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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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트에 뜬 <체험 삶의 가치(이하 체슴가)> 달리는 타래
@응디를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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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아나운서 나옴. 귀엽게 생김ㅎㅎ 근데 체슴가 뭐 피디가 존나 대단한 사람인가? 아님 배우 소속사가 돈을 받아처먹엇나.. 이은섭이 이런 데 나올 급인가 싶은데.....
@응디를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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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이름 태영도. 이은섭이랑 서로 바지락 캐서 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다 어색하네 진행이 유연하진 않음. 사람 자체가 그리 발랄하진 않은 듯? 목소리 좋고 은섭이보다 어려 보이니까 봐준다 ㅋ~
@응디를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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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보는중인데 실트 뜰만한가....? 아직 나의 ㅋㅋㄹㅃㅃ게이다 발동 안 하는디;; 뻘 가서 뻘짓만 뒤지게 하는 중. 게이다는 발동 안 하고 이은섭의 바지락 레이더만 열일함 이은섭 미리 교육받았나;
@응디를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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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태영도 넘어짐
@응디를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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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발은섭아
@응디를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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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뭐하냐 장난해? 내 입 찢어졌어 이미친게이쉐키덜 아주 방을 잡아라 어~? 이야 이거 픽션은 따라잡을 수 없는 날것의 맛이 있는데~? 이은섭이 귀 터지겠다 와 이 미친놈들아!!!!!!!!!!
“……어떡하지.”
이미 이은섭과 나는 희대의 창놈이 된 후였다. 이게 아닌데. 내가 바라던 회사 생활은 이게 아닌데…….
내가 접할 수 있는 공간에 올라온 글의 수위만도 그리 낮지 않은데 폐쇄적인 사이트에는 어떤 식으로 이은섭과 내가 소비되고 있을지 안 봐도 알 만했다.
<둘은 사랑을 하고 있어>라는 글 제목을 보고서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아마 내가 싫은 소리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이은섭의 소속사가 먼저 이 프로그램을 쳐낼 테니.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이은섭이랑 통화를 하고 있는 걸까.
“아, 음…… 안 바쁘세요?”
-안 바쁩니다.
“……안 바빠도 체험 삶의 가치에 계속 나올 정도로 일이 없지는 않으실 것 같은데요.”
-아닌데요? 저 인기 다 떨어져서 불러주는 데라고는 거기밖에 없는데.
이 새끼 진짜 왜 이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어주는 척이라도 하지.
방송이 나간 후 생각지도 못한 열렬한 반응이 마뜩잖은 건 나뿐인 모양이었다. 제작진은 ‘태 아나랑 이은섭만 있으면 우리 파일럿 신세 면할 수 있어요!’라며 희망찬 압박을 줬고, 당연히 그 제안을 깔 줄 알았던 이은섭은 외려 장단을 맞춰 나를 설득하겠답시고 전화를 걸기까지.
이 상황에서 싫다고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이상한 사람을 자처하고 싶었다.
“제가 안 불편하세요?”
나는 이은섭이 불편했다. 이은섭이 들으면 비웃겠지만, 그때 너무 아련하게 끝난 탓인지 너랑 개펄에 다녀온 이후로 밤마다 네 생각이 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실정이었다.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에 성공하고 나면 너와 매주 마주해야 하는데…… 매주 너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게 가능할까?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나는 여전히 숙맥 같은 사람이라서.
-불편하죠, 당연히.
“……저도 불편해요. 그러니까 프로그램 못 하겠다고 해주세요. 그게 피차 편하잖아요.”
내가 먼저 불편하지 않느냐 물어봐놓고 단박에 그렇다고 하니 그건 그것대로 또 상처였다. 스스로가 우스워 헛헛하게 소리 없이 웃던 나는 연이어 들려오는 네 말에 잠시 숨을 골랐다.
-안 불편하겠어요? 나 그쪽한테 10년 전에 차였잖아요.
시비조의 말투는 10년 전과 똑같았다. 다른 건 네가 존대를 한다는 것 정도. 딱 그 정도의 변화를 안고서 너는 내 상념을 강제로 종료시켰다.
-근데 그건 10년 전이고.
인터넷에서 신명 나게 떠드는 사람들의 말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10년이 지나서 이렇게 만난 거 보면, 우리 둘 사이가 보통 아니라는 건데. 저로서는 이번엔 태 아나랑 어떻게 될지 궁금하거든요.
“……끊겠습니다.”
-네, 제 꿈 꾸시고요.
몰랐는데, 우리 사이에는 날것의 맛이 있다.

পহুৰ লগত নাচি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