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안녕하세요, 아크로드입니다.
점검 후 11시부터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이번 업데이트로 탄생한 새로운 섬, 원더 아일랜드에 숨겨진 보물을 찾을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서버마다 단 한 명만 얻을 수 있는 펫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1시부터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 수 있는 힌트가 퀘스트로 날아갑니다.
힌트를 해석해서 보물을 얻어 보세요!
(이 이벤트는 개별 서버로 진행되며 유저가 펫을 얻는 즉시 그 서버의 이벤트는 자동 종료됩니다.)
감사합니다.
[퀘스트]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힌트)
12, 3, 6, 9
ㄱ
개가 늑대로 보이는 시간으로
가장 높은 곳에
“나참, 이게 뭐야.”
퀘스트 창으로 날아온 힌트를 본 나는 눈가를 좁혔다.
‘이게 힌트라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 나열에 ㄱ… 오타인가? 아니, 설마 이런 이벤트 게임에 오타를 낼 리가.
‘개가 늑대로 보이는 시간이랑 가장 높은 곳?’
숫자와 오타처럼 보이는 초성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다음 문장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개가 늑대로 보이는 시간은 보통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불리며 해 질 녘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크로드에 해가 지는 시스템 같은 건 따로 없는데.
가장 높은 곳도 이상했다. 이번 업데이트로 새로 생긴 이 섬은 제법 넓어서 ‘높은 곳’이라고 표현할 만한 장소가 꽤 여러 곳이었다.
“그냥 때려치울까.”
어차피 보상이 무기도 아니고 고작 펫 한 마리니까 열 내서 찾을 필요는 없다. 심지어 펫도 서버마다 딱 한 명에게 주는 것일 뿐, 펫에 특별한 능력치가 있는 건 아니었다.
뭐, 물론 펫에 특별한 능력치가 있었으면 진작에 난리가 났겠지만.
[길드] 영화별론가: 진짜 1도 모르겟으뮤ㅠㅠㅠ
[길드] 마하: 시작부터 숫자만 나열된게 너무 애매하다
[길드] rxrx78: 시계인거같은데
[길드] 오늘은일요일: 12 3 6 9 네개 다 시간이랑 잘 맞는 숫자긴해
[길드] 울팀인성봐조인성: 근데 뭐 시계라해도..
[길드] 울팀인성봐조인성: 시계가 어쨌다는건지 잘ㅋㅋㅋㅋㅋ
[길드] sky004: 진짜 그지같은 이벤트나 하고
[길드] 여여랑: 근데 아크가 펫 퀄리티는 오지게 뽑으니깐ㅠ
[길드] 류페: ㅇㅈ 탐남ㅠㅠㅠㅠㅠ
[길드] 여여랑: 백퍼 졸귀일듯ㅠㅠ
[길드] 오늘은일요일: 다른 서버는 찾은사람 나옴?
[길드] 마하: ㄴㄴ
[길드] 마하: 그럼 진즉 뒤집어졋을듯
하긴, 서버마다 장소나 힌트가 다르다는 말은 없었으니 모두 같을 거다. 그러니 다른 서버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들 그 위치로 몰려들 거고.
아무튼 이런 바쁜 상황에서 왜…….
“저 새끼는 자꾸 나만 따라다니는 거야.”
아까부터 화면 끄트머리에서 깔짝거리는 저 하늘색이 굉장히 거슬렸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무시하다가 결국 한숨과 함께 채팅을 쳤다.
[전체] 오늘은일요일: 왜 따라옴
[전체] heunjeok: 따라다니면 안돼요?ㅎㅎ
내 채팅을 본 흔적이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다가왔다.
필드 PVP를 켜 둔 채로 무기도 없이 나한테 가까이 오냐. 그야 나도 펫을 찾느라 정신없는 지금 상황에서 굳이 싸울 생각은 없지만.
[전체] 오늘은일요일: 넌 이거 안찾냐?
