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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낭만스토커를 어떡하면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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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다고 로맨스 장르 안 찍을 거 아니라고도 했음. 남편 될 사람이 로맨스 영화 좋아하는 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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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고르는 이유마저 사랑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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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씬도 찍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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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런 댓 좀 달지 말아라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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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씬 찍겠냐고 예전에도 안 찍던 걸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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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할 때 첫곡 예전에 첫사랑이랑 노래방 가서 불렀던 노래라고 했을 때 팬들 야유 터진 거 존나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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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연애를 절대 먹여주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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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도 없지 꿋꿋하게 먹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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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은 안 먹어도 알페스는 존나게 파지 은섭x영도 존나 흥하는 거 이은섭은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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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미팅 가서 보니까 지가 찾아서 보고 프린트해서 개인소장까지도 하게 생김. 주접에 숨막히는 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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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세 시간이나 함?! 프로그램상으로는 두시간이라고 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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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세시간…… 한낮에 시작했는데 나와 보니 해 다 져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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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미팅이 끝난 후 영도나 은섭이나 괜히 머쓱해서 그날은 서로 손만 꼭 붙잡고 침대에 누웠다. 영도는 제 손바닥을 갉작거리는 은섭의 손가락을 살짝 꼬집고는 물었다.
“너 대학생 때 나 감시했어?”
“아니.”
“방금 팬미팅에서는 나 감시했다고 했잖아.”
“그거 그, 그 뭐냐…… 그냥 한 말이야.”
팬미팅 코너 중 하나였던 연애 상담 코너에서 자기를 감시했다기에 조금 놀랐던 영도는 싱겁게 거짓말이었다고 말하는 은섭을 보고 미소 지었다.
“스토커같이 무슨 그런 말을 하냐. 하기야, 바빴을 텐데 감시는 무슨. 그리고 무슨 수로 나를 감시해.”
별스럽지 않다는 듯 말한 영도는 곧 은섭의 품에 쏙 들어갔다. 은섭은 영도를 힘주어 안고서 조용히 뇌까렸다.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응?”
“오늘 나한테 반했지? 어땠어. 네 색시 멋있었어?”
“엄청…… 멋있었어. 나랑 왜 만나나, 할 정도로.”
“태영도! 왜 그런 말을 해, 죽을래?!”
“아하하! 농담이야. 나랑 만나 줘서 고맙다고 생각했어.”
“아, 그것도 좀 별로인데.”
네가 나 말고 누군가와 연애를 할까 봐 경영학과에 괜히 인맥을 만들어 놓고 넌지시 너에 대해 물었던 걸 모르니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사실 은섭은 대학생 때 진짜로, 꽤 진지하게 영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처음에는 불순한 의도도 없지 않았다. 대체 누구와 연애하길래, 한국에서 제일 잘생긴 스무 살인 자신을 차고! 얼마나 대단한 사람과 만나나 궁금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영도가 생활고에 시달리며 연애는커녕 밤낮없이 공부에 알바에 치여 사는 걸 확인하고는 맥이 탁 풀렸다. 연애할 여유가 없다고 제게 말하기가 뭣했겠구나. 은섭은 애쓰는 영도의 눈에 밟히지 않기를 택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으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은 접을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게 결심한 게 영도의 스토킹이었다. 몰래 마니또 같은 사람이 되어 주고 싶어 틈날 때마다 영도의 뒤를 밟게 되었다.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자존심 상해할 게 분명하니 몰래 중앙도서관에 따라가 간식거리나 놓고 나오는 게 그 시기 은섭의 별 소득 없는 소일거리 중 하나였다.
남은 게 하나 있다면 너무 낡아서 찢어지기 일보 직전인 쪽지 한 장이었다. 은섭은 그때 영도가 남겼던 감사 인사가 담긴 쪽지를 아직도 지갑 안에 갖고 다녔다. 그 시절의 영도를 추억할 수 있는 게 그 쪽지뿐이어서.
“오늘 진짜 멋있어서, 꼭 내가 모르는 사람 같았는데…….”
그때는 태영도의 멱살을 쥐고 따지고 싶었다. 내가 너를 어떤 배경 때문에 좋아한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상처를 줬어야만 했냐고. 어차피 너도 나를 여전히 좋아하니 아무도 만나지 않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이제는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