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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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유진호의 채팅을 구경하던 서정연이 짤막한 평가를 내렸다.
[재밌는 분이랑 친구하시네요.]
“욕이냐?”
[그럴 리가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처음에 성의 없던 것보다는 지금이 훨씬 나으니까.
 
[전체] Z10N: 제안은 감사한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전체] Z10N: 고민좀 해볼게요
[전체] 마하: 어나더 가시려는건 아니죠?
[전체] 마하: 솔직히 뒤에 분들은 안와도 노상관인데
[전체] 마하: 지온님만 오시는건 어떤지?ㅎ
[전체] 빚과송금: 허얼....
[전체] 쥐안에든독: ㅠㅠ?
[전체] haewo1: ㅋㅋㅋㅋㅋㅋㅋ
[전체] Z10N: 아니 그건 좀;;
[전체] 쥐안에든독: 저희가 어때서요 ㅡㅡ
[전체] 마하: 우리 길드가 겜실력을 중요하게 봐서^^
[전체] 빚과송금: ㅇㅎ~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쥐안에든독: ㅋㅋㅋㅋㅋㅋ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졸지에 게임 실력으로 유저 차별하는 길드의 길마가 되어 버린 나는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힘겹게 키보드를 눌렀다.
 
[전체] Z10N: ㅎ..
[전체] Z10N: 그런거라면 저랑 안맞네요....
[전체] Z10N: 전 편한 길드가 좋아서요ㅈㅅ
[전체] 마하: 그런가요?ㅋ
 
저렇게 재수 없게 채팅을 칠 수 있는 것도 재능이었다. 혹시 이거 다 괜한 짓인 건 아니겠지? 불안감이 몰려왔다.
 
[전체] 마하: 암튼 별로라니 알겠습니다
[전체] 마하: 나중에라도 맘 바뀌면 저 친추하세요
[전체] Z10N: ㅎ예
 
그래. 내 생각처럼 잘 되진 않았지만, 우리를 어나더 말고 요일 길드도 노리고 있다는 걸 보여 줬다는 거에 의의를 두자. 그렇게 생각하며 유진호를 미련 없이 보내려던 그때, 라임나무가 또 끼어들었다.
 
[전체] 나의라임나무: 마하님
[전체] 나의라임나무: 저도 친추해도 되나여?ㅠ
[전체] 마하: ?
[전체] 마하: ㄴㄴ
[전체] 마하: 어나더 길원이랑 친추안함 ㅅㄱ
 
끝까지 관심 한 톨 받지 못한 라임나무가 차갑게 굳어 버린 틈에 유진호는 쿨하게 사라졌다.
불쌍해서 눈물이 다 나네. 그래도 덕분에 라임나무가 나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던 게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파티] Z10N: 라임님
[파티] Z10N: 요일 부길마랑 아는 사이에요?
[파티] Z10N: 저번에 길마랑도 아는 사이라고 했잖아요
[파티] 나의라임나무: 길마랑은 아는사이 ㄴㄴ
[파티] 나의라임나무: 싫어하는 사이
[파티] Z10N: 아..예
 
네가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거면서 무슨 ‘사이’라고 말하냐. 슬슬 마음에 안 드네. 상황을 지켜보던 서정연이 입을 열었다.
[도해준 씨랑 다르게 부길마는 좋아하는 것 같네요. 도해준 씨를 싫어하는 이유랑 관련이 있을까요?]
“흠, 근데 부길마도 저런 닉네임은 기억나는 게 없다고 했는데.”
[정말 아예 모른대요?]
“그건 아니고. 비슷한 닉네임을 봤던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고 하는데… 저번에도 말했듯이 ‘나무’가 들어간 닉네임이야 워낙 흔하니까.”
[일단 저번에 레이드에서 라임나무가 말했던 건 진짜인가 봐요. 도해준 씨랑 2년 전에 공팟에서 만났다는 거요.]
“그래.”
그땐 우리를 떠보려고 대충 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과거에 그런 일이 있던 모양이다.
나와 유진호는 같이 아크를 시작했고, 지금처럼 같이 레벨을 맞춰 가면서 캐릭터 육성을 했다. 그러니 라임나무가 공팟에서 나를 만났다면 그 옆에 높은 확률로 유진호도 있었을 거다.
‘신경 쓰이네…….’
저 닉네임을 달고 유진호에게 자기 기억 안 나냐고 당당하게 물어본 거 보면 계정을 바꾼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싫어한다고 했으면서 유진호한테는 왜 저렇게 호감 가득한 태도를 보이는 거지?’
어이없기도 하고 거슬리기도 했다. 라임나무가 어나더 길드와 관련이 없으면 모를까, 나를 싫어해서 어나더 길드에 들어간 데다가 노퓨쳐가 직접 우리에게 보낼 정도로 신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놈이라 안심할 수 없었다.
 
