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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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애우―, 뱌부―.”
“맞아, 은기는 바보야.”
“애액!”
“억! 알았어, 은섭 아빠가 바보야. 됐지?”
은기는 참지 않고 솜주먹을 날렸다.
영도는 아이의 앞에서 꽤 아빠다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의젓한 아빠의 전형인 영도와 달리 은섭은 은기를 울리는 데 선수였다. 아이가 분해서 턱에 자잘한 주름이 갈 정도로 힘을 주면 은섭은 더 신나서 아이를 약 올리는 데 열을 올렸다.
그 탓에 은기는 은섭 아빠가 무슨 말만 하면 참지 않고 솜방망이를 날리는 아기가 되어 버렸다.
며칠 전 선물로 받은 분홍색 포대기로 곰돌이처럼 입힌 은기를 둘둘 싼 은섭은 몇 초 동안 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바보.”
“애!!”
“윽!”
그리고 기어이 한 대를 더 얻어맞았다.
* * *
애를 아주 못 놀려서 안달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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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애만 둘 키우는 거 아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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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울 신랑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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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기 남편 얘기는 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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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기가 소파를 이용하는 방법이 지극히 한국인이라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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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올라가는 건 거부한다. 무조건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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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이것이 11개월의 일상.
* * *
ㅠㅠㅠㅠㅠㅠㅠㅠ애기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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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모습 천사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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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섭 애아빠 맞네 차에서 내내 베이비샤크밖에 안 나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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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노래만 있으면 대충 달래기 ㄱㄴ. 유치원에서 하도 들어서 노이로제 생겼어
* * *
설렁설렁 회사에 도착한 은섭은 회사 카페에 들러 은기에게 메뉴판을 가리켰다.
“항상 드시던 걸로 드시겠어요, 도련님?”
“애.”
“요거트 스무디 하나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한글을 떼기는커녕 말도 제대로 못 하지만 꽤 심각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응시하던 은기는 제 아빠에게 그렇게 하라는 양 고개를 끄덕였다. 은섭은 그런 은기가 귀여워 동그란 머리통을 연신 쓰다듬으며 음료 두 잔을 주문했다.
“주문하신 음료 두 잔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은기야, 감사합니다― 해야지.”
“가다다―.”
“맛있게 드세요!”
대충 기역 발음을 앞에 배치하고 아무렇게나 말한 은기에게 잘했다고 칭찬한 뒤 은섭은 챙겨 온 아기용 수저로 스무디를 조금씩 떠먹였다. 갑자기 차가운 걸 먹어 그런지 눈을 연신 깜박이던 은기는 곧 익숙해졌는지 은섭에게 더 달라고 졸라 댔다.
“너 늑대 수인 아니고 돼지 수인이지.”
“아야! 느때.”
“늑대야?”
“느때.”
“그래, 은기는 늑대. 아―.”
“아아―.”
오물오물 움직이는 입가를 따라 저도 무언가를 씹는 척한 은섭은 은기에게 요거트 스무디를 반 컵 정도 먹인 후 대표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은섭은 첫 소속사에서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재계약 시즌이 되자 물밑에서 접근하는 회사가 적지 않았으나, 옮길 만한 이유가 없었다. 이전에야 회사가 작았지만 지금은 제가 벌어다 준 돈으로 건물 하나를 올렸고, 지금은 아이돌도 기획하며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기업으로 변모했다.

পহুৰ লগত নাচি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