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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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씨와 여여랑이 부캐를 만드는 동안 나도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일휘일비를 길드에 가입시키는 것.
좋은날씨, 여여랑에게 따로 설명할 때도 저렇게 시끄럽게 굴었는데 길드에 일휘일비를 집어넣으면 얼마나 난리가 날지 벌써 피곤했다.
 
새로운 친구가 추가되었습니다.
 
때마침 서정연이 접속했는지 친구 목록에 ‘일휘일비’가 추가됐다.
 
일휘일비: 자기 안녕ㅎㅎ
 
자기 같은 소리 하네. 저렇게 짜증 나는 말만 골라 하는 것도 재능이다.
 
오늘은일요일: 길초 보냈으니까 받아
일휘일비: 네^^
 
대답은 참 찰떡같이 잘도 한다. 잠시 기다리자 길드 가입 초대 메시지가 제대로 갔는지 새로운 길드원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떴다.
 
일휘일비 님이 요일 길드에 가입했습니다.
일휘일비 님이 새로운 길드원이 되었습니다.
 
[길드] 류페: 어?
[길드] rxrx78: 내가 지금 헛걸보나
[길드] 아스타로트: ?????
[길드] 야옹이라옹: 헐
[길드] 야옹이라옹: 일휘일비쨩~
[길드] 영화별론가: 뭐여
[길드] 저6천원있어요: 으악
[길드] sky004: ?
 
예상했던 대로 길드원들이 놀랐는지 채팅 창이 난리가 났다. 그 속에서 일휘일비 혼자만 여유롭게 인사를 보내왔다.
이 분위기에서 일휘일비를 길드에 가입시킨 적당한 핑계를 대야 한단 말이지.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결정했다.
‘대충 뱉어 놓고 튀자.’
안 되겠다. 저놈들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도망치면 마하가 대신 감당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다 부길마의 역할인 거지.
 
[길드] 오늘은일요일: 그 내가
[길드] 오늘은일요일: 오해한게 좀 있더라고
[길드] 오늘은일요일: 그래서 화해했어
[길드] sky004: 네?
[길드] 불좀켜줄래: ?
[길드] 아스타로트: 화해?
[길드] 오늘은일요일: 나머지는 마하한테 물어봐
[길드] 오늘은일요일: 난 이제 일주일동안 바빠서 잘못드ㄹ어올듯
[길드] 마하: ?
[길드] 아스타로트: 네??
[길드] 일휘일비: 잘 부탁합니다~^^
[길드] 오늘은일요일: 그렇다고 나이먹은 놈들이 신입 괴롭히지말고
[길드] 오늘은일요일: ㅇㅋㅇㅋ?
[길드] 오늘은일요일: 그럼 난이만..
[길드] 마하: 이 **
[길드] 마하: ****가
[길드] 저6천원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류페: 아니 뭔데요ㄷㄷ
[길드] 마하: **라고
[길드] 마하: 전화처받아
[길드] 야옹이라옹: ㅇㅅㅇ;;;;
[길드] rxrx78: 길탈각 쎄게 오네
 
미친 듯이 올라오는 마하의 욕설을 더는 볼 수 없어서 황급히 로그아웃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핸드폰이 불난 것처럼 진동했다.
미안하다, 유진호. 근데 너도 나보고 흔적이랑 친해지라고 막말했잖아. 이건 다 업보야, 이 자식아.
 
***
 
서정연과 함께 만든 부캐 ‘Z10N’으로 접속하자 두 개의 친추 요청이 들어와 있었다.
‘빚과송금’, ‘쥐안에든독’ …이놈들 닉네임으로 드립 치려고 벼르고 있었나? 닉네임을 저렇게 짓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문제 되진 않겠지만.
일단 친추를 받고 애들한테 파티 초대를 보냈다. 서정연은 아직 일휘일비를 하는 중인지 ‘haewo1’로 접속하지 않았다.
 
