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완결)
연애는 처음이라
어디야? 10:00
은섭이
도로 위. 오늘 차가 왜 이렇게 막히냐^^..... 영도 보러 가야 되는데^^;; 10:03
ㅋㅋㅋㅋㅋㅋㅋㅋ천천히 와 나도 방금 집 정리 다 끝냈다 휴~ 10:04
와플 시켜 먹자 여기 맛있는 데 생겼어! 10:05
사귀자고 말을 하면서도 이은섭이 나를 거절할 거라는 일말의 의심조차 없기는 했다. 아주 당연하게도 이은섭은 고백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좋다고 했고. 그리하여 나는 이은섭을 내 작은 공간에 초대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초대해야지, 하며 미루다가는 한도 끝도 없이 미루게 될 것을 알았다. 고민하는 시간 동안 이은섭이 사는 집과 내가 사는 집을 비교하다가 ‘그냥 초대하지 말자.’라는 결론이 도출되기 전에 빨리 초대하는 게 나았다.
-자기야, 문 열어줘!
아니, 실은 나도 처음 하는 연애에 들떠서 그냥 이은섭과 붙어 있을 구실을 만든 것뿐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문 열어달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나는 총알같이 튀어가 현관문을 열어줬다. 편하게 입고 오랬더니 가벼운 반팔 티셔츠와 나일론 팬츠를 입고 온 이은섭이 내 눈에는 여전히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들어와. 아, 뭐 안 사 와도 된다니깐 뭘 이렇게 사 왔어!”
“너네 집에 커피 머신 없다며. 10년 만에 너네 집 처음 와보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오냐? 그냥 좀 받아.”
이은섭은 주방에 아주 번지르르한 커피 머신을 설치해주고는 집 구경을 했다. 별로 볼 것도 없는데. 평수가 좀 더 넓었다면 여기저기 볼 게 많았겠으나,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거실 겸 주방과 방 하나, 화장실 하나로 구성된 단출한 공간이었다.
혼자 있을 때는 아주 심각하게 좁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190에 육박하는 늑대 수인이 들어오니 확실히 공간이 뭐라 포장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아 보였다. 나는 뒤늦게 이은섭을 괜히 불렀나 싶기도 했지만 이은섭은 나를 뒤에서 안은 채 아주 구석구석 다 확인해가며 퍽 마음에 든다는 듯이 굴었다.
“너네 집 좋다. 나 자주 놀러 와도 돼?”
“좋은 건 너네 집이 훨씬 좋은데. 이렇게 좁은 오피스텔 뭐가 좋다고.”
“좁아도 너 닮아서 깔끔해. 그리고 어디에 있어도 네가 보여서 좋아.”
좋다는 이유는 별게 아니었지만, 네 낮은 목소리와 목덜미를 부드럽게 빠는 농밀한 스킨십이 좋아서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주 놀러 와. 비밀번호 알려줄까?”
“싫어. 네가 항상 열어줘.”
“그래, 우리 와플 시키자. 너는 뭐 먹을래?”
“그냥 너 먹고 싶은 거 시켜. 나 이번에 작품 들어가는 것 때문에 많이 못 먹어. 옆에서 너 와플 먹는 거 보면서 샐러드 먹어야지, 뭐.”
“샐러드? 어…… 나도 샐러드 시킬까?”
“샐러드 존나게 많이 있으니까 와플 시켜. 샐러드 먹고 싶으면 내 거 뺏어 먹으면 되지.”
어차피 너 보려고 온 거지, 뭐 먹으러 온 건가.
이은섭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배를 만졌다. 거침없이 나를 만지고 여기저기에 입 맞추는 이은섭이 싫지 않았지만 어색하고 부끄러운 건 숨길 수가 없어서 나는 괜히 그 애의 손을 몇 번쯤 피했다. 싫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 그때마다 볼에 뽀뽀를 하자 이은섭은 단박에 눈웃음을 지었다.
“너무 좋아.”
“……응, 나도.”
“아, 진짜 존나 좋아, 어떡해……. 나 책임져.”
붕방방 흔들리는 늑대 꼬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웃음이 터졌다. 표정은 더없이 진지한데 상기되어 붉게 물든 볼과 머리 위에서 연신 쫑긋거리는 늑대 귀는 그저 귀엽기만 했다.
“응, 책임질게.”
너를 안아주려 했는데 팔을 한껏 벌려도 네게 푹 잠기는 모양새가 되어 그냥 마음 편히 안기기로 했다. 이런들 저런들 너는 나를 좋아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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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도 우리 동네 사나봐!
별 내용은 아닌데 태영도 우리 동네 사는 것 같음. 내내 집에서 공시 준비하느라 동네 산책도 못하다가 합격해서 요즘 엄청 돌아다니거든! 다들 축하해줘! 어쨌든 이게 아니고…… 하여튼 요즘 살도 뺄 겸 산책 열심히 하는데 이 동네 치안이 괜찮아서 늦은 밤에도 산책하거든. 근데 잘생긴 남자가 보이더라고? 나 남자 얼굴 평가에 아주 박한 사람인데 진짜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잘생긴 남자였어. 그래서 누굴까누굴까 그랬었지…… 왜냐면 내가 티비도 안 봐서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체험삶의가치라는 프로그램을 안 지도 얼마 안 됐어ㅠㅠ
하여튼 글케 뉘집 아들이 저리 잘생겼나 싶었는데 가만보니까 체슴가의…… 태영도 아나운서 같은 거야……! 그렇다고 내가 뒤를 밟은 건 아니고 너무 잘생겨서 길 가던 사람들 다 힐끔거렸었어. 한두 번 봤을 때는 많이 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지나가던 할머니 길 알려주는 목소리 들으니까 확실히 태영도더라~ 목소리 대박 좋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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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실물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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