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신머리없이 정액을 줄줄 흘리던 나는, 다시 내 몸을 정자세로 눕히더니만 곧장 내 구멍에 코를 박고 빨아대는 너를 보다가 까무룩 정신을 놓고 말았다.
묵직한 통증이 허리를 눌렀다. 나는 알몸으로 곤히 잠든 이은섭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봤다. 어떻게 몸이 육중한데 동시에 잘 빠질 수가 있는 거지? 근육질의 각진 어깨를 쓰다듬던 중, 부드럽게 나를 안는 팔에 나도 그 애를 살그머니 끌어안았다.
“일어났어?”
“영도 네가 나 깨웠잖아.”
“미안해―.”
“아니. 깨워줘서 좋다고. 이리 와.”
더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붙어 있는데도 이리 오라는 이은섭이 좋았다.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네 품에 바투 안겼다. 한 몸처럼 붙어서 어제 질리도록 만진 서로의 몸을 매만지다가 나는 출근 준비를 하고, 너는 그런 내 뒤를 졸졸 쫓으며 빨리 집에 돌아와야 한다고 조잘댔다.
“오늘은 따로 회사 안 나가도 돼?”
“응. 무인 일정도 다 끝났고. 차기작 들어온 거 검토만 하면 돼.”
“제작사에서…… 내년에 너 결혼하는 것도 알아?”
“알지. 내가 올해 초에 너 만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떠벌거려서 그 바닥에선 내가 너랑 결혼하는 거 모르는 사람 찾는 게 더 빠를걸.”
내게 넥타이를 매어주며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다고 가볍게 말하는 이은섭 덕분에 나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생각해보면 이은섭이 결혼한다고 일이 안 들어올 군번도 아니고. 내 일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같은 방송인이기는 하지만 아나운서는 어쨌든 직장인에 더 가까웠다. 내가 결혼해서 받을 피해는 사실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넥타이 컬러가 화사하니 잘 어울린다는 것을 이유로 정신없이 쪽쪽대는 네게 안겨서 나도 소심하게나마 네 목덜미에 쪽쪽거렸다. 눈이 마주쳤을 때는 우리 둘 다 고등학생 때처럼 장난스러운 얼굴이어서 크게 웃고 말았다.
“잘 다녀와.”
“응―. 오늘은 라디오 녹음도 없으니까 칼퇴할게. 이따 맛있는 거 먹자.”
“낮에 잠깐 나갈 것 같기는 한데, 점심만 먹고 들어올 예정이야. 저녁은 내가 아는 식당 가자.”
“오늘 나갈 일 없다고 하지 않았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별일 아니야.”
“응, 알겠어. 조심히 다녀와, 은섭아.”
회사와 가까운 무료 주차장에 잠시 차를 대고 또 쉴 새 없이 쪽쪽대고 나서야 서로 갈 길을 갔다. 어젯밤에 좀 힘들기는 했지만, 그것도 운동은 운동인지 몸이 좀 가벼워진 것도 같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에게 놀라 걸음을 빨리했다. 이은섭을 따라 나도 주책맞아지는 걸 반가워해야 할지, 경계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기분은 확실히 좋았지만.
“태 아나 라디오 좋더군.”
“감사합니다.”
“반응이 괜찮아서, 박재현인가 그 배우 작품 들어가면 후임 디제이로 들어가도 손색없겠어.”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장님.”
이은섭을 만나고부터 일도 다 잘 풀렸다. 어젯밤에는 허락 없이 내 몸을 만지는 박재현으로 인해 화가 났으나 부장의 한마디에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부장은 <체험, 삶의 가치!>에서도 반응이 좋았는데 지금 들어온 아나운서 신입 중 고정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은 건 나뿐이라며, 우리 아나운서국에서도 인재가 많다는 걸 회사 내에 보란 듯이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일장 연설을 했다.
사무실 동료들은 ‘저 할저씨 또 시작이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악의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내년에는 아나운서들이 더 치고 나가야 한다고 다들 뜻을 합하며 점심 식사 자리를 파했다.
“영도 씨, 진짜 잘하더라. 예능보다는 그런 쪽이 더 잘 어울리더라구요.”
“그런가요?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자신감 갖겠습니다.”
“진짜 자신감 가져도 돼. 맞아, 내 동생 완전히 태 아나 팬이에요. 나중에 사인 받아 오라고 난리야.”
“사인이 없는데…….”
“대충 이름 세 글자 써서 줘도 좋아할걸?”
“그러면 사무실 가자마자 해드리겠습니다.”
“은지 씨, 나는 은지 씨 사인 좀. 우리 아들이 은지 씨를 좋아해요.”
“넵, 선배님!”
다들 하하 호호 웃으며 사무실로 돌아가는 와중에, 나는 핸드폰에 뜬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고 우뚝 멈춰 섰다.
[속보] 배우 이은섭의 숨겨진 자식?!
기사 안에는 오늘 아침에 본 후줄근한 차림새와는 전혀 다른, 잘 빼입고서 선글라스를 벗고 있는 네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네 옆에는 너를 조금 닮은 듯한 여자아이가 쿠키를 먹는 중이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네게 확인을 받고 싶어 나는 일하던 중 네게 전화를 걸었다. 족히 열 번 정도는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너는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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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섭 태영도 깔 아니었음? [204]
우리 홈 이렇게 끝나는 거냐ㅠ 앱디가에 은섭영도 2세 나올 때까지 가는 거 아니었냐고ㅠ 이은섭 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우린 너랑 태영도를 믿었어 태영도도 널 믿었을 거다 그런데 숨겨진 자식이라니 이 배은망덕한 놈 너와 영도를 메인으로 파던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안겨주다니 절대 용서 안할끼다
추천 100/반대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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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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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좀 쉬면서 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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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ㅆ:너같음숨이쉬어지겟나지금내가슴이내마음이내심장이내모든것이갈갈박사맹키로찢긴느낌인데너는이여정을함께하며아무런고통도느껴지지않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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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ㅆ아릴랙릴랙 영도도 은섭이도 이딴 글과 댓글 원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