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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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팬미팅 날이 되었다. 애석하게도 그 주에 일이 너무 많아 영도는 이벤트 관련하여 준비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 사실 이은섭 팬미팅에 몰래 가는 게 기획한 이벤트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는데 ‘최고미남은섭’이 이은섭 본인이었으니 초장부터 말아먹은 셈이었다.
그래도 팬미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초기 계획에서 아주 많이 틀어지기는 했으나, 영도는 은섭의 팬미팅에 은섭과 함께 출근했다. 은섭이 메이크업 받는 것까지 지켜본 후 영도는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친 은섭의 손바닥에 입 맞추었다.
“힘내, 이은섭.”
“이따 봐, 태영도.”
립밤을 발랐는지 반질반질한 입술을 볼에 꾹 찍고서 사라지는 은섭을 뒤로하고 영도도 배정된 자리를 찾아갔다.
초대권이라 그런지 무대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VIP석이 제자리였다. 영도는 어쩐지 자기를 알아보는 것 같은 사람들을 애써 무시하고 착석했다. 그러곤 가방에서 준비한 굿즈를 꺼냈다. 공식 굿즈인 응원봉을 들고 슬로건까지 목에 두른 영도는 영 민망하여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저는 그냥 기본만 한 수준이고, 플랜카드며 비공식 굿즈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나도 뭘 좀 더 샀어야 했나? 괜히 허전하게 느껴져 은섭과의 커플링을 만지작거리던 영도는 은섭이 자기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적잖이 힘들이리라 생각하니 이 정도로 굿즈를 챙겨 온 게 딱 괜찮은 것 같았다. 저를 알아보면 민망해서 어딘가로 숨고 싶어질 게 분명했다.
“이은섭! 이은섭!”
팬미팅 시작 시각이 다 되자 사람들이 이은섭을 연호했다. 엉겁결에 영도도 사람들을 따라서 연호하자 왕자님 같은 옷을 입은 은섭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무대에 오르는 동시에 은섭은 노래를 시작했다. 영도도 아는 노래였다. 아주 예전에, 아직 교복을 입던 시절에 은섭과 함께 노래방에 갔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불렀던 사랑 노래를 그대로 부르는 은섭은 진짜 왕자님 같았다. 만인의 스타가 아닌, 자신만의 왕자님.
홀린 듯이 은섭을 보며 응원봉을 흔들던 영도는 제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은섭을 보고 저도 얼른 손을 흔들어 주었다. 보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은섭과 눈이 마주친 것도 같았고, 그와 동시에 노래를 부르던 은섭이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아, 죄송합니다. 방금 거는 인터넷에 올리지 말아 주세요.”
“네―!”
못 볼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본 반응이다. 영도는 뒤늦게 창피해져 슬로건 뒤로 얼굴을 가렸다가 빼꼼 눈만 드러냈다. 그러자마자 저를 보는 은섭과 다시금 눈이 마주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응원봉을 흔들었다. 은섭은 그걸 보고 이번에는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영도는 은섭의 팬미팅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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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섭 팬미팅 후기
이은섭 팬미팅 다녀왔다.
이번 티켓팅부터가 약간 난항이었던 거 다들 알고 있을 거다. 난 얘가 연애하면 경쟁률이 좀 낮아질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 연애까지의 스토리가 씹사기라 유부며 미자들이며 팬 유입이 꽤 많이 된 것 같았다. 실제로 팬미팅 갔는데 나이대 다양하더라고ㅇㅇ
소속사 바이럴이기는 하겠지만 뭐 역대급으로 준비 열심히 했다고 하더니 진짜 준비 많이 한 것 같았다. 무대도 다섯 개로 알고 갔는데 즉석에서 다섯 개 더 추가해서(반주자들이 짜증 내더라) 열 개나 하고 문답 시간도 꽤 재밌었다. 나는 이은섭 데뷔 팬에다 걔 팬미팅 1회부터 다 갔던 극성팬;이기도 해서 별 기대 안 했는데 바이럴대로 역대급 팬미팅 구성이긴 했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라 내가 1층 2열 잡아서 갔는데 1열에 태영도 왔었닼ㅋㅋㅋㅋㅋㅋㅋ이은섭 보러 간 건데 태영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둘이 결혼한다고 전국민이 다 아는데 슬로건 목에 매고 응원봉 흔들면서 진.심.으로 팬미팅 즐기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태영도랑 같은 구역에 있어서 그 덕에 이은섭 정면 존나 자주 봄! 태 아나운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팬미팅 올 거면 어느 구역에 갈 건지 미리 공지해주세요. 태 아나랑 같은 구역 잡을라니까ㅋ~
추천 100/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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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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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1은 못 간 내가 누른 거니까 맘 상해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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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 점수 100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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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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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팬미팅 재밌었어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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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상담 해주는 게 찐텐이었음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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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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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팬이 첫사랑이랑 결혼하는 비결 물어봤는데 그때 존나 심각해지면서 무조건 대학까지 같이 가야 된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긴 건 그때 잠깐 카메라가 관중에 불과한 태영도 얼굴 잡아서 전광판에 당황한 얼굴 다 나옴ㅋㅋㅋㅋㅋ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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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아나운서가 얼른 얼굴 손으로 가리는데 이은섭 그러거나 말거나 존나 신나서 떠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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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댓 파서 말하자면 ‘아당연히대학교같이가야죠같이안간다면두사람의미래를보장할수없습니다물론같이가지않더라도저처럼집요한면이있다면,그리고반드시이어질인연이라면굳이대학을같은곳에진학할필요는없지만그래도같은곳가는게좋아요감시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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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섭아 숨숴숨숴;; 꼬옥 결혼하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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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ㅠ 한국대에서 태영도 감시했나보ㅏㅠ

পহুৰ লগত নাচি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