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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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게이:이분 또 이러시네…… 왜 어린 팬분에게까지 이러세요;; 미성숙 그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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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내꼬:미성숙한 게 아니라 어린 팬분께 현실을 알려드리는 거예요 태영도는 임자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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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사랑:매번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들먹이시며 분란을 일으키시는 ‘그분’ 맞으시죠? 영자님께서 강퇴시키셨다고 공지 올리셨는데 다른 닉네임으로 돌아오셨군요. 정말 한심합니다! 평화로운 카페에서 나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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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내꼬:-_-제가 뭘 어쨌다고 그럽니까 태아나 같은 귀여운 남자에게 애인 하나 없는 건 말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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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게이:다른 데 가서 덕질하세요^^; 여기 타싸랑 성향 다릅니다
* * *
‘뱁새내꼬’라는 기가 막힌 닉네임으로 오만 글에 딴지를 걸고 다니는 회원이 하나 있었다. 댓글 내용도 어찌나 가관인지 열 살짜리 팬이 남긴 팬레터보다도 유치했다.
그러나 나는 문제의 뱁새내꼬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아 입꼬리가 자꾸 올라갔다.
은섭아 너 나 팬카페 있는 거 알아? 15:55
답신은 머지않아 왔다.
섭♥
모르는데 15:55
하기야 회원 수가 너무 적어서 모를 수도 있겠당 15:57
섭♥
천명 넘는데 많은 거 아닌가? 15:58
방금 검색 해봄ㅇㅇ
되도 않는 변명에 책상에 머리를 박고 웃었다. 아, 진짜 유치해서 참을 수 없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뱁새내꼬 회원을 신고했다. 애인이 귀여운 것과는 별개로 카페 물을 흐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뱁새내꼬’라는 가증스러운 닉네임의 회원을 신고하자 카페 운영자에게서 곧 ‘원활한 카페 운영에 언제나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고하신 내용은 검토 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이 왔다. 별 탈 없이 이은섭이 또 한 번 강퇴를 당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직 아무도 내가 무슨 수인인지 알지 못하는데 잘도 ‘뱁새’를 언급했구나, 은섭아……. 나라고 애인을 신고하는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지만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이러다가는 내 팬카페에서 이은섭의 신상이 까발려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나대는 애인 처단을 완수하자 내게 남은 것은 라디오 생방 준비뿐이었다. 오늘 나오는 게스트는 저번 주에 데뷔한 걸그룹이랬지. 온종일 그 걸그룹에 대한 정보를 달달 외우느라 진이 다 빠졌다. 멤버는 여섯 명에 데뷔하자마자 음원 사이트 10위권에 타이틀곡이 올랐고 고정 예능이 생긴 멤버도 있네…….
나이들이 다들 어리니 조심스럽게 진행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일을 빨리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그 나이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좋은 어른이 아니었다. 상처를 가장 많이 받을 나이에 데뷔해 힘든 일이 많을 텐데, 혹시라도 내가 평가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라디오 부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태영도 아나운서님. 체험 삶의 가치 막내 작가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이번 한 주 잘 부탁드릴게요.”
“라디오 출연도 해본 적 없는데 이렇게 디제이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어서 잠깐 이은섭네 집에 들렀다가 올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그러지 말자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달리 그런 건 아니고, 오늘은 이은섭이 쉬는 날이었다. 이은섭이랑 노닥거리다 보면 회사에 다시 오기 싫을 게 분명해서 그냥 안 갔다.
섭♥
이따 데리러 갈겡 21:09
안 와도 되는데ㅠㅠ 택시 타고 가도 돼, 비용 처리 되니까 21:10
섭♥
이놈의 뱁새는 어떻게 된 게 낭만이 없냐 생긴 건 로맨스 영화 서브 남주처럼 생겨서는 21:11
왜 남주 아니고 서브 남주야-_- 21:11
섭♥
남주는 나니까>< 21:12
어이가 없어서 킥킥거리다가 핸드폰을 뒤집어놨다. 이렇게 조금만 긴장을 풀면 헤실거리며 이은섭에게 팔랑팔랑 놀아나는데 집에 갔으면 큰일 날 뻔했네. 답신을 보내지 않으려다가 그러면 또 서운해할까 싶어 뽀뽀하는 비둘기 이모티콘을 보내고서 대본을 확인했다.
대본에는 크게 이상한 내용이 없었다. 신인 그룹을 배려하는 마음이 들어간 대본을 꼼꼼히 확인하다 보니 길쭉길쭉하고 지나치게 마른 걸그룹 멤버들이 라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안녕하세요, 태영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게 주려고 사인 시디를 준비했다는 멤버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아기자기한 앨범을 펼치자 내게 앨범을 준 멤버의 사진 한 장이 나왔다.
“책갈피로 쓸게요, 감사합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간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약간 짠해서 손사래를 쳤다. 열심히 하는 건 어른인 나만으로도 족했다. 어린 친구들은 그냥 놀러 온 것처럼 해도 다 잘 봐줄 터였다.

পহুৰ লগত নাচি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