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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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호

?
뭐 미친새끼야
처불렀으면 말을해
???
?
ㅅㅂ
차단함ㅅㄱ
 
“하아.”
새벽 내내 쏟아진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은 채로 핸드폰 화면을 껐다.
‘유진호는 꼭두새벽에도 연락하기가 이렇게 쉬운데.’
왜 서정연한테는 이렇게 편하게 연락할 수가 없는 걸까. 그래도 지난 몇 개월간 거의 매일같이 얼굴 보면서 나름 친해진 사이인데. 유진호는 동갑이고 서정연은 만만해 보여도 연상이라 그런 건가?
나는 카운터에 서서 유진호와 서정연의 차이점을 열심히 분석했다.
아니면 일하는 사람과 공부하는 사람의 차이일 수도 있다. 유진호는 하루가 자격증 시험 공부와 게임밖에 없는 놈이고, 서정연은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건진 모르지만 아무튼 일이라고 하니까. 뭔가 방해하면 큰일 나는 거 같고, 좀 미안하기도 했다.
결국 어젯밤은 물론, 새벽에도 서정연에게 연락 한번 보내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랐다.
현실에서 겪은 일도 아니고, 게임 속 라임나무의 길드 평판 따위를 밤중에 서정연에게 뭐 하러 전달하는가. 만약 정말로 메시지를 보냈으면 서정연이 그걸 받고 어이없어했을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벌써 오후 네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인데 서정연은 연락은커녕 카페에도 오지 않았다. 아마 그만큼 바쁘다는 거겠지. 역시 보내지 않는 게 좋은 선택이었다.
딸랑, 한참 서정연을 떠올리던 그 순간이었다. 아까 온 몇 명의 손님을 제외하면 조용하던 카페에 드디어 새 손님이 들어왔다. 문에 달린 종이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정면에서 카운터로 걸어오는 손님이 보였다.
나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훤칠한 키에 남색 야구점퍼를 입고 있는 남자는 연예인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색의 머리카락과 양쪽 귀에 피어싱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일상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연보랏빛 머리카락에 잠시 시선이 팔린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카운터 앞에 선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습니까?”
불안한 기색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도통 주문할 정신이 없어 보였다. 무언가를 찾는 듯, 매장 내부만 열심히 살피는 남자의 모습에 혹시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건가 의문이 들었다.
“손님?”
내가 재차 부르자 그제야 내 존재를 알아챈 남자가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지갑을 꺼내고는 카드를 툭 던졌다.
“아무거나 줘.”
“…….”
이런 싸가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자동으로 올린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래, 요즘 너무 편안하다 싶었지. 슬슬 이런 진상들이 올 때가 되긴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괜찮으세요?”
“…….”
대답 정도는 좀 해라.
“손님?”
“됐으니까 아무거나 달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결제하겠습니다.”
참자, 참아. 이 싸가지 더럽게 없는 손님이 하필 배탈이 나서 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 주자.
결제를 마친 후에 카드를 돌려주자 어딘가 다급한 태도로 카드를 가져간 남자가 카운터를 지나쳐 매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뭐야. 화장실 안 가는 거야?
매장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로 기어들어 간 남자는 1인용 자리에 그 커다란 덩치를 꾸깃꾸깃 구겨 앉았다.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쯧쯧 혀를 차며 시선을 돌렸다.
 
