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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방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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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ㅂ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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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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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삭함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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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로 변한 모습을 보여준 후로 이은섭은 틈만 나면 내게 뱁새로 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때마다 빠짐없이 뱁새로 변해주는 게 내 일이었고. 인간 형상일 때도 나를 더 귀여워해주지 못해 안달인 이은섭이 내가 뱁새로 변하면 아주 데굴데굴 구르며 좋아하는 걸 보는 게 즐거웠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기 전 짧은 휴가를 얻은 이은섭의 집에서 여느 때와 같이 뱁새로 변해 같이 핸드폰을 보는 중이었다. 뱁새는 생각보다 더 작다 보니 이은섭의 턱과 쇄골 사이에 자리를 잡고 핸드폰 액정을 보면 이은섭도, 나도 편하게 세상사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삡?!”
“어, 너 이 기사 처음 봐?”
“삐, 삐!”
“찌라시 엄청 돌았는데 너 진짜 자기 계발과…… 나에게만 미쳐 있구나, 태 아나.”
<톱스타 A군과 B군의 비밀 연애>라니? 부리로 이은섭의 검지를 옮겨 액정을 터치하자 이은섭과 나를 저격한 게 분명한 기사가 떴다.
내가 놀라서 날개를 파닥거리는 것을 개무시하고 이은섭은 내 모습을 찍기 바빴다. 자기 회사에서 가끔 소속사 배우들의 하루를 브이로그처럼 올리는데, 거기에 내 모습을 올리겠다는 거였다. 이런 기사까지 났는데 얘가 미쳤나!
“삡삐!”
“응, 너 귀여워.”
“삐!!”
“사랑한다고? 나도 사랑해―.”
방을 날아다니고, 이은섭의 코끝을 부리로 살짝 쪼기도 했으나 전혀 깊이 고민하는 티가 나지 않는 이은섭을 가만히 둘 수가 없어 인간으로 변했다. 대충 이은섭의 티셔츠를 입고서 침대로 가자 이은섭은 단번에 나를 끌어안고서 이마에 쪽쪽 입을 맞췄다.
“기사 뭐야? 회사에서 너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어?”
“뭐라고 하지. 일현이 걔가 대표한테 다 말했더라고. 내가 너랑 사귀는 거 말해서 그나마 기사 막은 게 저 찌라시야. 이니셜로 나왔으니 몇 개월 정도 더 막을 수 있을걸.”
“아니, 그럼 어, 어떡해…….”
“뭘 어떡해?”
“네 커리어에 문제 생기면…….”
나야 아나운서이니 스캔들이 나든 말든 별 상관이 없었다.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편도 아닐뿐더러, 시끄러워지면 방송국에서 알아서 내가 출연할 만한 방송을 줄일 테니까. 그러나 이은섭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이은섭이 지금 당장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남자 배우라고 해도 그게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난다 긴다 하는 연예인들이 스캔들 하나로 순식간에 급이 떨어진 취급을 받는 것도 숱하게 봤고, 게다가 나는 남자였다. 사람들이 동성 연애에 대해 크게 반감을 갖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직 호모포비아가 적지 않은데 이은섭이 그런 이미지를 안고 30대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이 나는 미안했다.
난데없는 기사에 갑자기 소낙비에 온몸이 젖은 사람처럼 풀 죽은 채 이은섭의 손가락 마디만 쓸어내렸다. 네 미래가 걱정되면서도 다시 너와 헤어질 생각은 하지 않는 내가 철없이 느껴졌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도.
“회사 대표 말로는 우리 기사 내년 1월 1일에 뜨기로 되어 있대. ……사실 이번에 이니셜 기사가 아니라 바로 나간다는 걸 겨우 막은 거라서, 내가 너한테 미안하지. 미안해.”
근데 나 너랑 못 헤어져, 미안해, 영도야.
네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땅굴을 파려던 나는 온몸으로 나를 뭉개며 안아오는 이은섭을 품 안 가득 안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너한테 충분히 철없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도 여전히 더 어리게 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괜찮은데 너는……? 작품 새로 들어가는데 거기서도 알아?”
“어, 알던데? 감독이 오래오래 사귀래. 축하한대.”
“지어낸 말 아니지?”
“아냐,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감독님인데 나보고 고자는 아니었구나, 그러던데. 연애 못 하는 줄 알았다고 그러더라.”
기특하게도 이은섭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 정말 아무도 안 만난 모양이었다. 급격히 뿌듯해진 나는 평소 하지도 않던 말을 했다.
“우리 평생 안 헤어질 거니까.”
“맞아. 그러니까 우리 아빠들한테 인사하러 가자.”
“어?”
“아빠들한테도 너랑 사귄다고 말했거든. 그랬더니 사위 보고 싶대. 아, 그리고 은조라고 내 동생 기억나지? 걔가 네 안부 묻더라고. 내가 잘해준다고 했어.”
“아, 인사…… 어, 인사드려야지. 은조도 잘 지내?”
“은조는 웬 씨팔 새끼 만나서 잘 지내.”
“……잘 지내는 거 맞아?”
“아, 몰라. 걔 생각만 하면 열불나. 남자 보는 눈 좆됐어, 걔. 우리 영도처럼 알짜배기 은섭이 같은 사람을 만나야지 말이야, 눈이 땅굴을 파고들어갔는지 골라도 어째 하자투성이인 새끼를 고르더라고.”
그러더니 이은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다시 한번 얘기했다. 어어, 하면서 끌려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한데 이은섭이 자기 동생 얘기를 심각하게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머릿속은 이러다 결혼식 날까지 속전속결로 잡는 거 아닌가 해서 뒤숭숭했지만, 그런 기분도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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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
통화 가능해? 12:50
응 잠깐이면 돼 내가 걸게!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