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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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우와는 무슨 우와야. 나중에 노래방 같이 가자. 연습하던 거 다 보여줄게.”
“그래도…… 직접 보는 거랑은 또 다르잖아.”
“표 준대도. 진짜 안 줘도 돼?”
영도는 잠시 망설였다. 연애 상담과 꽃꽂이 시간이라니. 다른 건 몰라도 그 두 코너는 직접 현장감을 느끼며 즐기고 싶었다. 나중에 은섭과 둘이서 꽃꽂이 체험을 하기로 했으나, 그건 그거고 팬미팅은 특별하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연애 상대라고는 저밖에 없는 은섭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연애 상담을 할지가 궁금했다.
“괜찮아. 내가 구해 볼게.”
그러나 영도는 끝끝내 티켓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은섭이 제 이마에 정신 사납게 입을 맞추며 왜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는지 도통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영도는 그것을 무시하고 은섭의 허리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하여간 태영도 이상한 데서 고집부린다니까. 다음 주 되면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니까 마음 변하면 빨리 알려 줘. 회사에 얘기해 놓을게.”
“아냐, 마음 안 변해. 진짜.”
“말 바꾸기 없다.”
“응.”
은섭에게 진짜 필요 없다고 극구 사양한 후, 영도는 생고생을 하며 지난한 티켓 구하기 여정에 다시 돌입했다. 은섭의 팬카페에 가입했으나 매번 눈팅만 하는 바람에 새싹 회원에 지나지 않는지라 팬카페에서 양도를 구하는 것은 요원했다.
팬미팅 티켓 양도 구합니다
작성자: 섭섭아사랑해
안녕하세요, 이은섭 배우 팬미팅 티켓 구합니다. 취소표 티켓팅도 참전했으나 좋은 결과 얻지 못해 불가피하게 팬카페에서 양도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새싹 회원이지만 이은섭 배우를 정말 사랑합니다! 편히 댓글 달아 주세요! 가격 선제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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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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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장도로썰어버려 | 새싹횐님 멀 믿고 거래해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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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아사랑해 | 제 신용점수라도 알려드리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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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장도로썰어버려 | 가세요 새싹도 뽑아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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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회원한테 새싹까지 뽑아버리면 남는 게 없잖아…….”
새싹 회원은 자유 게시판 이용만 가능해서 등업을 기다리지 못하고 글부터 올렸으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자유 게시판에서 ‘새싹도 뺏기 전에 꺼지라’는 뉘앙스의 댓글을 받은 영도는 팬카페에서 강퇴를 당할까 무서워(실제로 자기 팬카페에서는 이은섭을 몰아내지 않았던가!) 글을 지웠다. 그러고 곰곰 생각해 보니, 자신이 우수 회원이어도 자유 게시판 이용만 가능한 새싹 회원에게 티켓을 양도할 것 같지 않아 좌절했다.
“뭐 봐, 영도찌?”
“응? 아, 어, 뉴스.”
“직업병 너무 심한 거 아냐? 어떻게 이런 남편을 옆에 두고 이 저녁에 뉴스만 보고 있어!”
“아직 남편 아니면서.”
“10년 전부터 네 남편 할 생각밖에 없었는데 왜 아니야?”
“…….”
말문 막히게 하지만 누구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거대한 예비 남편.
영도는 핸드폰 좀 들여다봤다고 징그럽게 애교를 부리며 제 위로 올라탄 은섭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곤 다짐했다. 다시 구해 보자.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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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미팅을 고작 2주 앞둔 상황에서도 티켓을 구하지 못하자, 영도의 일과에 ‘팬미팅 티켓 양도 구하기’가 버젓이 자리 잡았다. 영도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핸드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회사에서도 모니터를 뚫어지라 보며 뭔가를 타닥타닥 쓰니 주변에서는 ‘이 주식 하락장에서 태 아나가 손실이 상당히 큰 모양이야.’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루는 영도와 친한 아나운서 동기가 내도록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영도에게 뭘 그리 보냐고 물어왔다. 입사 동기인 아나운서는 내심 영도가 정말 투자에 망해서 근래 풀 죽어 있는 건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으나, 영도는 젊은 여자 동기가 제게 말을 걸자 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지현 씨, 혹시…….”
“네……?”
주식으로 크게 잃었다더니, 설마 돈 빌려 달라는 소리인가? 긴장했던 영도의 옆자리 동기 지현은 들려오는 말에 맥이 탁 풀렸다.
“티켓팅 해 본 적 있어요?”
“갑자기 티켓팅이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몇 초간 영도를 보던 지현은 긴가민가한 심정으로 포털 사이트에 영도의 공식 남자친구인 배우 이은섭을 검색해 봤다.
“……영도 씨, 정말 질린다…….”
아니나 다를까, 이은섭의 팬미팅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바이럴 기사가 주르륵 떴다.
영도는 자신을 극성팬 보듯이 보는 지현의 눈을 슬그머니 피하며 그를 사내 휴식 공간으로 데리고 갔다. 사무실에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পহুৰ লগত নাচি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