[파티] 빚과송금: 안녕하세요?
[파티] 쥐안에든독: 저사람은 누구임?
[파티] Z10N: 나도 아직 몰러
[파티] Z10N: 각자 소개 ㄱㄱ
[파티] 빚과송금: 저 좋은날씨임
[파티] 쥐안에든독: ?? 머야
[파티] 쥐안에든독: 와 일욜님 나 속였네
[파티] 쥐안에든독: 저만 부른다면서요ㅡㅡ
[파티] Z10N: ㅋㅋ
[파티] 빚과송금: 님 누군데여?
[파티] 쥐안에든독: 저 여여랑요ㅋ
[파티] 빚과송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빚과송금: ㅎㅇ?
[파티] 쥐안에든독: ㅎㅇ
[파티] Z10N: 직업 머골랐음?
[파티] 쥐안에든독: 저 봉술가요ㅎㅎ
[파티] Z10N: 오
[파티] Z10N: 자신있음?
[파티] 쥐안에든독: 잘 키워서 님 개발라드림ㅋ기다리셈
[파티] Z10N: ㅋㅋㅅㅂ
[파티] 빚과송금: 전 소울스타했어요
[파티] 빚과송금: 노래 기깔나게 불러드릴게요
 
소울 스타는 서포터 직업 중 하나였다. 버프와 힐 스킬이 반반씩 섞여 있어서 레이드 갈 때도 좋았고 키우기 쉽고 무난한 직업이었다.
 
[파티] 쥐안에든독: ㄹㅇ빛과소금이네
[파티] Z10N: 음유시인하던 사람은 딜러하고
[파티] Z10N: 창술사하던 사람은 힐러?
[파티] Z10N: 이거 맞아?
[파티] 빚과송금: 하던거 계속하면 넘 노잼이라ㅠ
[파티] 빚과송금: 그리고 솔직히 소울스타가 모든 직업중에서 제일 이쁨
[파티] 쥐안에든독: 그건 ㅇㅈ
[파티] 쥐안에든독: 가수 컨셉이라 장비랑 무기 퀄 오지잖아요
[파티] 빚과송금: 일욜님은 머햇어요?
[파티] Z10N: 세이버
[파티] 쥐안에든독: 아..
[파티] 빚과송금: 오...
 
이건 무슨 반응이지. 찝찝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파티] Z10N: 뭐
[파티] Z10N: ㅡㅡ
[파티] 쥐안에든독: 안이..그냥...
[파티] 빚과송금: 너무 개사기 직업만 골라하시는거 아닌지..
[파티] 쥐안에든독: 일욜님은 개사기를 넘 좋아하셔ㅠ
[파티] Z10N: ?;;
 
자기들도 봉술가랑 소울 스타 골라 놓고 나보고 개사기 직업 한다고 뭐라고 하네. 진짜 어이가 없다.
 
[파티] 쥐안에든독: 근데 흔적은 언제와요?
[파티] Z10N: 지금 왓네
[파티] Z10N: ㄱㄷ
 
드디어 길드원들한테서 풀려났는지 서정연이 부캐로 들어왔다. 별다른 설명 없이 파티 초대를 보내자 서정연이 파티에 들어와서 곧장 채팅을 쳤다.
 
[파티] haewo1: 요일 길드원들은 정말 길마를 닮았네요
[파티] Z10N: ?
[파티] 빚과송금: 뭐라구요?
[파티] 쥐안에든독: 오자마자 욕부터 박으시네..
[파티] 빚과송금: 하 상처받음
[파티] 빚과송금: 사과해주세요
[파티] haewo1: ㅎㅎ죄송합니다
[파티] Z10N: ??
[파티] Z10N: 야
[파티] Z10N: 때려쳐 다 꺼1져 개새1끼들아
[파티] 빚과송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haewo1: 삐졌어요?
[파티] 쥐안에든독: ㅋㅋㅋㅋㅋㅋㅋ
[파티] Z10N: ***가 진짜
[파티] 빚과송금: 흔적 맞네..
 