[전체] heunjeok: 흠 글쎄요
[전체] heunjeok: 별로 안끌려서요 고작 펫 하나 주는건데
[전체] 오늘은일요일: 공짜 펫이잖아
[전체] heunjeok: 갖고 싶어요?
[전체] heunjeok: 펫?
[전체] 오늘은일요일: 서버마다 딱 한명만 준다니까 얻어서 나쁠건없지
심드렁히 대꾸하자 잠시 가만히 서 있던 흔적이 곧 채팅을 보내왔다.
[전체] heunjeok: 갖고 싶으면 알려줄까요?
[전체] heunjeok: 보물이 있는 장소
[전체] 오늘은일요일: ??
[전체] heunjeok: 저 힌트 다 풀었거든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뭐?
힌트를 풀었다고? 흔적이?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란 나는 즉시 의심했다.
[전체] 오늘은일요일: 니가???
[전체] heunjeok: 그 반응 너무해요ㅠ
[전체] 오늘은일요일: 개1소리를 하네
[전체] 오늘은일요일: 그럼 왜 찾으러 안가는데?
[전체] heunjeok: 전 딱히 필요없으니까요
[전체] heunjeok: 갖고싶으면 알려줄까요?
[전체] 오늘은일요일: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전체] heunjeok: 네
“…….”
이 새끼, 무슨 속셈이지? 아무리 본인은 필요 없다지만 자기 길드원들도 있을 텐데. 사이 안 좋은 나한테 굳이 알려 주겠다는 건…….
[전체] 오늘은일요일: 너 ㄹㅇ 알고있긴 한거임?
[전체] 오늘은일요일: 구라 아니고?
[전체] heunjeok: 날 너무 못믿네
[전체] heunjeok: 일단 들어와요
[전체] heunjeok: 온동네에 다 소문낼거 아니면
흔적이 내게 파티 초대를 보내왔다.
내가 살다 살다 흔적이랑 파티를 맺게 되네.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다 나왔다.
그래도 흔적이 정말로 힌트를 해석한 게 맞다면, 다른 유저가 볼 수 있는 전체 채팅보단 파티 채팅이 안전했다. 내가 잠자코 파티로 들어오자 흔적이 둘이서 탈 수 있는 말 펫을 소환했다.
[파티] heunjeok: 힌트 해석은 가면서 설명할게요
[파티] 오늘은일요일: 찝찝해죽겠네
[파티] heunjeok: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나라도 상처인데
[파티] 오늘은일요일: 설명이나 해봐
올라타라는 듯한 채팅에 흔적과 같이 말에 탔다. 내가 타자마자 미리 이동 포인트를 찍어 놨는지 말은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이 저절로 움직이게 놔 둔 채로 흔적이 채팅을 이었다.
[파티] heunjeok: 첫번째 줄부터 해석해볼까요
[파티] heunjeok: 4개의 숫자가 시계를 의미하는건 아시죠?
역시 그런가.
12, 3, 6, 9. 이 숫자들은 시계 속 시침이 가리키는 숫자, 즉 시간을 의미했다.
12시, 3시, 6시, 9시. 3부터 시작했으면 모를까, 12부터 시작해서 9로 끝났으니 아무리 봐도 시계 말고는 다른 걸 떠올릴 수 없었다.
[파티] heunjeok: 첫번째 줄에 나온 숫자가 시계라는건 이제 알거고
[파티] heunjeok: 그 다음으로는 이 섬이 중요한데요
[파티] heunjeok: 일욜님
[파티] heunjeok: 원더 아일랜드 지도 본 적 있어요?
[파티] 오늘은일요일: 지도?
[파티] heunjeok: 홈피가면 나와있어요
[파티] heunjeok: 한번 봐봐요
갑자기 지도는 왜 보라는 거지? 의아했지만 일단 흔적이 얘기한 대로 아크로드 홈페이지에 있는 섬 지도를 서브 모니터에 켰다.
‘아일랜드’라고 표현된 만큼 이번 업데이트로 새로 생긴 맵은 둥근 형태의 섬이었다. 그리고 방향마다 다른 컨셉의 마을이 있었다.
