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너를 힐끔거리며 나름대로 옷을 고른다고 고른 건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보다 훨씬 가짓수가 많던 이은섭의 바구니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확인한 나는 내 바구니를 내려다봤다. 휘황찬란하긴 한데, 그냥 그뿐이지 센스 있다고는 빈말로도 못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네가 입으면 괜찮을 수도 있는데. 너는 고등학생 때 교복을 입어도 태가 남달랐으니까. 별것도 아닌 일인데 시무룩해져서 괜히 더 좋은 옷이 없나 뒤적이다가 이은섭에게 손목을 잡혔다. 잡아채는 게 아니라 아주 살짝 감싸는 정도의 가벼운 악력이 손목을 덮어왔다.
“나 옷발 잘 받으니까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아, 예.”
“티팬티 같은 것만 아니면 얼마든지 입어줄게요.”
“제가 은섭 씨인 줄 아세요?”
“헐, 비키니 넣은 거 어떻게 알았지?”
“아, 진짜!”
둘 다 손에 쥐고 있던 핸디캠을 끄고서 창고를 나가기 전 또 입 맞췄다. 너와 다시 티팬티와 비키니를 입히겠다고 장난칠 수 있는 사이가 된 것도,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다가 불쑥 입 맞출 수 있는 사이가 된 것도 좋아서 핸디캠은 꽤 긴 시간 켜지지 않았다.
* * *
에디터라더니 이건 거의 화보 촬영 모델인데.
그런 생각이 든 건 옷을 다 고르고 나온 후의 일이었다. 이은섭은 일이 이렇게 돌아갈 걸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이 룩북을 찍고 난 후에 촬영에 들어가면 되는 거냐고 덤덤한 투로 물었고, 나는 그 옆에서 쭈뼛대며 이은섭에게 귀동냥으로 상황을 파악할 뿐이었다. 이은섭은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콧방울을 톡 치고는 내가 드문드문 들은 걸 정리해서 설명해줬다.
“영도 씨, 우리 먼저 룩북부터 촬영하면 된대요. 그다음에는 간단히 사진 찍고 인터뷰 하는데, 그걸 서로한테 인터뷰 하는 식이래요. 내가 영도 씨한테 질문하고, 영도 씨는 나한테 질문할 거 생각하면 돼요.”
“아아……! 재밌을 것 같아요.”
“재밌을 것 같아요―?”
내가 한 말을 따라 하며 말끝을 늘이는 게 꼭 연인 사이에 하는 말장난 같아서 가볍게 손사래를 치자 콧잔등에 주름이 가게 웃는 이은섭. 아마 촬영 중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입 맞출 게 분명했다.
곤란한 질문만 골라서 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 내 뒤에서 조금만 봐달라고 징그럽게 애교를 떠는 이은섭의 뒤로 사람들이 놀란 눈을 했다. 특히 이은섭의 매니저 두 사람의 표정이 아주 어이없어 보였는데, 저들끼리 이은섭과 내 흉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어머, 이은섭 배우님이 태 아나운서를 꼭 애 다루듯이 하시네요.”
“은섭 씨보다 영도 씨가 어리죠?”
“아니에요, 영도 씨랑 저랑 동갑인데. 영도 씨가 좀 동안이죠? 설마 내가 노안이라고 하시는 건 아니겠지?”
“아이―, 은섭 씨가 무슨 노안이에요. 조금 성숙해 보이는 거죠.”
“그게 노안이란 소리 아니에요?”
메이크업을 받는 내내 이은섭은 특유의 유들유들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이은섭의 주변은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나는 메이크업을 받는 상황이 어색해서 피부가 좋다는 둥, 연예인 같다는 둥의 말에 어색하게 고개나 젓고 있는데.
“룩북 찍으면서 환복 하실 때는 이 거즈 같은 거 얼굴에 쓰시면 돼요. 협찬 받은 아이템이라 메이크업한 게 묻으면 안 돼서요. 그럼 이은섭 배우님부터 입고 나오실까요? 그다음에 바로 태영도 아나운서님도 촬영하면 될 것 같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메이크업이 끝난 후의 얼굴은 내 입으로 하기엔 좀 그렇지만 깐 달걀 같았다. 맨질맨질한 피부가 신기해 괜히 손등으로 쓸어보던 나는 뒤에서 나를 따라 제 얼굴을 손등으로 쓰는 이은섭을 확인하고는 잽싸게 거울에서 멀어졌다. 이번 촬영분이야말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상 연애 프로그램처럼 송출될 게 분명했다.
“영도야, 형아가 하는 거 보고 배워―.”
“빨리 가!”
“앙탈은.”
치근거리며 귓속말을 한 후에 룩북 촬영에 돌입한 이은섭은 자기를 보고 배우라던 말이 단순한 허세는 아니었는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선으로 옷을 벗고 갈아입기를 반복했다. 세 가지 컨셉에 맞게 환복하고 난 후에는 카메라를 향해 걸어와 포즈도 한 번 취해주는 모습은 배우가 아니라 모델 같아서 나는 약간 기가 질렸다.
“어머, 어떡해!”
“저기 안에서 환복하셔도 된다고 했는데……!”
“그냥 둬요, 그림 좋은데 뭘 말려.”
“요즘 작품 하는 것도 아니신데 몸 진짜 좋네요.”
진짜 모델처럼…… 이은섭은 간이 탈의실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옷을 훌렁훌렁 잘도 벗었던 것이다.
룩북 촬영 장소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이은섭의 몸을 보고 감탄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한 엉망진창 코디를 이은섭이 다 커버해서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데이트 룩이랍시고 반지며 목걸이를 주렁주렁 착용하고 나온 이은섭은 자기 꼴이 우스운지 크게 웃었는데 그것도 화면에는 여유 있는 재벌 2세처럼 담겼다.
사람들은 이은섭이 잘생겼어도 담백한 느낌이 있어 그런지 화려한 코디가 잘 어울린다고 나를 칭찬해줬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나는 이은섭의 마지막 코디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귀여운 새 자수가 조그맣게 새겨진 네이비 컬러 카디건과 턱이 잡히지 않은 깔끔한 슬랙스 차림의 스쿨 룩 코디가 이은섭에게 제일 잘 어울렸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반쯤 넋을 놓고 이은섭의 룩북 촬영을 지켜보던 나는 꼭 고등학생 때처럼 개구지게 웃으며 내게 다가오는 너를 보고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저 하는 거 잘 봤죠? 본 대로만 해요, 영도 씨.”
“네? 네. ……근데 저는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나올 거예요.”
“무슨…… 아…… 하하! 그래요, 영도 씨는 나처럼 아무데서나 막 벗는 놈 아니니까―.”
자기는 촬영이 다 끝났으면서 내 곁에서 옷 정리를 돕는 이은섭이 귓속말로 ‘작작 귀엽게 굴라’고 하는 걸 무시하고 탈의실로 들어가버렸다. 뭐만 하면 귀엽다고 하는데 이은섭 눈이 어떻게 된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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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삶의 가치!> 3화 같이 달리는 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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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슴가 3화 애들 오늘은 AQ잡지 에디터 체험한다고 들었음. 지금 잡지 예판 시작한 거 표지가 ㅇㅇㅅ이던데 아마 지면 꽤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음ㅎㅎㅎㅎㅎ 다들 관심 있으면 잡지도 사서 보면 좋을 것 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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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남친으로 ㅇㅇㅅ이 좋냐, ㅌㅇㄷ가 좋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