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섭이, 내 앞에서 처음으로 늑대로 변했다.
놀라서 뱁새로 변한 나는 침대 위를 토닥토닥 소리가 나게 뛰다가 왕! 하고 장난스럽게 짖는 은빛 늑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삐빕, 삐삐?”
“크릉―.”
“삐!”
종이 다른 수인끼리는 동물 형상일 때 소통이 불가했다. 못 알아들을 걸 알면서도 나는 이은섭의 촉촉한 코를 날개로 쓰다듬으며 잘생겼다고 칭찬했고, 이은섭은 내가 뭐라고 하는지 알 길이 없으니 그저 장난을 치기에 바빴다.
덩치 차이가 말도 못 할 정도이니 장난을 치는 것도 아주 조심스러웠다. 서로 인간일 때도 나를 굉장히 신경 써서 매만지는 이은섭은 자신이 늑대로 변하자 앞발보다도 작은 뱁새의 궁둥이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기만 했다. 푸르르, 콧김이 닿을 때 나도 포르르, 날개를 파닥거리자 이은섭은 앞발로 침대를 팡팡 내려치며 좋아했다.
“아우우우―!”
“삐―빗―!”
영상 매체에서 늑대가 하울링하는 걸 본 적이 있으나 직접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은섭의 머리 위로 올라간 나는 주둥이를 하늘을 향해 쳐들며 하울링하는 이은섭의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게 그 애의 정수리 털을 새 발로 꼭 쥐고서 하울링을 따라 했다. 늑대와 뱁새의 소리는 비슷할 수도 없고, 내가 내는 소리에는 아무 의미도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한동안 늑대와 뱁새 형상을 하고서 서로를 관찰했다. 내가 작은 날개를 뻗어 이은섭의 미간을 쓸어주면 이은섭은 혀를 내어 그루밍을 해주는 식으로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날개를 힘껏 뻗어도 안을 수 있는 게 이은섭의 동그랗고 촉촉한 코와 앞발 하나 정도가 아니었다면 아마 좀 더 뱁새 형상으로 있었을 텐데. 털 짐승을 손끝으로 느끼고 싶어 나는 다시 인간으로 변했다. 인간으로 변하자 냅다 내게 달려드는 늑대가 기꺼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너 늑대로 변해도 엄청 귀엽다. 나 진짜 끝났나 봐, 은섭아.”
“컹컹!”
“좆 핥지 말고, 제발…….”
허벅지 위에 머리를 누이고서 가랑이부터 할짝거리는 늑대의 볼살을 주물거리며 다리를 오므렸다. 인간일 때나 늑대일 때나 스킨십 좋아하는 건 변함이 없구나.
늑대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한참 침대에서 뒹굴며 끌어안고 있던 나는 푹신한 털에 얼굴을 파묻고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폭신한 늑대를 만지작거려서 그런지 짧긴 했지만 아주 곤히 잘 수 있었다.
“영―도―야―.”
“조금만 더 누워 있자…….”
“나 그럼 밖에 잠깐 나갔다 올게. 잠깐이면 돼.”
“안 돼…… 여기 있어. 가지 마.”
“아니, 진짜 잠깐만.”
“싫어.”
털 뭉치가 안 만져지기에 이은섭이 다시 인간으로 변했구나, 싶기는 했다. 나는 어렴풋하게 잠이 깬 상태로 이은섭의 납작하고 단단한 배를 만지작거렸다. 이건 이것대로 만지는 재미가 있으니까.
섹스만 안 했지, 서로 어디를 만지면 어떻게 좋아하는지는 대충 다 아는지라 잠이나 자라고 팩 토라진 이은섭의 몸을 더듬으며 킥킥거렸다. 사실 좋아하면서 싫은 척은. 내 손을 집요하게 피하는 이은섭을 따라서 침대를 한 바퀴 구른 나는 불시에 나를 덮치는 묵직함에 겨우 눈을 떴다.
“야, 진짜……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
“어, 어어…….”
이은섭의 머리 위에 여전히 늑대 귀가 솟은 채였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에는 풍성한 꼬리도 살랑거렸고.
평소대로 장난친 건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어쩐지 화가 나 보이는 이은섭을 달래주려고 허리를 끌어안은 나는 화들짝 놀라 이은섭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너 발정기야?”
“그러니까 내가 나갔다 온다고…… 하아…….”
손장난을 치던 때와 확연히 다른 크기에 놀라 이은섭에게서 떨어졌던 나는 다시금 이은섭의 손을 잡아챘다.
“우, 우리 하자.”
“어?”
“우리도 성인인데! 하자고!”
그러고는 이은섭의 위로 곧장 올라탔다.
손목을 붙잡자 이은섭은 무슨 벌레라도 붙은 것처럼 몸을 떨며 화다닥 멀어졌다. 그러고는 자기 행동에 자기가 더 놀랐는지 바로 내 옆에 바투 앉아 강아지 같은 눈을 하고서 속삭였다.
“갑자기? 이렇게 해도 돼?”
“갑자기라기엔 우리 둘 다 10년간 참은 거나 다름없어.”
“그래도…… 그래도…….”
하자고 하면 냅다 덮칠 줄 알았건만 이은섭은 여러모로 망설여지는 모양이었다. 바지춤을 보니 영 불편한 상태가 되었는데도 우물쭈물하는 이은섭의 옆으로 다가갔다.
“긴장해서 안 설까 봐 그래?”
“야, 우리 스물아홉밖에 안 됐거든?”
“그래도. 처음에는 긴장해서 안 서는 사람 많대.”
안 서도 이해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최선이었다. 나는 네가 고자여도 결혼할 생각이니까 걱정 말라는 말까지 하는데, 이은섭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내 아랫입술을 꽉 꼬집었다.
“난 네 목소리만 들어도 벌떡벌떡 잘만 서. 네가 진행하는 아침 뉴스 들으면서 한 시간 자위도 가능해.”
……자랑인가?
이상성욕자 같다고 하려다가 이은섭의 표정이 하도 진지해 어어, 하고 대충 자리에 누웠다.
올곧게 일자로 누운 나를 내려다보던 이은섭은 내가 침대 매트리스를 팡팡 내려치자 얼른 내 옆에 와서 똑같이 일자로 누웠다. 말 잘 듣는 대형견 같은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 왜 웃어. 난 네가 섹스하자고 해서 긴장에 눈도 못 깜빡이겠는데.”
“잘 깜빡이는데?”
눈도 못 깜빡이겠다는 사람치고 아주 멀쩡하다고 놀리자 이은섭은 나를 흘겨보더니 그대로 몸을 반 바퀴 굴려 내 위로 올라탔다. 내가 앓는 소리를 하든 말든 이은섭은 뭉갠 상태 그대로 가볍게 뽀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