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뭐 따라 하는 것 같아?”
“또 뱁새겠지, 뭐.”
“맞아. 뱁새였어. 근데 너 얼굴 빨개졌다. 그냥 네가 위로 올라와.”
“으앗!”
무겁지도 않은지 사람을 번쩍번쩍 들었다가 놓는 이은섭 때문에 눈이 크게 뜨였다. 인형 하나 안듯이 가볍게 나를 제 위로 올려놓은 이은섭이 내 볼을 우물거렸다. 막 태어난 늑대가 입질을 하는 것과 비슷해서 그냥 뒀다. 내색은 안 해도 이은섭의 귀여움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한참 볼이나 만지작거리며 섹스를 안 할 것처럼 굴더니, 막상 그만두려니 또 아쉬운지 이은섭은 웃통을 까고서 투덜거렸다.
“난 순결을 지켜왔어. 너한테 주려고.”
“만약에 내가 다른 사람 만나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그랬으면 그 새끼 죽이고 순결을 주려고 했지.”
“죽이지 마…….”
“다행히 네가 날 살인자로 만들지 않으려고 기다려줬지만.”
“은섭이 너는 착하잖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착해.”
얇은 브리프 위로 이은섭의 손이 뭉근하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아래로 힘이 들어갔다.
“우리 나중에 신혼여행 가서, 그때 잘 못하면 그게 더 쪽팔릴 것 같다.”
“그냥 하고 싶다고 말해.”
내 엉덩이를 토닥이던 손에 힘이 들어간 건 한순간이었다.
“하고 싶어, 영도야.”
이은섭은 장난 같은 뽀뽀 대신 입 속에 혀를 밀어 넣었다.
손대는 것도 약간 부담스러워하던 이은섭은 막상 혀를 집어넣자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옷도 한 꺼풀 한 꺼풀 천천히 벗기는 게 아니라 훌렁 벗겨서는 탑탑 소리가 나게 바닥에 던졌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나는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이은섭의 아래서 같이 숨을 몰아쉬었다.
“저기, 은섭아 잠깐만…….”
“잠깐만 뭐?”
“숨 좀 돌리자고…….”
“5초 줄게.”
“무슨 5초야!”
“3, 2, 1, 끝.”
5초를 주겠다더니 3초밖에 안 준 이은섭은 다시 내 입술에 돌진했다. 밥 먹듯이 하던 키스를 처음 해보는 사람처럼 서툴게 했으나 나쁘지 않았다. 나를 원하는 게 역력히 드러나는 너를 실눈을 뜨고 보다가 걸려서 딱밤을 맞긴 했지만, 그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이은섭은 꽤 수위가 높은 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다. 나긋나긋한 여자의 팔과 다리를 입으로 천천히 훑어 내려가던 이은섭. 섹스에 대해 모르긴 몰라도 나 역시 그렇게 대해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이은섭이 시나리오를 꿰고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압, 아파, 야, 야!”
“아, 왜!”
“너 이……. 송곳니 집어넣어!”
“안 들어가서 그래. 그냥 입술로만 할게, 그럼.”
“진짜지? 약속해.”
스크린 안에서 연상의 여인을 능숙하게 리드하던 이은섭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늑대 수인의 개성 중 하나인 송곳니조차 숨기지 못해 기어이 피를 보게 만드는 얼치기가 내 앞에 있었다.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애한테 적당히 하라고 화를 낼 의지도 생기지 않아 새끼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이은섭은 튀어나온 송곳니가 보이게 아랫입술을 꾹 짓씹으며 얌전히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래, 이 정도면 섹스는 좀 못해도 데리고 살 만하다.
그러니까 나는 이은섭이 나를 뒤집어놓고서 불알부터 구멍까지 미끈하게 핥아댈 줄은 몰랐던 거다.
“흣, 윽…….”
“너 여기가 막 옴찔거려.”
“입…… 조용히 좀, 하아.”
“애액 나온다. ……내 좆 받으려고.”
