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태석 감독 차기작, 정해성・전소연・김도형 러브콜. 제작사 측 “아직 검토 중에 있어.”
배우 정해성과 김도형이 파경 2년 만에 같은 드라마에서 만난다.
(사진)
나태석 감독이 5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신작 <별을 담은 잔>은 배우 정해성과 김도형이 과거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별빛이 내린다> 스핀오프 격인 시즌2 작품이다. 나 감독 측에서는 지난번 출연한 배우들과 단 한 사람도 달라서는 안 된다는 입장. 제작사 측에서는 아직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두 배우의 소속사에서는 긍정적인 사인을 비치고 있다고 답했다. 파경 2년 만에 브라운관에서 만날 두 사람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제공 = 한가람 엔터, BRILLER 엔터
줄줄이 올라오는 기사를 읽던 우태가 얕게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앓는 소리를 내며 소파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젖혔다.
“인터넷 반응도 난리겠네.”
중얼거리던 그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도형이는 기사 읽으면 안 되는데, 언뜻 스치는 걱정에 자꾸만 속이 답답해졌다.
***
[수다] 2년 전 걔들, 같은 드라마로 복귀 ㄹㅇ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지지고볶고 기자회견 난리더니 이럴 줄 알았다~
ㅈㅎㅅ이랑 ㄱㄷㅎ 케미는 ㅇㅈ
근데 얘네 이혼까지 노이즈 마케팅은 아니겠지?
ㅈㄴ 이 날만을 위한 큰 그림 아님?
의심병 ㅈㅅ
댓글 (55)
쓰니 말들으니 소름 근ㄴ데 원래 아는 사이랫음
└ㅈㄹ 걔들 친구임?
└└ㅈㄴㄱㄷ 기사 뜸 ㅇㅇ
우리 돟 인생 김밥 만든 색기가 또 같ㅇㅣ복귀 ㅅㅂㅌ
└김밥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누구 인생을 김밥 만듦? 돟이 셩을? ㅈㄹㅋㅋㅋㅋㅋ 할리웃 갈 뻔한 정해성 결혼으로 발목 잡은 게 ㄴㄱ? 조언에 발작버튼 눌려서 이혼한 거 ㄴㄱ?
└└└ㅅㅂ 돟맘인데 가만히 있는 애 연기력 운운한 게 조언이냐? 연기자로서 재능 업서요~ 이게 ㅅㅂ 리얼리티에서 하는 게 맞냐곸ㅋㅋ 독립 영화부터 무명생활 ㅈ빠지게 한 애한테?
돟맘 ㄱㅐ웃ㅋㅋㅋㅋ 근데 저건 ㄴㅇㅈ 돟 연기는 셩빨이지
└ㅇㅈ 셩빨 덕에 영화도 도장 찍지 않음?
└└그거 엎어짐~ 둘이 이혼해서~
└└└그게 예술병 걸린 ㅈㅎㅅ 때문이겟냐? 돟 실력이지?
└└└└잘난 셩 덕분에 돟 정신과 다녔댔음 범죄 아님?
대놓고 까판 열엇ㅅ넼ㅋㅋㅋㅋㅋ 피뎁 따는 중임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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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첫 시작이라고 여겼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거울 속 자신을 쳐다보던 도형이 길게 한숨을 뱉었다.
언젠가 복귀를 하리라 생각은 했지만, 그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벅차오르고 있었다.
“도형 씨, 눈감아 봐요.”
그 말에 도형이 슬쩍 눈을 감았다. 얇은 브러쉬가 눈두덩이를 간질인다.
이조차 오랜만에 맛보는 감각이라, 미간을 찡그리기도 하고, 코를 움찔거리기도 했다. 싫은 게 아니었다. 무척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 기분 좋게 낯설 뿐.
“하나도 안 변했네. 이게 아직도 간지러워요?”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잖아요. 여전히… 간지러워요.”
도형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한참 연기자 생활을 할 때는 늘 들르던 샵이었는데, 잠정적 휴식기를 가진 이후로는 첫 방문이었다. 더는 오지 못 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더욱 감격스럽다.
도형의 메이크업을 맡은 건, 늘 그를 담당하던 민 실장이었다.
