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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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전쟁이 끝난 후, 어나더 길드 내부에는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마구잡이로 들어오던 신입 길드원이 뚝 끊겼다. 노퓨쳐가 더는 길드 가입을 안 받는다고 공지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 길드 전쟁의 패배로 인해 어나더 길드를 찾는 유저의 숫자가 확 줄었을 거다.
진 것도 문제인데 거기다가 현 길마인 ‘heunJeok’이 사칭일 거라는 얘기가 커뮤니티에 돌기 시작했으니… 유저들 사이에서 어나더 길드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반대로 우리 길드는 전쟁 이후로 길드 가입 문의가 폭발했다. 부캐를 하느라 자주 자리를 비우는 나를 대신해서 유진호가 그 문의를 받고 있는데, 길드 정보에 가입을 받지 않는다고 써 놨는데도 불구하고 문의량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
다음은 서정연과 여여랑에 대한 노퓨쳐의 호감도다. 전쟁 당시에 나를 함정이 있는 곳으로 친히 끌고 온 ‘haewo1’과 사칭범의 주변을 지키는 11명 중 하나였던 ‘쥐안에든독’을 상대로 은근히 신뢰하고 있다는 티를 냈다.
길드 내에서 조용히 지내고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나와 좋은날씨는 노퓨쳐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게 나을 수도 있었다. 넷 중에서 두 명은 노퓨쳐 눈에 띄었으니 나머지 둘은 뒤로 한걸음 빠져서 조용히 지내는 포지션인 게 좋을 거다.
 
[파티] 쥐안에든독: 하 진심 개부담임 **
[파티] 쥐안에든독: 자꾸 저보고 어디 사냐고 물어보고
[파티] 쥐안에든독: 실제 이름 뭐냐고 물어보고;;;
[파티] 빚과송금: ㄷㄷ
[파티] 쥐안에든독: 개인정보는 대체 왜 처물어보는거임?
[파티] 쥐안에든독: 너무 소름끼쳐여ㅠㅠㅠㅠㅠ
[파티] Z10N: ㅋㅋ
[파티] 빚과송금: 와
[파티] 빚과송금: 그정도면 사랑에 빠진 수준아닌가요?
[파티] 쥐안에든독: ㅡㅡ
[파티] 쥐안에든독: 두1질래요?
[파티] 빚과송금: ㅋㅋㅋㅋㅋㅋㅋ
 
노퓨쳐 입장에서는 사칭범 대신 나와 싸우면서 시선을 집중받은 서정연보단 처음부터 믿고 11명 파티에 넣은 여여랑에게 더 호감이 가는 모양이다.
졸지에 노퓨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여여랑은 끔찍해 죽겠는지 우는소리를 했다. 저 마음을 이해는 하는데, 노퓨쳐가 여여랑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으면 우리에게 이득이었으니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
‘뭐, 여여랑이 저 치근거림을 얼마나 더 버텨 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꽤 중요할지도 모르는 마지막 변화는 바로 이거였다.
 
[길드] 크라나샨트: 저번 업뎃으로 원딜 직업이 확실히 좋아진듯ㅋㅋ
[길드] 잇쨔잇쨔: ㅇㅈ
[길드] 노퓨쳐: 그래요?
[길드] zang2213: 하는 사람이 많아진듯ㅋ
[길드] 미녀사냥꾼: 경매장 구경하니까 템 가격도 개떨어졌던데
[길드] 미녀사냥꾼: 할맛날듯
[길드] 노퓨쳐: 샨트님이 원딜 직업이시잖아요ㅎㅎ
[길드] 크라나샨트: ㅋㅋ넹 개꿀이에요지금
[길드] Opokjs: 아 나도 원거리나 키울까
[길드] 반숙올챙이: 배메 ㄱ
[길드] Opokjs: 배메가 젤 ㄱㅊ음?
[길드] 인천구비둘기: 좀 까다로운데 잘하면 딜 개쎔
[길드] Opokjs: 고럼 해야지
[길드] 미녀사냥꾼: ㅋㅋㅋㅋㅋㅋ자신감 뭔데
[길드] Opokjs: ^.^ㅋㅋㅋ
[길드] 나의라임나무: 레이드 가실분?
[길드] 나의라임나무: 누베느 하드~
 
소소한 잡담이 오가던 길드 채팅창이 라임나무가 채팅을 치자마자 버그라도 생긴 것처럼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 채팅창을 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길드] Z10N: ㄱㄱ
[길드] 빚과송금: 저두 갈게영^ㅡ^
[길드] 쥐안에든독: 손!
 
