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씨발 새끼!”
“뭐, 뭐라고?”
“개미친 씨발 새끼!!”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살면서 이렇게 심한 욕을 몇 번 해보지 않아 새된 목소리가 나왔다. 이은섭은 내가 욕을 하며 베개와 매트리스를 닥치는 대로 패자 어어, 하며 나를 자기 다리 사이로 앉힌 후 배를 토닥였다.
“은조가 애 혼자 키우느라 고생 많이 했거든.”
“당연히 힘들지, 은조도 앤데!”
“그래서 어떤 놈인지 보고 왔는데…… 솔직히 내가 보기엔 은조가 아까워. 아까워도 너무 아깝고, 그런 새끼 뭐가 좋다고 결혼하겠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어.”
“하지 말라고 해. 뜯어말려서 둘이 찢어놓자.”
이은섭은 허허롭게 웃고서는 내 뒤통수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근데 그 사람 아니면 안 되겠대. 나도 그 마음 모르는 게 아니니까 뭐라고 못 하겠더라.”
“……그래도.”
“나도 영 싫은데 지가 좋다잖아.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은조보다도 너 운 것 때문에 전전긍긍하거든? 진짜 괜찮은 거 맞지, 태영도?”
볼을 꼬집으며 장난을 치는 네게 푹 안겨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고 말고 할 게 있나? 이번 거는 완전히 내 오해였는데. 오히려 너를 믿지 못하는 걸 들킨 것 같아 민망하기만 했다.
나는 귓불을 슬그머니 빨아올리는 네 목덜미를 뭉근하게 매만졌다.
“너랑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그런 생각 했어.”
“영도야.”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다 알 거 아냐. 네가 내 거라고.”
부끄러움을 꾹 참고 말했다. 너는 내 거라고, 항상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너무 간지러운 듯해 입에 차마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말해도 되지 않을까.
“나도 빨리 알리고 싶어.”
우리가 서로 이렇게나 서로밖에 모른다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해.
“내 주인이 태영도라고.”
입을 살짝 벌린 채 혀끝을 맞대고서 우리는 전율했다. 온 마음을 다해 하는 연애를 통해 얻는 고양감은, 너무나도 컸다.
* * *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옛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다. 기실 이은섭과 나는 사이가 언제나 좋기는 했으나, 말도 안 되는 기사가 뜨고 난 후에는 정말이지…….
“아! 은섭아, 흐으…… 너무, 좋아. 은섭아, 더, 더.”
계절이 변하며 우리는 집에서 옷가지를 많이 안 입고 있게 되었다. 이은섭은 오는 일을 다 쳐내며 나와 있기를 택했고 나는 외부 행사 제안을 모두 거절하며 그 애 곁에 있었다.
이은섭을 꼭 끌어안는 것과 동시에 살 부딪는 소리가 멎었다. 나도 그 애도 땀에 젖은 채 멍한 눈으로 서로의 풀어진 모습을 담다가 헤실헤실 웃고 말았다.
“넌 왜 갈수록 더 귀여워지냐…….”
“네 눈에만 그래. 아무도 나 귀엽다고 안 해.”
“아냐. 네 팬들이 다 귀엽다고 해.”
“내 눈에는 네가 훨씬 귀여워, 좋아해, 은섭아.”
“……한 번 더 할까?”
“이따 저녁에. 바로는 힘들어. 그리고 네가 나 질려 하면 어떡해.”
“무슨 소리야, 난 죽을 때도 네 좆 물고 죽을 거야.”
“제발, 은섭아…….”
살림을 차리다 못해 잠시도 떨어져 있지를 않으니 혹여나 이은섭이 나를 질려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은섭이 내게 하는 걸 보면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따줄 듯했으나, 연예계에는 워낙에 잘난 사람이 많으니 내 걱정이 완벽히 기우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나의 그런 걱정을 입으로 곧장 뱉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이은섭은 자기도 박재현이 내 곁에 가는 것만으로도 염증 나게 싫어하던 게 떠올랐는지 곧 노선을 바꿔 더한 주접을 떠는 것으로 나를 안심시켰다.
섹스 후 나를 업고 거실을 돌며 조곤조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이은섭의 목을 끌어안고서 노곤한 몸을 늘어뜨렸다.
“다음 주에 우리 사진 찍히는 거 알지?”
“응…….”
한참 결혼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은섭은 갑자기 사진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사진 찍히는 일이란 우리가 서른 살이 되는 해, 1월 1일에 뜰 기사 사진에 대한 이야기였다.
프로그램에 같이 나오는 동안 서로에 대한 탐색을 대강 끝낸 후 곧장 붙어먹은 우리가 실제로 연애를 한 기간은 반년이 채 안 되었으나 사진은 꽤 많았다. 이은섭과 찍은 사진만 따로 모아놓는 핸드폰 갤러리에는 이미 500장이 넘어가는 사진이 있었고, 나는 그중 몇 장을 내보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찌나 광분을 하던지.
「싫어, 이건 우리 둘만 아는 사진으로 남아야 해!!」
「500장 전부 다…… 우리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건 네가 너무 무방비하게 나왔고, 이건 노출이 너무 심하고, 이건 너무 활짝 웃고 있어. 너 웃을 때 살짝 볼에 인디언 보조개 생기는 거 알아? 이거 사람들이 다 본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존나 빡쳐.」
「빡칠 일도 많다…….」
「어쨌든! 새로 찍혀. 날도 잡았어.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 근처 공원에서 찍히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노출이 심하다는 사진에 나온 신체 부위라고는 쇄골, 그것도 일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은섭은 가슴팍이 훤히 나왔는데 이걸 남사스러워 누구에게 보여줄 수 있냐며 길길이 날뛰었다. 아주 얼굴이 터질 것처럼 주장해서 나도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저러다가 혈압 올라 쓰러지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이니.
그래서 12월 31일에 우리는 어딘가로 놀러 가는 대신 우리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원에 가기로 했다. 새해맞이를 열애설 사진 찍히는 것으로 시작하다니, 아주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이은섭의 공식 반려로 사람들에게 도장 찍히는 건 최근 내가 가장 바라는 일이었다.
따끈따끈하고 단단한 이은섭의 등에 기대어 연신 하품을 해댔다. 이은섭은 커다란 손으로 내 엉덩이를 찹, 때리고는 물었다.
“너 졸리지. 가서 한숨 잘래?”
“싫어, 업어줘.”
“시러, 업어죠.”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다고.”
“귀척 늘어서 어떡하냐, 너? 태영도 귀척 나 아니면 누가 다 받아줘?”
“받아줄 사람 너 하나면 돼. 너만 좋으니까.”
“존나 기특한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