그때처럼 살가운 목소리로 말을 거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참 좋은 사람이다.
“다시 도형 씨 만나서 너무 좋아. 그런데 피부는 그대로다? 쉬면서 관리했어?”
“네. 언제 복귀할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관리해야 한다고 친구가 닦달을 해서….”
“어머, 어디? 어디 다녔길래 전보다 더 좋아졌어? 나도 좀 소개해 줘. 그 친구 되게 좋은 사람이네. 그렇게 도와주기 쉽지 않아. 알지?”
도형이 웃음을 터트렸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이미 고개를 끄덕였는데, 재차 말로 하고 싶어 입 안쪽이 간지러웠다.
“좋은 사람 맞아요.”
평소 같았다면 누구냐, 연예인이냐, 일반인이냐 꼬치꼬치 캐물었을 게 분명한데.
생각보다 민 실장이 조용해서, 괜히 불안해졌다. 으레 있는 버릇이다. 상대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몇 번이나 그 이유를 되새기는 것.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센터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면서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얼굴을 간질이던 브러쉬도 움직임을 멈췄다. 이상한 느낌에 슬쩍 눈을 떴을 때.
“도형 씨.”
민 실장의 난감한 표정이 보였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도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형.”
누구도 들리지 않을 법한 작은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을 힘껏 그러쥔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 눈빛이. 언제나 그랬듯,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눈동자가 제 속을 후벼 파는 것만 같다.
“오랜만입니다. 김도형 씨.”
“네, 오랜만입니다. 정해성 씨.”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을까. 당황한 게 여실히 드러나진 않았을까.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김도형 씨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민 실장님.”
그 한마디에 민 실장이 거울 속 도형을 힐긋거렸다.
“메이크업은 다 끝났으니까, 천천히 이야기하고 나와요.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네, 고맙습니다. 실장님.”
깍듯하게 인사하는 도형의 말에 민 실장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해성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조용히 룸을 나섰다.
단둘이 남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낯설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그저 해성이 불편하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할 말이 뭐예요?”
입을 떼자마자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좋아 보여. 예전과 다르게.”
이어지는 대답에 희미하게 번지던 기억이 선명해지고, 숨이 덜컥 막혔다.
‘사실 도형이는… 뭐랄까, 전력을 다하는 연기자는 아니야. 몰입도가 낮다고 해야 할지, 캐릭터 분석이 약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해성이 우연히 출연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었다. 영화를 함께 찍은 배우와 광고를 촬영하던 중 도형의 이야기가 나왔고, 해성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진실된 속내를 내뱉었다.
‘가끔 보면 답답하지. 작품 해석이 어려우면 나한테 물어봐도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고작 두 번의 대화였는데, 그 영향은 꽤 컸다.
어떤 배우든 안티가 따라오기 마련이라지만, 해성의 말 이후 쏟아지는 말들은 그 어떤 것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따로 있었지만. 그 찰나를 생각하던 도형이 입술을 꽉 물었다.
도형이 출연한 작품의 영상 크롭본과 그에 달리는 댓글들이 삽시간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속사에서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 그것도 남편이라는 사람의 한마디는 생각보다 큰 여파를 몰고 왔고, 알파와 오메가라는 형질에서 따라오는 사회적 인식이 그를 또 한 번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솔직히 정해성이 아직도 각인 안 했다던데 그 이유가 뭐겠음? 난 알 거 같음’
‘페로몬으로 정해성 홀리지 말고 실력으로 홀려봐. 맨날 말하잖아 연기에 진심인 배우가 좋다고.’
‘걍 놔줘라, 이만큼 이름값 써먹었음 됐다.’
그때 쏟아지던 말들이 제게 어떤 여파를 미쳤는지. 해성은 정말 모르는 걸까.
도형이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제 앞에서 저를 주시하는 해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영영 놓지 못할 것 같았으나, 이제는 영영 놓아 버리고 싶은 사람. 더는 제 인생의 울타리에 들여놓고 싶지 않은, 지나간 인연이자 존경하는 선배.
그와의 지독한 재회였다.
“너무 잘 지내서 탈이고, 좋지 않을 이유도 없어요. 다시는 이렇게 사적으로 알은척,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해성 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