내가 간다고 하자 좋은날씨와 여여랑도 센스 있게 끼어들었다. 무시당하고 넘어갈 줄 알았던 라임나무의 말에 동조의 채팅이 올라오자 뒤늦게 확인한 다른 길드원들도 하나둘 대답을 보내왔다.
 
[길드] Rahm: 오 누베느 하드?? 저도 감
[길드] 방벽: 누베느에 뭐뜸?
[길드] 쥐안에든독: 운좋으면 5강 이상 무기?
[길드] Iilliliilil: 저도
[길드] Iilliliilil: 근데 지금 라면탐이라 10분만 ㄱㄷ려주실수?
[길드] 나의라임나무: ㅇㅋ
[길드] Iilliliilil: 누베느에 그거뜸
[길드] Iilliliilil: 팔찌ㅇㅇ
[길드] Iilliliilil: 수집퀘있거나 경매장에 팔기 좋음
[길드] 방벽: ㅇㅎ
[길드] 방벽: 저두가취가욥
[길드] 나의라임나무: 넹^~^
 
노퓨쳐가 라임나무를 의심한다던 서정연의 말처럼 라임나무를 대하는 어나더 길드원 몇 명의 태도가 굉장히 묘했다. 솔직히 웬만큼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길드 분위기가 개판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살다 살다 본인이 나서서 길드원 왕따시키는 부길마도 다 보네.’
성하연과 자주 노는 무리와 미녀사냥꾼 무리가 노퓨쳐와 친하게 지내는 11명에 포함된 놈들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라임나무를 향한 저 애매한 태도도 설명이 됐다.
노퓨쳐가 라임나무를 의심해서 그런 거든, 그냥 개인적으로 싫어져서 그런 거든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유치한 행동이었다. 보기만 해도 질리는 기분에 고개를 젓다가 문득 라임나무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유진호의 말대로라면 라임나무도 눈치가 제법 빠른 편이던데.’
저렇게 대놓고 자신을 따돌리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레이드 인원이 모두 모인 뒤에 어느 정도 승부수를 던지는 기분으로 물어봤다.
 
[파티] Z10N: 라임님
[파티] Z10N: 혹시 다른 길원이랑 싸움?
[파티] 나의라임나무: ?
 
대놓고 물어보자 방금까지 장비 수리하고 온다느니, 레이드 입구로 가고 있다느니 하는 등의 대화가 오가던 파티 채팅창이 조용해졌다. 다들 굳이 말을 안 했을 뿐, 나처럼 궁금했을 테니 라임나무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다.
 
[파티] 나의라임나무: ㄴㄴ
[파티] 나의라임나무: 왜여
[파티] 나의라임나무: 지온님이 봐도 저 미운털 박힌거가틈?ㅠ
[파티] Z10N: 예
[파티] 나의라임나무: ㅋㅋㅋㅋㅋㅋㅋ
[파티] Iilliliilil: ㅋㅋㅋㅋㅋㅋㅋ
[파티] Rahm: 모른척하기 힘들 정도로 티나긴함ㅋㅋㅋㅋ
[파티] 빚과송금: ㅠㅠ;;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는 내 질문을 이렇게 가볍게 받아치는 걸 보니까 라임나무는 의외로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하긴, 상대가 인생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긴 하지. 저런 놈들한테 무시당해 봤자 아무 의미 없으니 그만큼 신경 쓰지도 않는 거다.
 
[파티] 방벽: 곧 쫓겨나실 듯
[파티] Iilliliilil: ㄷㄷ
[파티] 나의라임나무: 쫓겨나는건 상관없는데
[파티] 나의라임나무: 그전에 요일이랑 길전 한번 더 못할거같아서
[파티] 나의라임나무: 그게 넘 아쉽넹
[파티] 쥐안에든독: ㅋㅋㅋㅋ아니
[파티] 쥐안에든독: 요일 길드 집착 오지시네
[파티] 빚과송금: 아직도 요일길마 시름?
[파티] 나의라임나무: ㅇㅇ
[파티] 나의라임나무: 그쉑 저번 길전에서ㅏ
[파티] 나의라임나무: 나 죽으라고 일부러 마하님 보냄
[파티] 나의라임나무: 개빡침
[파티] 쥐안에든독: ㅋㅋㅋㅋㅋㅋㅋ
 
“…….”
눈치 빠른 거 맞네. 유진호를 상대로 제대로 못 싸울 것 같다는 가능성도 계산해서 보낸 거긴 하지. 어차피 원딜과 근딜을 붙여서 보냈으니 라임나무가 지는 건 확정이지만.
 