본격적인 섹스로 가기 전, 내가 어떤지를 확인하기보다 제 감정에 취해 나를 마구잡이로 물어뜯어 피를 보게 하던 이은섭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었겠는가? 10년 전에 한 말마따나 ‘아다’가 확실해 보이는 이은섭에게 뭐라고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송골송골 피가 맺히는 가슴팍과 아랫배, 팔뚝을 보며 ‘섹스가 망해도 실망한 티를 내지 말자.’라고 다짐까지 했다.
그러나 이은섭은 내가 누군가에게 한 번도 보인 적 없고, 보일 일도 없던 곳을 마주하자 개처럼 붙어먹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여전히 튀어나온 송곳니로 음낭과 좆을 슬쩍 깨물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사타구니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가볍게 내리치기도 하는 이은섭의 손안에서 나는 수치심과 쾌감에 절어 신음했다. 좆 받을 준비가 다 될 때까지 빨 거라는 이은섭의 열띤 음성이 무섭기까지 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도 첩첩거리며 빨아대는 이은섭 때문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빠끔거리는 구멍에서 느껴지는 물기가 오롯이 애액뿐만은 아닐 거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이은섭의 페니스 사이즈를 모르는 게 아니라 열심히 풀어주는 건 충분히 이해했다. 물론 조금 오래 빤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리라고 미루어 짐작하며, 나는 다가올 고통의 순간을 최대한 달콤하게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나 사실 너 다시 만났을 때부터…….”
“아, 아!”
“콘돔 하루도 안 빼고, 하아…… 갖고 다녔어.”
“은, 아! 은섭아, 흐윽……!”
“너한테 박을 생각은, 열아홉 때부터 했고.”
초콜릿 코팅을 마친 마음은 개좆같이 큰 이은섭의 좆이 들어오자마자 산산조각 났다. 길고 두툼한 혀로 주름 구석구석까지 핥아준 건 고마웠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은섭이 혀로 애무를 해줄 때까지만 해도 팔로 단단히 지탱을 하고 있던 나는 삽입 한 번에 무참히 무너졌다. 억, 소리를 내며 베개에 머리가 파묻힌 게 창피해 얼른 팔꿈치라도 세워보려 했으나 턱, 턱, 턱, 세 번에 걸쳐 무자비하게 좆을 욱여넣는 이은섭 때문에 나는 그냥 엎어져서 엉덩이만 겨우 들어 올린 꼴이 되었다.
“네가 나랑 스무 살 때 사귀어줬으면 이런 일 없잖아.”
“아읍, 야! 으, 흐으아…….”
“아, 씨발! 존나 좋아, 영도야…… 너 미친 거 아냐? 미친 새끼, 어떻게 이런 몸을 하고, 나만 기다렸냐?”
아래서 제 애인이 죽어가든 말든 이은섭은 신나서 고백인지 음담패설인지 모를 말들을 두서없이 늘어놨다. 좋아해로 시작해서 너랑 같이 죽을 거라는 말로 끝나기도 하고, 너를 쳐다보는 새끼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눈깔을 파버릴 거라고 협박을 하다가 너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다시 없다는 고백으로 끝나기도 했다. 어느 말이든 내게 제대로 와닿지는 못했다.
“아읏, 은, 힉! 은, 섭아―.”
“씹, 너 날개 나왔어. 존나 귀여운 새끼!”
무식하게 처박는 이은섭에게 끌어안겨 절정에 오른 순간, 삐― 하는 이명이 울렸다. 그리고 나는 이은섭이 내 몸에서 드럽게 큰 좆을 빼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뱁새로 변했다.
목이 쉬어서 그런가 새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대자로 누워 아주 개운해 보이는 이은섭의 반질반질한 얼굴을 부리로 콕콕 쪼았다. 이은섭은 아야야, 하고 내가 당한 거에 비하면 아픈 축에도 못 드는 부리질에 열심히 아픈 척을 해댔다.
“삐……이!”
“촬영 끝나면 맨날 붙어먹어야겠다. 너는 아주 내 거라고 제대로 찜해놔야 속이 풀릴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