아무래도 조합을 잘못 짠 것 같다. 친화력이 좋은 놈들로 고르다 보니 도리어 깐족거리는 놈들이 걸려 버린 느낌이다.
더 얘기해 봐야 나만 손해지. 한숨을 내쉬며 본론을 꺼냈다.
 
[파티] Z10N: 지금 위치나 말해
[파티] 쥐안에든독: 전 케인스 마을 들어왔어요
[파티] 빚과송금: ㅈㄷ
[파티] 빚과송금: 지금 촌장 앞에 여여랑님이랑 같이잇음
[파티] Z10N: 서로 아는척하진말고
[파티] Z10N: 일단 갠플하는게 나을 듯
[파티] 빚과송금: 첫 사냥퀘 때 만나죠
[파티] 쥐안에든독: 첫 사냥퀘가 뭐더라
[파티] 쥐안에든독: 웨어울프 30마리엿나
[파티] 빚과송금: 그럴걸요 15렙에 주는ㅇㅇ
[파티] Z10N: 그전에는 같이 만나도 할거없지 않나
[파티] 빚과송금: 글킨하죠
[파티] 쥐안에든독: ㅇㅋㅇㅋ
 
15레벨에 오는 웨어 울프 사냥 퀘스트를 시작으로 50레벨까지 필드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 후부터는 틈틈이 레이드나 필드 보스 몬스터 사냥 퀘스트를 해야 한다.
레이드와 필드 몬스터 사냥이 경험치를 많이 주는 만큼 레벨업에 가속도가 붙는 시기도 50레벨 이후부터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네 명이 다 같이 시작했지만, 내일부터는 각자 되는 시간마다 틈틈이 키울 테니 아마 일주일 정도면 다들 만렙을 찍을 수 있을 거다.
‘서정연보다 먼저 만렙 찍어야지.’
그 자식이 감히 이런 걸 내기로 걸어?
물론 받아들인 건 나지만…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기를 했다는 거 자체가 중요하지.
빠른 레벨링을 할 수 있는 초반 공략 페이지를 펴 놓고 비릿하게 웃었다. NPC와 대화 스킵, 영상 스킵, 경험치 많이 주는 히든 퀘스트는 챙기고 쓸데없는 서브 스토리 퀘스트는 넘기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내가 먼저 만렙을 찍고 말 테다.
 
haewo1: 도해준 씨
haewo1: 어디가요?
 
마을로 자동 이동을 찍어 두고 서브 모니터에 올려 둔 공략 페이지를 보고 있던 나는 개인 메시지가 오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뭐야, 또.
 
Z10N: 왜
haewo1: 어디가요?
Z10N: 당연히 퀘받으러 마을가지 어딜가
haewo1: 저 안보여요?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생각하다가 혹시나 해서 화면 구석에 켜 둔 퀘스트 창을 꺼 봤다. 그러자 내 캐릭터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고 있는 서정연의 캐릭터가 나타났다.
“아, 미친. 깜짝이야.”
상상도 못 한 등장에 나도 모르게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무슨 공포 게임도 아니고.
 
Z10N: 먼데 ㅅㅂ;;; 꺼져;;;;
haewo1: 왜요
haewo1: 같이해요^^~
Z10N: 꺼1지라고
haewo1: 목적지가 같은데요?ㅠㅠ
Z10N: 알게뭐야 채널옮겨
haewo1: 같이 해요!
Z10N: 내가 옮길거야 ㅅㄱ
haewo1: 너무해
haewo1: 채널 옮기면 내일 카페가서 아는척할거예요
 
“…….”
무심코 힘이 들어간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저 재수 없는 자식…….

মই প্ৰতিদ্বন্দ্বী হোৱা বন্ধ কৰি দিম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