북쪽에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마을이 있었고, 서쪽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마다 컨셉이 다른 만큼 던전 스타일과 필드 몬스터도 상이했기에 얻을 수 있는 재료가 다양해서 유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파티] 오늘은일요일: 보고 있는데
[파티] 오늘은일요일: 이게 시계랑 무슨 연관임?
확실히 둥근 형태긴 한데… 그 외에 시계를 떠올릴 만한 건 없었다. 입가를 매만지며 고개를 기울이는데, 흔적이 대답했다.
[파티] heunjeok: 일욜님은 로마 숫자에 대해서 좀 알아요?
[파티] 오늘은일요일: 로마 숫자?
[파티] heunjeok: 지도를 보면 가장자리에 하얀색 표시가 있어요
[파티] heunjeok: 등대나 백사장 그외 조형물을 지도에 표시해둔건데
[파티] heunjeok: 각 위치마다 생긴게 달라요
흔적의 설명대로 지도를 살펴보자 가장자리에 표시된 하얀색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잖아.’
12시 방향에는 영어 I와 V를 뒤집어 둔 문양이 있었다. 3시 방향은 영어 I와 X… 잠깐, 이거 다 어디서 본 문양인데?
[파티] heunjeok: 이쯤이면 슬슬 감이 올텐데
[파티] heunjeok: 생각하는게 맞아요
[파티] heunjeok: 지도에 표시된 하얀색은 로마 숫자에요
[파티] 오늘은일요일: 아니 근데
[파티] 오늘은일요일: 이거 표시 생긴게 이상한데?
[파티] heunjeok: 네 위치가 달라서 그래요
[파티] heunjeok: 12시를 뜻하는 XII가 지도에는 6시 방향으로 가있어요
[파티] heunjeok: 그러니까 지도를 돌려서 실제 시계와 로마 숫자를 맞춰야돼요
[파티] heunjeok: 지도를 왼쪽 방향으로 180도 회전시켜봐요
다운로드 받은 지도 이미지를 왼쪽으로 빙글 돌렸다. 그러자 지도에 하얀색으로 표시된 로마 숫자가 시계 속 숫자와 똑같이 일치했다.
[파티] heunjeok: 힌트에 나온 숫자들은 지도를 돌려보라는 의미를 담은거고
[파티] heunjeok: 두번째에 ㄱ은 힌트가 숨긴 위치를 알려주고 있어요
[파티] heunjeok: 시계에서 바늘이 ㄱ 모양이 되면 6과 9를 가리키죠
[파티] heunjeok: 이 섬은 시계보다 오른쪽으로 회전한 상태니까
[파티] heunjeok: 실제로는 12시 방향과 3시 방향이 돼요
12시와 3시 방향이라. 그럼 장소가 한군데로 좁혀지지 않는데.
그 방향에 뭐가 있는지 떠올리던 나는 곧 힌트에 적힌 세 번째 줄을 떠올리고 놀랐다.
[파티] 오늘은일요일: 개가 늑대로 보이는 시간
[파티] 오늘은일요일: 이거 설마
[파티] heunjeok: 네에
[파티] heunjeok: 3시 방향에 있는 마을은 컨셉이 황혼이잖아요
[파티] heunjeok: 하늘이 노을 상태인 마을은 다른 곳도 더 있지만
[파티] heunjeok: 12시와 3시 방향 마을로 선택지를 좁히면
[파티] heunjeok: 정답이 보이죠
흔적의 말처럼 3시 방향에 있는 마을은 항상 노을이 져 있으며, 마을에 커다란 묘지가 있었다.
[파티] heunjeok: 3시 방향 마을에서
[파티] heunjeok: 가장 높은 곳
[파티] heunjeok: 그럼 한곳밖에 없어요
마침 쉬지 않고 이동하던 말이 멈춰 섰다. 섬 지도를 보며 정신없이 머리를 굴리던 나는 뒤늦게 화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중앙에 높다란 종탑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