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1 0 0
                                    

섭♥
어째 싫어하는 것 같다-3-? 22:09
너무 좋아서 그러지^^~ 22:11
상추마켓 채팅 알림인 줄 알고 신나서 핸드폰을 확인한 영도의 표정이 금세 우중충해졌다. 미치겠네, 티켓 거래하다가 집 가던 이은섭한테 들키는 거 아냐?!
은섭은 기대도 안 하는 깜짝 이벤트에 목을 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중에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최고미남은섭:
저 역 근처인데 어디쯤 계신가요
5번 출구 쪽 골목이요!
다행히 최미섭 회원이 근거리에 있는 모양이었다. 거래하기로 한 사람에게 얼른 티켓을 받고, 현금이 담긴 봉투를 전달하고 집에 가는 거다. 그러면 은섭에게 안 들키고 팬미팅에 가서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 예물 같은 건 하나도 필요 없다고 했지만, 은섭에게 주려고 한 달 전 손목시계를 샀다. 팬미팅이 끝난 후 상투적이긴 해도 ‘모든 시간을 나와 함께해 줘!’라고 고백하면 울지도 몰라.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제게 안길 은섭을 상상하자 절로 신이 났다. 영도는 목도리로 턱부터 코끝까지 단단히 가리고서 골목에서 벗어나 5번 출구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째 익숙한 밴이…….
“안녕하세요, 최고미남은섭입니다.”
“너, 너……!”
“그렇게 팬미팅에 오고 싶었어요, 우리 영도?”
“진짜 싫어!”
“귀엽게도 논다. 빨리 타, 이놈의 뱁새 어쩌면 좋냐?”
왜 진짜 이은섭이 눈앞에 있는 거지?
영도는 놀람과 배신감에 휩싸여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밴에 올랐다. 상상 속에서 울던 은섭은 사라지고 밴 뒷좌석에 쭈굴쭈굴하게 앉아 있는 자신만 남았다.
제 속도 모르고 은섭은 리본까지 떡하니 붙인 티켓 봉투를 건네 왔다.
“네 걸로 하나 빼놓은 거.”
“영도 오빠, 죄송해요. 은섭 오빠가 저보고 연락하라고 해서 그랬어요. 저는 하기 싫다고 했는데…….”
“울어, 태영도?”
짜증 낼 일이 아닌 걸 아는데도 속상했다. 은섭이 저를 가지고 놀려고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알았다. 그러니 지금 속상한 이유는 이벤트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자신으로 인한 것이었다.
“…….”
“자존심 상해서 그래? 근데 우리 사이에 자존심 상하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어. 그리고 나도 네가 팬미팅 왔으면 좋겠고, 너도 팬미팅 오고 싶어 하는데 피차 속상해할 거 없잖아.”
“……몰래…… 몰래 가려고 그랬단 말이야.”
“몰래?”
고개를 끄덕인 영도는 귀여워 못 살겠다는 눈으로 저를 보는 은섭을 피해 후드를 눌러썼다. 이은섭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깜짝 이벤트 다 망했어. 진짜 얘는 아는 게 뭘까? 이런 건 모른 척해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불퉁한 태도로 계획이 망한 이유를 모두 은섭에게 돌리던 영도는 불시에 은섭의 품에 안겼다.
“저리 가…….”
“저리 가는 뭐, 어딜 가라고. 화 풀어, 응?”
“너는 네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잖아.”
“영도 속상하게 했잖아, 내가.”
“아…… 오빠들 진짜 역겨워서 못 들어 주겠는데…….”
뒤늦게 운전하는 일현을 떠올린 영도는 제 볼을 앙앙 물며 장난을 치는 은섭을 살짝 떼어 냈다. 물론 제대로 놓여나지는 못했다. 힘으로는 이은섭을 이길 요량이 없어 영도는 고개만 돌려 차창 밖을 보았다. 이렇게 된 거 꽃다발은 계획대로 만들어서 전해 주고, 손목시계는 결혼식 전에 직접 채워 줄 생각이었다.
영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은섭은 귀염 떠는 것도 작작 하라고 놀리며 영도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자기 놀라게 해 주려던 걸 실패했다고 이렇게 삐친 애인을 귀여워하지 않고 어떻게 배기겠는가? 은섭은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도의 허리를 끌어안고서 속삭였다.
“우리 신혼여행 가면, 그때 이벤트 해 줘도 되는데.”
“무슨 이벤트……? 뭐 받고 싶은데?”
“진짜 해 주게?”
“……봐서.”
절대 안 하겠다고 할 줄 알았더니만. 반응을 보아하니 이벤트를 해 주려고 했다는 말이 그냥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은섭은 빨갛게 달아오른 영도의 귓불을 잘근거리며 말했다.
“그건 네가 생각해 봐.”
“좀 알려 주면 덧나냐!”
“너도 나한테 안 알려 주고 팬미팅 오려고 했잖아. 비겼다고 쳐.”
“제발 내리세요, 오빠들!!”
그리고 나 이벤트 해달라는 거 그냥 한 말이니까 부담 갖지 마.
은섭은 혹여나 영도가 부담가질까 봐 걱정돼서 한마디를 덧붙이고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저랑 결혼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벤트는 무슨. 그러면서도 은섭은 내심 바라는 게 있어 영도의 귀에 입을 딱 붙이고서 말했다.
“내 셔츠 입고 자위해 주면 진―짜 좋을 텐데.”
“……안 해.”
은섭은 불퉁한 표정으로 티켓이 담긴 봉투를 챙겨 차에서 내리는 영도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탁탁 땅을 차며 가볍게 뛰는 소리가 주차장을 울렸다.
* * *
“구경 잘하고 집 가서 감상문 써.”
“얼른 가, 나도 빨리 자리 찾아가야 돼.”
“너 진짜 존나 튕긴다. 기가 막히게 튕기네.”
“그래도 좋아하면서.”

পহুৰ লগত নাচি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