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지, 나 말고 아무도 안 만난 거……?”
“클린 그 자체야. 우리 아빠들한테 물어봐도 돼.”
“아빠들 몰래 만났을 수도 있잖아.”
“찌질하게 너 아니면 결혼 안 한다고 수절했다니까. 그래서 우리 집 큰아들에게서 손주 볼 일은 없구나, 아빠들도 그랬어.”
“응……. 사실 누구 만났어도 되는데, 근데 싫어.”
조곤조곤 우는소리를 하자 이은섭은 크게 웃더니만 내 볼을 꽉 깨물었다. 반사적으로 눈이 꼭 감겼다.
“난 너 누구 만났으면 싫은데. 그럼 그 새끼 죽여버리고 네가 만난 사람은 평생 나 하나인 걸로 만들 거야.”
“미, 미친 소리 마.”
“응, 난 영도한테 미쳤어!”
“으앗!”
“작작 좀 귀여우라고, 제발!”
늑대 귀를 쫑긋거리며 달려드는 이은섭을 피할 새도 없었다. 나는 그 애 밑에 깔려서 생각했다. 내일은 라디오가 없는 날이니 목이 좀 나가도 괜찮겠다고.
“그만 좀 꼬집어!”
“아파?”
“아프진 않은데 이상해.”
“이상하라고 그러는 건데 왜 그만둬.”
“하지 말라니까…….”
내가 늑대 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이은섭은 유두를 괴롭히는 데 열심이었다. 네가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기부 입학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한국대에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제 그게 별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 스스로가 어이없어 웃고 말았다.
“너 진짜 귀여운 거 알아?”
“내 눈에는 너도 귀여워. 너무너무 귀여워, 은섭아.”
“너는 남들 눈에도 귀여워. 그게 문제야.”
박재현 그 새끼가 보는 눈이 있어. 가만 보면 나 아니었어도 너한테 집적거렸을 놈이야. 가증스러운 새끼,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릴까?
물고 빨아 빨갛게 퉁퉁 부은 유두를 한 번 내려다보고, 박재현을 죽여버리겠다고 흉흉한 말을 하면서도 착실하게 구멍을 쑤시는 이은섭을 난 한 번 올려다봤다. 성이 난 얼굴이 사랑스러워서 나는 다리를 활짝 벌려줬다. 이은섭은 내가 다리를 벌리고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이자 풍성한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좋아했다.
“손가락, 응…… 그만하고 네 거 넣어줘.”
“내일 너 출근하는 날만 아니면 한 박스 다 쓰는 건데.”
협탁 옆을 대충 뒤져 콘돔 하나를 꺼낸 이은섭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여실히 드러났다. 나라고 안 아쉬운 줄 아나. 그러나 이은섭은 내가 정말 섹스에 담백하고, 별로 안 아쉬워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평소 애무를 받기만 하던 나는 한 번쯤은 이은섭에게 내가 얼마나 섹스를 좋아하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불뚝 선 좆의 선단을 앙, 물었다.
“이어 오.”
이거 줘, 해놓고 이은섭이 욕을 하니 무서워서 바로 뱉어내기는 했지만.
“아, 씹.”
“너무 커서 입에는 못 물고 있겠다…….”
남의 좆을 물어볼 일이 없다 보니 입 안에 닿는 감촉이 생경하게만 느껴졌다. 조금 단단한 젤리 같은 느낌. 기회가 된다면 신혼여행 가서는 제대로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이은섭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
“이거 주니까, 하아, 좋아?”
“흑, 응, 응! 좋아, 은섭아. 하아, 아응……!”
맹하니 앉아 있다가 이은섭이 날 제 위로 앉히는 바람에 그대로 허리가 뒤로 꺾였다. 이은섭이 안아 지탱해줬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대로 뒤로 나자빠질 뻔하면서 반사적으로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이은섭 외에는 누군가에게 몸을 맡겨본 적이 없는 나는 이은섭이 길들이는 대로 느끼는 몸이 되었다. 몸을 조금 뒤치며 이은섭 위에서 자리를 잡은 나는 구멍을 옴찔거리며 좆이 구멍 안에 꼭 들어맞게 움직였다.
“요부 다 됐네, 태영도.”
“아니, 흣…… 아니야, 너하고만, 하잖아.”
“그럼 씨발, 나하고만 해야지. 누구랑 또 해, 이딴 추잡한 짓을.”
“아앗! 미, 안, 응? 은섭아, 흐응…… 잘못 말했어, 읏!”
안 그래도 내가 하는 짓이 민망한데 요부 다 됐다는 말에 발끈했다고 이은섭은 말 한마디 없이 제 것을 처박았다. 분명히 생활 패턴은 비슷한데 타고난 체격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지라 나는 이은섭의 품 안에서 팔랑팔랑 흔들렸다.
“그렇게 하는 거. 읏, 아! 시, 싫어. 아, 은섭아, 싫어.”
“어리광 부리지.”
구멍 좀 조였다고 뻑, 뻑, 하는 소리가 나게 아래를 처박던 이은섭은 내가 조르자 거친 말씨와는 상반된 표정을 지었다. 한없이 다정해서 기대고만 싶은 얼굴에 나는 가볍게 입 맞추며 너를 끌어안았다.
“나중에, 안에 많이 싸줘…….”
“꿈 아니지?”
“응?”
“오늘 아주 콘돔 터질 때까지 박아줄게.”
“어? 아니, 잠…… 아! 은, 섭아, 응! 흐아!”
으븝,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이 막혔다. 그만하라는 말은커녕 신음도 제대로 뱉지 못할 정도로 입 안을 가득 채운 혀에 나는 동아줄이나 되는 양 너를 끌어안고서 허리를 흔들었다. 하나도 싫지 않았다. 네가 나를 엎어놓고 개처럼 박을 때는 기꺼워서 눈물이 다 흘렀다.
꺼슬꺼슬한 음모가 회음부에 닿는 느낌이 간지러워 발로 침대를 팡팡 내리쳤다. 너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회음부를 아프게 꼬집고서는 고통에 자지를 꽉 무는 내벽에 신음했다.
“하아…… 하루 종일 네 안에만 있고 싶어.”
“끕, 흐으…… 나도, 네 좆 물고 싶어. 종일.”
“결혼하면 콘돔 없어, 씨발.”
“히윽, 응!! 조, 아. 아,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