[파티] Z10N: 요일 부길마랑 친해지고 싶은거 아님?
[파티] Z10N: 그럼 왜 어나더를 들어갔어요
[파티] Z10N: 두 길드 사이 나쁘다고 소문 장난아니던데
[파티] 나의라임나무: 마자여
[파티] 나의라임나무: 근데 어쩔 수 엄슴
[파티] 나의라임나무: 요일 길마 죽이려면 길전 껴야해서^~^
[파티] 쥐안에든독: 요일 길마 필드 피빕 켜놓지않음?
[파티] 쥐안에든독: 굳이 길전 할 이유가?
[파티] 나의라임나무: 직업 차이때매 의미가 없음
 
직업 차이라. 라임나무는 탱커였고 내 본캐는 근딜이었다.
단순하게 가위바위보 형식으로 따지면 탱커는 바위, 근딜은 보자기나 마찬가지라서 1대1로 싸워서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종결 장비까지 착용하고 있었으니 더더욱 애매하겠지.
하지만 저건 어디까지나 단순하게 따졌을 때고, 탱커는 애초에 단체 플레이에서 빛을 발하는 역할이었다. 길드 전쟁처럼 여러 유저들이 뒤섞여 싸우는 PVP에서 라임나무가 제대로 된 탱커 역할로 근딜의 플레이를 막아선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아니, 이런 부분은 다 됐고.’
나는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질문을 꺼냈다.
 
[파티] Z10N: 왜 그렇게까지 요일 길마를 싫어함?;
[파티] 나의라임나무: 그럴 일이 있음
 
이젠 설명할 생각도 없다 이거냐.
 
[파티] 나의라임나무: 그래서 님들
[파티] 나의라임나무: 길드 안올거에요?
[파티] 나의라임나무: 설마 이제와서 요일 길드 갈건 아니져?
[파티] 나의라임나무: 난 가고싶어도 못가는 요일 길드를??
[파티] 빚과송금: ㄷㄷ
[파티] Z10N: 고민해봐야죠
 
길드는 당연히 어나더로 갈 거지만, 유진호와 협력까지 하면서 이 난리를 피운 이유가 있었으니 순순히 대답해 줄 수는 없었다.
“어나더 길드는 내일이나 이틀쯤 뒤에 들어가면 충분하겠지?”
[노퓨처도 오늘 내로 요일 길드가 접근해 온 걸 전해 들을 거예요. 라임나무가 길드 채팅으로 전달해서 벌써 알았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너무 길게 시간을 끌면 역효과가 날 테니까 도해준 씨 말대로 이틀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이번 일이 정말 도움이 된 게 맞을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길드 들어가서 노퓨쳐를 만나 봐야 알겠지만, 제가 보기에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긴 했어요. 노퓨쳐를 건드리는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이 요일 길드를 끌어들이는 거라서.]
“뭐, 네가 그렇다면야.”
지금 상황에서 제일 믿을 만한 사람은 서정연이었다. 우리 중에서 노퓨쳐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서정연 혼자뿐이었으니까.
[노퓨쳐 문제는 일단 여기까지 해 두고. 도해준 씨는 라임나무에 대해서 더 알아봐 주면 좋겠네요. 부길마랑 다시 얘기해 보세요.]
“으음…….”
[오늘 보니까 라임나무가 엮인 사람은 도해준 씨가 아니라 부길마 쪽인 것 같던데. 당장이야 우리랑 상관없어 보여도 나중에 다른 변수로 작용할지도 몰라요.]
“나도 그게 걱정이긴 해.”
라임나무가 유진호한테 호감을 갖든 말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문제는 나를 싫어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저 태도였다.
만약 어나더 길드로 들어간 이후에 라임나무가 나의 정체를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노퓨쳐에게 내가 요일 길마의 부캐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다면 우리 계획도 물거품이 된다.
‘생판 남이어도 불안할 판에 싫어하는 놈한테 걸리면 죽도 밥도 안 되겠지.’
왜 싫어하게 된 건지 이유라도 알면 해결책이 떠오르겠지만, 방금 채팅을 봐서는 순순히 설명해 줄 마음은 없어 보였다. 결국 남은 건 나나 유진호가 라임나무를 만났던 2년 전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건데.
“한 번 더 물어보기는 할 텐데, 큰 기대는 하지 마라. 아까 부길마가 라임나무 상대하는 태도 봤지? 저렇게 무관심한데 이제 와서 기억나는 게 있겠냐. 나도 없는데.”
[그럼 싫어하는 이유를 알기 전까지 최대한 조심해야겠네요.]
담담히 대답한 서정연이 보란 듯이 깊은 한숨을 푹 내뱉었다.
[대체 2년 전에 도해준 씨가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 싫어하는 건지… 난감하네요.]
“뭐야?”
[싫어할 리가 없다고 그렇게 우기더니 결국…….]
“그건…….”
억울했지만 반박할 거리가 없는 것도 맞았다. 이쯤이면 나도 궁금했다. 2년 전에 라임나무한테 무슨 원한을 진 건지.
나도, 유진호도 닉네임조차 기억하지 못했으니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가해자는 잊고 피해자는 기억하는 법이니까, 나와 유진호는 까맣게 잊고 라임나무는 기억하는 어떤 사건이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이따가 전화해서 다시 물어볼게. 그럼 되잖아.”
[알겠어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대꾸하자 서정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 뒤에 나한테도 핸드폰으로 전화해 줄래요?]
“어, 뭐? 아니, 왜?”
[이따 부길마한테 다시 물어본다면서요. 결과가 궁금하니까요.]

মই প্ৰতিদ্বন্দ্বী হোৱা বন্ধ কৰি দিম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