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뒤에서 얼굴을 쏙 뺀 영도를 발견한 은섭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결혼 전, 스물아홉과 서른 사이의 밤에 영도에게 프러포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 유명하다는 플로리스트분께 꽃다발 만드는 법 배웠어.”
“아, 진짜…….”
“너 주려고. 받아, 은기는 아빠한테 오자.”
“뱌뱌―.”
놀이공원에서 안 사 먹으면 섭섭한 솜사탕을 닮은 꽃다발이었다. 은섭은 하늘색, 분홍색 꽃으로 소담스럽게 만든 꽃다발을 받고서 영도를 끌어안았다.
“진짜 태영도, 이 이벤트 광인!”
“하하! 언젠가 한 번은 꼭 만들어 주고 싶었어. 나 잘 만들었어?”
“완전, 개짱이야. 아나운서 그만두고 꽃집 차려도 되겠어, 우리 여보.”
사실 영도는 오늘 하루 종일 꽃다발을 만드는 데 주어진 모든 자유 시간을 할애했다. 결혼 전, 은섭에게 프러포즈를 받으며 생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직접 만든 꽃다발 선물하기’였는데 그 이벤트에 드디어 성공했다.
영도는 순수한 기쁨과 행복만 가득해 보이는 배우자에게 안겨 헤헤 웃었다.
“네 눈에 예쁘면 그걸로 됐어. 에구, 근데 우리 은기 숨 못 쉬겠다.”
은기는 그런 어른들의 사랑은 알 바가 아니었다.
“쩌 가!”
“저리 가래, 은섭아.”
“안 가.”
“흐애애앵―!”
은기는 기다려온 영도 아빠와의 포옹을 방해하는 은섭 아빠에게 팔을 뻗었으나, 공격은 미수에 그쳤다. 은기는 어구구, 하며 달래 주는 영도 아빠의 얼굴을 보고 그만 울고 말았다.
* * *
은깅이 우는 것 봐ㅠㅠ 은섭이랑 영도 사이에 안겨서도 눈물이 나는 남자, 태은깅이!
* * *
┖우는 얼굴 이은섭 존똑... 다시 봐도 존똑
* * *
꽃다발 영도 퍼컬 맞춰서 만들었나
* * *
┖영도가 퍼컬 같은 걸 과연 알까......?
* * *
┖┖영도의 퍼컬은 사시사철이야
* * *
┖┖┖저 꽃다발 디자인 유행하겠다 예전에 이은섭이 만든 꽃다발 대란났던 것처럼
* * *
너무 비현실적이라 부럽지도 않다……
* * *
┖222
* * *
┖┖333
* * *
┖┖┖444
* * *
┖┖┖┖555 내 남친 죽었으면.
* * *
┖┖┖┖┖급기야 멀쩡한 남친 죽이내...
* * *
내 인생은 가짜야 진짜는 저 가족이 살고 있는 게 인생이다…….
* * *
┖내일 또 가짜 인생 살러 간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