를 내가 맡아 줘야겠어. 윈드 헌터인 서정연이 부족한 원거리 대미지를 어느 정도 채워 주겠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와 같은 판단을 내린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여여랑이 나와 함께 나란히 앞장섰다. 서정연은 뒤로 한 턴 빠지고, 좋은날씨가 버프 스킬을 사용했다.
레벨이 낮아서 버프 스킬의 큰 효과를 바라기 어렵지만, 그래도 없는 거보단 훨씬 나았다. 무엇보다 버프 말고도 힐 스킬이 있는 좋은날씨가 적절한 타이밍에 체력을 회복시켜 준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전체] 충치왕김건치: ㅋ
[전체] 충치왕김건치: 병.신들이 꼴갑떠네
 
상대가 들고 있는 총에서 붉은빛이 반짝였다. 공격력을 중심으로 강화한 무기라는 증거였다. 빛의 농도로 봤을 때… 최소한 6강인가.
어디까지나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을 뿐,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아마 저 총에 두 번 정도 맞으면 좋은날씨가 힐을 써 준다 해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다. 공격력 강화 무기라서 두 대가 아니라 한 대일 수도 있다.
‘나랑 봉술가가 최대한 늦게까지 살아야 돼.’
탱커 직업이 있었으면 더 안정적이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여여랑보다 먼저 장검을 들고 돌진했다.
내 부캐 직업인 세이버는 본래 장검과 롱보우를 동시에 사용하지만 지금은 레벨이 낮아서 원거리 관련 스킬은 배우지 못한 탓에 근거리로 붙어야 했다. 어차피 원거리 딜러 상대로는 거리를 좁히는 게 이득이었으니 상관없었다.
앞장서는 나를 따라서 여여랑도 봉을 들고 돌진기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콰직!
상대가 백 텀블링으로 내 공격을 쉽사리 피했다. 회피기로 공격을 피하면서 거리까지 벌리는 충치왕김건치를 뒤쫓아 온 여여랑이 곧장 달라붙었다.
충치왕김건치는 원거리 딜러의 대표 직업인 건슬링어였다. 회피 스킬이 두 개나 되고 둘 다 쿨 타임이 짧은 만큼, 상대가 실력만 좋다면 나와 여여랑 둘 다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을 수도 있었다.
【크윽!】
다행히 내 짐작보다 못하는 놈이었다. 여여랑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 상대 캐릭터가 비틀거렸다.
‘대미지가…….’
아쉽게도 대미지가 안 박혀도 너무 안 박혔다. 전체 체력의 10%도 줄지 않은 걸 보자 초조함이 슬슬 밀려왔다. 우리는 한 대만 맞아도 위험한데, 적은 최소한 15번은 맞아야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못하는 놈이니까 포기하기엔 이르다. 이런 곳에서 뉴비한테 시비 걸고 다니는 놈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는 내 데이터가 또 한 번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파티] Z10N: 계속ㄱ
 
여여랑에게 빠르게 명령하며 나 또한 다른 돌진기를 추가로 써서 적과 거리를 다시 좁혔다. 이러면 나는 돌진기를 모두 써 버려서 상대 공격에 취약해졌지만, 이만한 리스크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여여랑이 쉬지 않고 공격을 이어 나갔다. 여여랑은 봉술가의 주 스킬인 스턴기를 맞추려고 했고, 나는 여여랑의 스킬 텀을 채우기 위해서 스킬 대신 평타 기반으로 공격했다.
외줄 타기를 하는 것처럼 불안한 공격이 이어졌다. 어찌저찌 상대의 체력을 70%까지 깎아 낸 그때였다.
탕, 총소리와 함께 네 번째 스턴기를 시도하려던 여여랑의 캐릭터가 뒤로 휙 날아갔다. 동시에 체력이 절반 아래로 뚝 떨어졌다.
‘이런.’
스턴기에 집중하느라고 피해야 할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맞은 것이다.
그나마 여여랑도 호락호락한 실력은 아니라 금세 경직을 풀고 회피기를 사용해서 이어지는 공격은 피하고 살았지만, 겨우 유지하던 우리 쪽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총구가 가까이에 있는 내게로 향했다. 본능적으로 무빙을 치자 내 캐릭터 왼쪽으로 스킬 이펙트가 날아갔다. 저거 맞았으면 나도 여여랑과 같은 꼴이 됐겠는데.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서정연의 도움이 필요한데, 설명해 줄 시간이 도저히…….
 
[파티] haewo1: 저준비됐어요
 
“……!”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던 것처럼, 서정연의 채팅이 나타났다.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래, 이러니까 지난 1년간 이기기 어려웠던 거야. 역시 내 라이벌은 서정연뿐이다.
나는 재빨리 서정연 캐릭터의 위치를 확인했다. 녀석이 정확히 내 캐릭터와 대각선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서정연이 스킬을 사용했다.
채앵, 단검 여러 개가 순식간에 이쪽으로 날아왔다. 파바박! 땅에 박힌 단검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며 중앙에 있는 적을 속박했다.
 
[파티] Z10N: 스턴
 
지금이 기회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여여랑이 바닥을 박차고 돌진했다. 몸이 묶여서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적이 급히 총구를 여여랑에게로 돌려서 스킬을 사용했다.
【제 노래에 귀를 기울이세요!】
새파란 스킬 이펙트가 여여랑에게 꽂히기 직전, 찬란한 빛과 함께 좋은날씨의 캐릭터가 대사를 읊었다. 버프와 함께 차오른 피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견뎌 낸 여여랑이 가차 없이 스턴기를 내리꽂았다.
콰앙!
봉이 적의 가슴을 강하게 치자 충치왕김건치의 캐릭터가 땅에 쓰러져서 꼼짝도 못 했다. 나는 때마침 쿨타임이 끝난 돌진기를 사용해 스킬과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퍽, 퍼억, 파지직!
이 중에서 가장 딜이 강한 내가 각 잡고 후려 패자 아무리 체력이 더 많은 만렙 유저라고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스턴을 성공한 여여랑과 서정연 또한 남은 스킬을 모두 퍼부었다.
【끄아악!】
충치왕김건치는 겨우 CC기1)에서 풀려났지만, 남아 있는 체력이 워낙 적은 탓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죽어 버렸다. 아래로 풀썩 쓰러지는 녀석의 캐릭터를 보자 안도의 숨이 터져 나왔다.
“미친, 이걸 진짜 이기다니.”
겨우 이겼다는 걸 증명하듯, 우리 팀 캐릭터도 다들 너덜너덜했다.
 
[전체] 충치왕김건치: **
 
뉴비한테 처맞고 죽었다는 현실이 믿기 어려운지 충치왕김건치는 욕설을 한마디 뱉어 놓고 그대로 사라졌다. 제자리 부활이 아닌 도시 부활을 누른 것이다.
저런 놈들은 도망치는 것도 똑같네. 한숨이 절로 나왔다.
1)*CC기(군중제어): Crowd Control. 캐릭터의 행동을 방해하여 무력화시키는 기술의 총칭. 보통 기절과 수면, 속박, 마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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