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셔?”
“좋아하시지. 유명한 배우 아니냐고 하시면서 엄청 좋아하시고, 또 걱정하시던데.”
“걱정? 무슨 걱정?”
“아무래도 집안 사정이 별로 안 좋다 보니까. 원래 옛날 분들은 그런 거 신경 쓰시잖아. 괜찮다고 했어, 네가 몸만 오라고 했다고도 말했고.”
에구구, 짧게 앓는 소리를 낸 이은섭은 내 위에 납작하게 엎드리더니만 볼에 입술을 댄 채 웅얼거렸다.
“난 진짜 너만 있으면 돼.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애도 안 가져도 상관없어. 장래 희망이 <애비야 어디 가> 출연이었는데, 그것도 포기할게.”
“아하하! 웃기지 마, 너 때문에 잠 다 깼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지만…… 영도가 싫어한다면 아이 없어도 돼. 영도를 아들처럼 키우면 되니까.”
“동갑이면서 아빠는 무슨, 악! 숨 막혀!”
“물론 한 명 정도 생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영도가 싫다면 딩크로 살아도 상관없어.”
“나, 낳을 테니까 내려와, 진짜 숨 막혀…….”
입으로는 아이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안 낳으면 죽일 것처럼 끌어안고 쪽쪽대는 이은섭에게 매달려 밤새 팔랑거렸다. 낳아줄게, 낳아준다고, 몇 번이나 외쳤지만 이은섭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사랑 많이 받고, 많이 주고 자란 이은섭은 당연히 좋은 아빠가 되겠지?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하기는 했으나, 실은 나를 닮은 아기 뱁새를 등에 태우고 힘차게 달려 나갈 늑대 생각에 설렘을 감출 길이 없었다.
“아들딸 하나씩, 캑, 낳겠다니까……!”
“난 너만 있으면 돼―.”
근데 얘는 진짜 밤새도록 안고 있을 모양이네.
팔을 휘적거리다가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서 그냥 너를 마주 끌어안았다. 영화 촬영 때문에 조금 단단해지기는 했어도 네 품은 여전히 따뜻하고 안온해서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 * *
이번에 짤터뷰 이은섭임
짤터뷰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처럼 오는데 이번에 섭섭이라 긁어옴ㅇㅇ
익숙한 듯, 새롭다. -배우 이은섭 짧은 인터뷰
Q. 짧은 인터뷰라 시간이 없다. 이번에 촬영에 들어간 영화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A. 아,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가?(웃음) 내년 초중순 개봉할 예정인데, 상업 영화 그 자체인 작품이다. 감독님도, 주연 배우들도 오로지 ‘천만 관객’만을 목표로 열심히 촬영 중이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속 시원한 액션 영화이니 천만 관객도 꿈만은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Q. 시간이 없다! 최근 취미는 무엇인가?
A. 좀처럼 진정이 안 되는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다. 최근 취미는 산책. 새벽에 늑대인 상태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Q. 산책은 자주 하는가? 누구와 하는가?
A. 자주는 못 한다. 아무래도 촬영이 빡세서 시간이 잘 안 나기 때문. 산책은 주로 태영도 아나운서와 함께 한다.
Q. 이은섭 배우가 방송인을 친구로 꼽는 걸 처음 듣는 것 같다. 태영도 아나운서와 어떻게 친해졌는지?
A. 그거야 내가 연예계 왕따라 그런다. (정색) 농담이고, 연예인 친구들도 있기는 한데 가장 친한 건 태영도 아나운서. <체험, 삶의 가치!> 촬영을 하면서 친해졌다. 비밀인데, 사실 우리 둘이 고등학교 동창이다.
Q. 동창? 고등학생 때 친했던 모양이다. 다시 만나 둘 다 반가웠을 것 같다.
A. 꽤 친했던 사이였다. 다시 만나 나는 엄청나게 반가워했는데, 태영도 아나운서는 그냥저냥이었던 듯하다. 그래도 요즘은 서로 죽고 못 산다.
Q. 죽고 못 산다니. 태영도 아나운서와 나중에 동반 인터뷰를 한 번 잡아보겠다. 그럼 다음 질문, 애인 있는가?
A. 무슨 인터뷰를 이런 식으로 하는 건지. 애인 있냐고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자리가 처음이다. 노코멘트 하겠다.
Q. 다음 질문. 노코멘트의 의미는?
A. 성질 나쁜 배우였으면 벌써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테지만 나는 젠틀하니 그러진 않겠다. 지금 당장 말해줄 수 있는 사항은 없다. 끝. 이제 다음 질문.
Q. 같이 연기 합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A. 지금 촬영을 같이하고 있는 박수형 배우. 이번에는 액션으로 만났는데 다음번에는 좀 더 감성적인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박수형 배우가 신인인데도 눈빛이 정말 좋고, 무엇보다도 나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최고의 배우가 될 싹이 보인다.
Q. 자기애가 상당히 강한 것 같다.
A. 원래 자기애가 강한 편은 아니었는데 최근 높아졌다.
Q. 이유가 있다면?
A. 영화도 영화인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내가 꽤 잘나간다는 걸 알게 되어서. <체험, 삶의 가치!> 제작진들이 나중에 나를 또 불러준다고 했는데 기회만 된다면 꼭 또 출연하고 싶다. 그리고 태영도 아나운서가 자존감 지킴이다.
Q. 이제 인터뷰 끝. 영화 흥행과 태영도 아나운서와의 우정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A. 배우로서는 영화 흥행, 이은섭 개인으로 생각했을 때는 태영도 아나운서와의 우정. 둘 다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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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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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뭔놈의 인터뷰가 반이 태영도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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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영도 사랑하신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