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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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울음기가 다 가신 영도가 물어오는 말에 은섭은 어영부영 그렇다고 속내를 들춰 보였다.
4남매 중 장남으로서 은섭은 매우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왔다. 당연히 자신도 화목한 가정을 이룰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딱히 배우로 더 이루고 싶은 것도 크지 않은지라 은섭은 얼른 애아빠가 되고 싶었다. 영도 닮은 아이 하나, 저를 닮은 아이 하나. 뱁새랑 늑대랑 붙어 다니면 얼마나 귀여울지!
헤실거리며 웃던 은섭은 얼른 표정을 갈무리했다. 아빠가 되고 싶은 것은 제 소망일 뿐이었다. 남편은 아나운서로 활동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는데 제 욕심으로 아이 먼저 갖자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은섭은 제 배를 문지르며 장난을 거는 영도에게 단호히 말했다.
“네가 원할 때 아이 가지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마. 내가 한 말은 그냥 흘려들어.”
“나도 너 닮은 아이 갖고 싶지만 아직은 내가 준비가 안 돼서. 조금만 참자, 우리 신랑.”
은섭을 달래는 데 도가 튼 영도가 ‘우리 신랑’ 공격을 하자마자 다시 표정이 풀어지고 만 은섭은 바보같이 웃으며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이제 제가 믿는 신은 태영도뿐이었다. 태영도 가라사대 아이를 내후년에 갖겠노라, 하면 그러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 * *
공항에서 영도와 은섭을 알아보는 사람이 꽤 많았다. 은섭은 자주 봐 눈에 익은 팬들에게 손 인사를 해주고 영도에게도 인사를 권했다.
“영도야, 팬분이 인사하신다.”
“안녕하세요-.”
“만수무강, 이은섭과 백년해로하십쇼, 태영도 아나운서님!”
“나한테는 이은섭이라고 하더니 영도한테는 깍듯한 것 봐,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네.”
영도는 제게 경직된 자세와 굳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 여자에게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이은섭과 만수무강, 백년해로. 그보다 좋은 축하 인사는 없었다.
오랜 비행 후 영도는 은섭의 난리 부르스 경호를 받으며 호텔로 향했다. 딱히 위험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너무 두리번거려서 영도는 은섭이 조금 창피했다.
“아, 드디어 도착!”
“좀 쉬자…….”
여행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일단 씻고 한숨 자는 것을 택했다. 둘 다 결혼이 처음이어서인지 긴장이 한 번에 풀리자 피로감을 이겨 낼 수가 없었다. 은섭은 샤워 가운을 입은 영도를 한참 주물주물 매만지다가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다 진 후였다. 은섭은 옆자리를 더듬거렸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영―도―야.”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침대에서 뒹굴며 영도가 어디에 있을지 두리번거리던 그는 사박사박하며 옷깃이 스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
“네 셔츠 입은 거 보고 싶다며.”
헛걸 본 줄 알았다. 은섭은 얇은 화이트 셔츠 한 장만 입고 총총 걸어오는 영도를 보며 연신 눈을 비볐다. 실재하는 영도가 맞았다. 예전에 내 셔츠 입어 달라고 한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저 앙큼한 놈…….
한순간에 변태가 된 기분을 느끼며 은섭은 제 허벅지를 손으로 탁탁 쳤다. 이리 와서 앉으라는 뜻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영도가 오른 다리에 앉더니 아랫입술을 살짝 빨아왔다.
“뭔데…… 진짜 짜증 나, 태영도!”
“넌 뭔데 벌써 싼 건데…….”
“태 아나가 날 조루로 만들잖아. 태 아나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됐겠어?”
당장 눕히고 싶은 걸 참고서 부드러운 사타구니만 조물조물 만져대자 영도가 숫총각처럼 제 손을 양손으로 밀어냈다. 은섭은 홍조 띤 얼굴의 영도를 향해 변태처럼 웃으며 허리를 끌어안았다.
“내가 저번에 자위도 해달라고 한 거 기억하려나, 우리 영도는?”
“……기억해.”
“어디, 해 봐.”
품에 안긴 제 남편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가랑이 사이로 손을 가지고 갔다.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심해서 한 차례 또 주책맞게 사정할 뻔한 은섭은 애꿎은 영도의 허벅지만 찰싹 소리 나게 때렸다.
사실 태영도가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보고 싶던 게 태영도의 자위였다. 하지만 지극히 관음적인 페티시이다 보니 영도가 제 바람을 들어줄 줄 상상도 못 했다. 은섭은 예쁘게 잘 빠진 좆을 쥐고서 천천히 세우기 시작하는 섬섬옥수만으로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얌전한 편인 태영도는 자위도 꼭 저처럼 했다. 앓는 소리 한번 없이 상기된 볼과 코끝, 귀 끝만으로 제가 흥분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태영도답다고 느꼈다. 은섭은 쿠퍼액이 나와 반질반질해진 귀두 끝을 부드럽게 매만지는 영도의 손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영도야.”
“흐으, 응?”
“혼자 해결할 때 구멍은 안 써?”
“무, 뭐?”
“나랑 씹질하는 데. 안 쓰냐고.”
영도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일부러 말을 천박하게 한 은섭은 색색 곱게도 숨을 내쉬는 영도의 대답을 듣고 곧장 그의 위로 올라탔다.
“거기는, 너만 들어올 수 있잖아…….”
“아, 씨발.”
미친 거 아냐? 너 진짜 미쳤지?
은섭은 막 사정한 영도보다도 시뻘건 얼굴을 하고서 그에게 돌진했다. 와압, 소리를 내며 키스하자 영도는 제 품에 잠기듯 안겨서는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그게 진정하라는 신호인 것을 알지만 은섭은 전혀 진정되지 않은 상태로 아랫도리를 마구 비볐다.
“은, 섭아, 숨 좀. 우리 첫날밤이잖아.”
“첫날밤이니까 뭐.”
내 셔츠 입고 자위쇼 벌이는 것 말고 또 뭘 준비했나? 은섭은 더 기대할 게 없는데 이상하다는 투로 영도의 봉긋한 볼을 매만졌다. 그리고 영도가 한 말은 전혀 생각도 못 한, 아니 기대도 안 한 것이었다.
“네 새…… 생자지 줘.”
“어? 뭐라고?”
“생자지 달라고…… 으응!”
“너 진짜, 돌았지. 네가 미쳤지, 진짜.”
“약, 먹었으니까…… 아, 아흣!”

পহুৰ লগত নাচি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