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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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진? 아 또 흥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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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할 그런 사진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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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봄 그냥 둘이 산책하는 사진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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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별거 아니었음 뭐 손을 잡는다거나 그런 가벼운 스킨십도 일절 없고 오히려 걍 친구 사이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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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하면서 친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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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우리 아싸섭에게 연예인 친구 생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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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도 연예인으로 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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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없는 사진인데 왜 기사랑 사진이랑 다 내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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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늑이 누구랑 연애한다거나 그런 소문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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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늑멍 섭늑이 한때 스케줄마다 따라다녔는데 그냥 운동만 존나 해 존나 무게치고 공원 몇 바퀴 돌다가 이온음료 한 병 다 비우고... 그게 섭이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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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기사랑 사진 다 내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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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아 너는 대체 뭔 대답을 바라고 계속 똑같은 댓글만 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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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뼝 이래요 무시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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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우 차기작은 얘기 아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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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 체슴가라고 하고 다닌다는 썰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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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섭늑이가 그 프로에 진심이라니까 가만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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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불행히도 <체험, 삶의 가치!>의 인기는 높아만 갔다. 특히 이은섭과 내가 나오는 부분은 유튜브 클립으로 돌며 조회 수 100만을 훌쩍 넘겼다. 여타 출연진들의 클립 동영상 조회 수가 높아봐야 10만 내외라는 걸 생각했을 때, 내가 제작진이어도 이 두 남성 출연진을 놓치고 싶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은 유명 잡지사에 오게 되었다. 계속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한다면 적어도 몸이라도 좀 편하면 좋을 것 같다고 늘 생각했기에 에디터라는 직업 체험이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할 때 에디터도 고려했던 직군 중 하나였다. 최대한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으며 고군분투하던 20대 초중반을 떠올리며 책장에 빽빽하게 꽂힌 잡지를 눈으로 훑던 나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앳되어 보이는 여자 둘이 와 있었다.
“저기, 사인 하나만…….”
“아, 사인이요? 제가 사인이 없는데, 그냥 이름 적어드려도 될까요?”
“네! 여기에 적어주세요.”
“저도요……! 요즘 체슴가 잘 보고 있어요!”
“앗, 네. 감사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 둘은 유난스럽게 쭈뼛거렸다. 그래서 괜히 나도 어색하게 묵례하자 예상외로 두 사람은 내게 사인을 요구했다. 방송을 타며 얼굴이 알려진 건 알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나를 앞에 두고 실물이 더 잘생기셨다며, 사진도 같이 찍을 수 있느냐는 여자들 앞에서 나는 사춘기 소년처럼 어수룩하게 브이를 그릴 뿐이었다.
여자 둘이 가고 난 후에 서너 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또 사인을 받아 갔다.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아나운서인데 사인을 받아서 뭐 하나, 싶었지만 이은섭과 엮여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이은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곁다리로 내 사인도 받아 간다고 생각하니 그럴 법하게 느껴졌다.
한차례 사람들이 오가고 다시 나만 덜렁 남게 되었다. 제작진은 촬영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고 내게 사인을 받아 간 사람들은 사원급들이었는지 회의실에 모두 끌려갔다. 나는 예술 영화를 다룬 페이지에 잠시 시선을 고정했다. 살기 바쁘다고 독서는 등한시하고 있었는데 잡지사에 온 것만으로도 책에 다시 관심을 갖고 싶어졌다.
“언제 왔어요?”
누가 목덜미 뒤를 콕콕 찌르지만 않았어도 영화의 미장센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사인을 받으러 온 사람이나 제작진이 아니라 이은섭이 분명할 거라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자 장난기가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이은섭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