***
 
“해준아, 잠깐 혼자서 가게 좀 봐 줄 수 있니? 가게 계약 문제가 생겨서 나갔다 와야 하거든.”
“그럼요.”
“미안. 조금만 고생해 줘.”
급히 서류를 챙긴 사장님이 내게 매장을 맡기고 뒷문으로 외출했다. 오늘따라 찾아오는 손님이 적은 터라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사용된 테이블을 마저 닦는데, 시선 끝에 아까 왔던 진상 손님이 보였다.
남자는 한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체 뭐지? 굉장히 수상쩍어서 자꾸만 눈길이 갔다.
혹시 스토커인건가. 여자 손님 비율이 많은 카페 특성상, 여자를 쫓아다니는 미친놈들이 아주 가끔 등장하고는 했다. 사장님이 피해 본 적도 있고 자주 찾아오는 다른 여자 손님이 피해 본 적도 있던 탓에 저 남자도 조금 의심스러웠다.
그냥 내 착각이면 좋겠는데. 한숨을 내쉬던 차에 또다시 매장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리며 새로운 손님이 들어섰다.
“……!”
평범하게 인사하려던 나는 이번에 들어온 손님이 내가 여태 기다리던 상대라는 걸 알아채고 어깨를 움찔 떨었다. 서정연 또한 텅 빈 카운터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뒤늦게 날 발견하곤 웃으며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귓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한달음에 카운터로 들어가서 서정연과 마주 섰다. 카운터 앞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던 서정연이 곧장 입을 열었다.
“좋은 오후네요. 별일 없었어요?”
“…없었지.”
애써 놀라지 않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대답하자 서정연이 내 등 너머 주방 쪽을 한 번 보고는 물었다.
“오늘은 사장님이 안 계시나 보네요?”
“그, 맞아.”
다정한 목소리에 자꾸만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나도 서정연처럼 여유로운 태도로 대하고 싶은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서정연을 떠올려서 그런 건가? 사실 바쁜 줄 알고 오늘도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카페에 찾아온 걸 보니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주문할 거야?”
바쁘다던 일은 잘 해결했는지, 이제는 한가해진 건지, 너야말로 별일 없었는지… 묻고 싶은 말들을 겨우 삼키며 질문하자 서정연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음, 오늘은 모카 케이크요.”
“어.”
카드를 받아 결제를 진행하면서 서정연의 얼굴을 힐끔 살폈다. 바쁘다는 건 사실이었는지, 서정연은 평소보다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잠을 못 잤는지 눈가가 좀 붉기도 했고.
그걸 깨닫자 녀석에게 너무 무뚝뚝하게 말한 건 아닌지 양심이 좀 아팠다.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계산을 마치고 카드를 돌려주며 입을 열었다.
“…가서 앉아 있어. 갖다 줄 테니까.”
“와, 정말요?”
어쩐지 머쓱한 기분이 들어서 시선을 피하며 말하자 서정연이 빙긋 미소 지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
다른 날이었으면 괜찮아요, 하며 자기가 직접 가지러 왔을 서정연이 오늘은 순순히 내 호의를 받았다. 역시 힘든 상태가 맞나 보다.
서정연이 자리에 찾아가는 동안 케이크를 접시에 담고 커피를 만들었다. 케이크는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커피만 준비하면 돼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릇과 컵을 트레이에 올리고 서정연에게 갖다 주기 위해 카운터 밖으로 막 나온 그때였다.
“형,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서정연이 앉은 자리 근처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아까부터 내가 의심했던 그 남자가 서정연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니, 저건 단순히 말을 거는 게 아니라…….
“제발, 형. 나 형 만나려고 여기서 아까부터 기다렸단 말이야!”
절절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제발 한 번만 대화하자고, 서정연의 팔을 붙잡고 애원하는 남자의 모습에 서정연이 펼쳤던 책을 다시 덮으며 대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진 어떻게 왔어. 너 혼자 온 거야?”
남자를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담담히 흘러나온 서정연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제야 내가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다는 걸 깨닫고 급히 카운터 안으로 몸을 숨겼다.
“씨, 몰라. 지금 그게 중요해?”
“하…….”
남자가 어린애처럼 투덜거리자 서정연이 피곤한 낯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는 이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 나가서 얘기하게.”
“굳이 왜 나가? 여기서 하면 안 돼?”
“나와.”
단호한 한마디와 함께 서정연이 등을 돌려 먼저 카페 밖으로 나갔다. 입술을 삐죽이며 꿍얼거리던 남자도 서정연을 뒤쫓아 카페 밖으로 나갔다.
유리창 너머로 두 사람이 카페 건물 옆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는 게 보였다. 둘이 사라지고 나서야 카운터 밖으로 나온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트레이를 서정연의 자리에 내려놨다.
“…….”
카페를 찾아오는 여자 손님의 스토커가 아닐지 걱정했던 남자는 알고 보니 서정연과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어쩐지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나는 한참을 넋을 놓고 있다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눈을 깜빡였다.
‘잠깐, 근데 아는 사이라면 굳이 저렇게 숨어 있을 필요가 있나?’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불안하게 매장 내부를 살피고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한 시간 동안 버티던 남자의 행동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애초에 아는 사이면 서로 연락해서 약속을 잡았을 텐데, 왜 저렇게 숨어 있던 거지?
서정연의 반응도 마음에 걸렸다. 책을 챙겨 와서 펼치기까지 했으니 오늘은 일하러 온 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쉬려고 했던 모양인데… 아무리 봐도 누군가와 선약이 있는 모습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까의 상황을 되짚으면 되짚을수록 불안한 예감이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남자라고 스토킹 당하지 않을 거라는 건 편견 아닌가? 서정연의 얼굴을 봐. 남자 스토커가 뒤를 졸졸 따라다녀도 이상할 게 없는 외모다.
남자가 서정연을 ‘형’이라고 부르고 서정연도 익숙하게 대했으니 서로 아예 모르는 사이는 아니겠지만, 서정연에게 있어서 불편한 상대인 건 확실했다.
남자가 서정연의 팔을 붙잡던 장면을 다시 떠올리자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불쾌한 감정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왔다.

মই প্ৰতিদ্বন্দ্বী হোৱা বন্ধ কৰি দিম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