[파티] 쥐안에든독: 요일길마 쓰레기 맞네;;
[파티] 빚과송금: ㄹㅇㄹㅇ
[파티] Z10N: ㅋ
 
명색이 전쟁인데 나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게 맞는 거지, 무슨.
 
[파티] 나의라임나무: 내가 보기엔
[파티] 나의라임나무: 요일 길마가 여기 스파이를 심어놓은게 분명함-.-
[파티] Z10N: 부길마님은 라임님이 스파이인줄 아는거 같은데요?
[파티] 나의라임나무: ㅋㅋ 전 진심 아니에요
[파티] 나의라임나무: 혹시 여기에 스파이 있으면
[파티] 나의라임나무: 요일 길마한테 다음에는 치사하게 도망가지 말라고 전달점
[파티] Z10N: 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Z10N: ㅇㅋ제가 전달해줌
[파티] 나의라임나무: ㄳㄳ
[파티] 빚과송금: 길전 한번 더 하기전에
[파티] 빚과송금: 강퇴당하실거같은데
[파티] 나의라임나무: 어케든 붙어잇어야죠
[파티] 나의라임나무: 요일길마를 이대로 놓칠수없어
[파티] 쥐안에든독: ㄷㄷ
 
라임나무가 노퓨쳐한테 강퇴당하면 바로 데려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 정도로 나한테 집착하면 좀 무서운 건 사실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라임나무를 한 번 더 떠봤다.
 
[파티] Z10N: 진지하게
[파티] Z10N: 요일 길드로 갈 생각은 없으신거?
 
원래라면 내가 나서는 대신에 서정연을 시켰겠지만, 오늘은 하필 서정연이 나갈 일이 있다고 해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파티] 나의라임나무: 가면 가고 말면 말고
[파티] 나의라임나무: 별생각음슴
[파티] Rahm: 왜연
[파티] Rahm: 요일 부길마랑 친하신거 아녓슴?
[파티] 나의라임나무: ㄴㄴ안친함
[파티] 나의라임나무: 걍 내가 조아하는거ㅎㅅㅎ
[파티] 나의라임나무: 탱으로서 컨좋은 딜러 좋아하는 그런거임
[파티] Rahm: ㅇㅎ
[파티] Iilliliilil: 헐 둘이 친구인줄 알았는데
[파티] 방벽: 나도
[파티] Iilliliilil: 그래서 노퓨쳐님이 라임님 싫어하는건가요
[파티] Iilliliilil: 요일 부길마랑 친한줄 알고
[파티] 나의라임나무: 그럴수도
[파티] Rahm: 아니ㅋㅋㅋㅋ
[파티] Rahm: 착각한다고해도
[파티] Rahm: 길원들이 저렇게 대놓고 분위기 ㅈ같이 만드는데
[파티] Rahm: 내버려두는게 ㅈㄴ이상함
 
음. 역시 여기 파티 애들은 정상인들이군. 게다가 노퓨쳐가 하는 짓을 파악한 거 보면 머리 굴리는 속도도 빠르고.
‘서정연한테 알려 줘야겠다.’
라임나무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과 어나더 길드에도 우리 편이 있다는 이야기를 서정연에게도 전해 주기 위해 핸드폰을 든 나는 갑자기 몰려오는 어색한 감정에 행동을 멈췄다.
‘연락하기엔… 늦은 시간인가?’
시계를 확인하자 밤 10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전화는 무리였고 메시지 정도는 보내도 되는 시간인데, 어쩐지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녀석과 나눈 메시지는 아까 낮에 온 ‘오늘은 일이 좀 있어서 카페에 못 들릴 것 같다’라는 내용이 마지막이었다.
방금 있었던 일을 간단히 정리해서 보내 놓으면 서정연이 편할 때 확인하겠지.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몸은 석고가 된 것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그냥, 뭐랄까. 어쩐지 서정연에게 내가 겪은 일을 구구절절 써서 보내기가 어렵고 불편했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왜 이런 쓸데없는 내용을 보내는 거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서정연이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손끝이 도통 움직이지 않았다.
“…….”
나는 한참 동안 고민한 끝에 결국 아무런 메시지도 보내지 못한 채로 핸드폰을 내려놨다.

মই প্ৰতিদ্বন্দ্বী হোৱা বন্ধ কৰি দিম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