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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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또 한 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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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짤터뷰가 아니라 그냥 모 양의 남친 모 군의 인터뷰가 되어버렸는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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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물어봤는데 둘이서 일년간 한 번도 자리 안 바꾸고 끝까지 짝꿍이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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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쎅한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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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우리 이렇게 과오 왔는데 이은섭이랑 태영도 진짜 친구 사이면 개웃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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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기도해 우리들의 망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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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꽃다발
“무슨 인터뷰를 이렇게 했어!”
두게이
아니고 사랑
둘이 동창
체험 삶의 가치를 통해 SNS 검색어를 한 번씩 눌러 보는 것에 재미를 들인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실시간 트렌드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은섭이 철저히 우리 사이가 들키지 않게끔 수위를 조절했다는 인터뷰를 보고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내년에 하기로 해놓고 인터뷰는 무슨, 당장 결혼 안 하면 이상할 정도였다. 이게 숨긴 거냐고 등을 찹찹 소리 나게 때리자 이은섭은 엎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내 위에 자기 몸을 겹치고는 웅얼거렸다.
“야, 야! 원래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어.”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니, 그렇잖아. 요즘 자나 깨나 네 생각밖에 안 하는데 인터뷰에 우리 관계가 하나도 안 드러날 수는 없지.”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나 네 앞에서는 발연기밖에 못하잖아. 체슴가 촬영 들어가기 전에 번호 달라고 한 것도 개―발연기였는데.”
말문이 막혔다. 어찌 된 게 입만 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뿐인지……. 내 위에서 몸을 뭉개며 자기가 잘못한 걸 차근차근 말해보라고 채근하는 이은섭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잘못했지, 내 생각은 왜 안 해줘?”
“……회사에서 뭐라고 해?”
“뭐라고 심하게는 안 하는데 다들 떠본단 말이야. 사귄다는 사람 혹시 이은섭이냐고.”
우리 연애가 끝난다면 당연히 결혼으로 귀결되리란 게 확정적이었지만, 결혼으로 가는 동안 나는 이은섭의 배우 인생에 내가 걸림돌이 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내 연인인 이은섭을 가장 사랑하지만 동시에 배우 이은섭도 못 견딜 정도로 사랑해서였다.
영화와 드라마, 그 외 다양한 지면에서도 너는 빛났다. 특별한 사람만이 연예인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너는 특별히 더 눈에 띄는 존재였다. 웃을 때 조금의 구김살도 없는 얼굴은 소년 같았고 그런 네가 하는 연기는 풋풋함과 농염함을 오갔다. 나는 네게 그런 역할이 더욱 많이 들어오길 바랐다.
질투는 당연히 나지만, 다양한 로맨스물에서 너를 보고 싶다. 네 직업이 배우인데 나와 하는 연애 때문에 작품 선택 폭이 좁아지는 건 원치 않았다. 너와의 연애로 나는 포기하는 게 하나도 없어서 더더욱. 나는 우리가 서로 자립할 수 있는 성인으로 다시 만나 연애하게 된 데 고양감을 느꼈으므로 네가 배우 활동을 이전보다 더 활발히 하기를 내심 바랐다.
“그럼 말하면 되잖아…….”
“뭘 말해.”
“남친이 이은섭이라고…….”
내 앞에서만큼 솔직하고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어쨌든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네 매력에 정신을 못 차리기를 바랐다.
이런 게 부모 마음인가. 티 좀 내지 말라고 한마디 했더니 삐쳐서는 바로 늑대 귀와 꼬리를 내놓고 서운한 티를 팍팍 내는 이은섭과 눈을 맞췄다.
“너는 서프라이즈도 몰라? 깜짝 놀래켜주면 더 좋잖아.”
“이미 우리 사이는 서프라이즈가 아닐걸.”
“적어도 우리 방송국에서는 서프라이즈 맞을걸?”
“아냐. 체슴가 할 때 메인 작가며 막내 작가며, 하다 하다 보조 출연진도 우리 둘이 사귀는 것 같다고 쑥덕거렸대. 일현이가 말해줬어.”
모로 누워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누가 누가 우리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말하는 이은섭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하하! 너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
“너 나 진―짜 좋아하는 거다, 그거. 귀여워 보이면 끝이야, 끝.”
“그럼 나는 열아홉 때 이미 끝난 것 같은데?”
매끈한 콧잔등에 입을 맞추며 푸스스 웃던 나는 이내 깜짝 놀라 뱁새로 변하고 말았다.
“컹!”
“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