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 대한 의구심과 찝찝함은 어쩔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건 퀘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에러 같은 것이 발생한 직후……. 시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퀘스트를 재확인시켜 주는 시스템에 집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원활한 가이딩을 위해서든 공격당하는 상황을 대비해서든 말이다.
“그만 마시게 할 걸 그랬나.”
“은수야?”
익숙한 목소리들이 웅웅거렸다.
구린 기분을 풀기 위해 과음을 했더니, 어느 순간 훅 가고 말았다.
“여기 룸……. 거기서…….”
“우린……. 은…….”
……누가 나를 업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 형이었겠지.
아니나 다를까.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낯선 방에 형과 들어서고 있었다.
머지않아 나를 침대에 내려놓으려는 형의 목을 붙잡고 버텼다.
“형……. 우리끼리 한 잔만 더 하자.”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술버릇인 양 칭얼거렸다. 형이 움찔했다.
“으응? 딱 한 잔만…….”
“…….”
당황한 걸까.
한참 굳어 있더니만, 길게 숨을 내쉰다.
“알았어. 일단 내려와.”
“진짜로?”
“그래.”
그제야 순순히 팔을 풀고 내려왔다. 아니, 뒤로 다이빙하듯 누워 버렸다. 푹신한 매트가 온몸을 받쳐 주었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형은 이윽고 몸을 돌렸다.
방에도 술이 구비되어 있었는지, 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술병을 가지고 온다. 위스키 같았다. 원형 테이블에 얼음과 유리잔을 세팅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가려다 넘어질 뻔한 순간, 딱딱한 팔이 나를 붙들었다. 와……. 존나 빨라. 언제 이쪽으로 왔지.
“……그냥 잘래?”
“아니.”
이미 충분히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극구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형과의 거리는 협소한 테이블의 크기상 멀지 않았다.
형이 잔 두 개에 술을 쪼르르 따랐다. 내가 흘릴까 봐 그러는지, 내 잔에는 조금만 채워 줬다. 하지만 잔을 받아 든 내 손이 심각히 기우뚱거려, 그마저도 아슬아슬하게 찰랑였다.
입가에 가져다 댄 위스키의 독한 향이 정신을 깨우면서도 더욱 취하게 만든다.
“형.”
술을 한 모금 마시고 형을 불렀다. 형은 제 몫을 단숨에 비우며 나를 눈에 담았다.
“나 정말……. 울적했는데.”
어지러운 듯 얼굴을 저으면서 밑을 봤다가, 다시 시선을 들었다.
“지금은 너무 좋아.”
“다행이네.”
“응……. 술 마셔서 그런 건가?”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구분이 안 가게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기습적으로 질문했다.
“형은 언제가 제일 기분 좋아?”
“……글쎄.”
형이 자기 술을 다시 채우며 말을 골랐다.
“너랑 있을 때.”
“지금?”
“지금.”
“거짓말.”
잔을 탁 내려 두고서 벌떡 일어섰다. 탁상을 양손으로 짚은 채 형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에스퍼들은……. 가이딩받을 때가 제일 좋댔어.”
내리깐 내 눈동자와 형의 눈동자가 지척에서 마주쳤다.
서로에게서 흘러나온 숨결이 이리저리 섞였다.
나는 고개를 틀어, 쪽 소리가 나게 뺨에 입을 맞춰 주었다.
“이렇게 닿아야 좋잖아.”
“…….”
탄탄한 가슴팍이 부풀었다가 가라앉는다.
흑안에 불꽃이 튀었다.
“엇……!”
내 몸이 덜컥 들렸다. 조금 둔하게 놀란 것도 잠시, 나는 형의 허벅지 위에 앉아 있었다.
무슨 어린아이처럼 쑤욱 들어 올려져 테이블 너머로 넘어온 것이었다.
“차은수.”
형이 짓씹듯 불러 왔다.
“다른 데에서 취하면 혼날 줄 알아.”
진심이 진득하게 배어난 경고에, 눈을 깜빡였다.
“……그럼 형하고 있으면?”
형은 대답 대신 내 뒤로 팔을 뻗어 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위스키를 입에 머금더니, 내게 얼굴을 붙여 왔다.
물컹한 입술끼리 맞붙었다. 반사적으로 살짝 벌린 입 안에 술이 흘러들어 왔다.
“응…….”
내가 알아서 마실 때보다 많은 양의 액체가 홧홧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유도되는 대로 다 삼킨 직후에도, 형의 혀는 붓질이라도 하듯 내 구강 여기저기를 누비며 빠져나가질 않았다.
금세 흥분이 싹을 틔웠다. 몽롱해진 얼굴로 형의 목에 팔을 감았다.
애당초 서로가 주는 자극에 민감한 몸이다. 농도 짙은 접촉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은 구태여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으음……. 하읍…….”
짜릿한 느낌에 본능이 몸을 이끈다. 내 입천장을 희롱하는 굵은 혀를 서툴게 빨았다. 손끝에 닿는 형의 목덜미도 은근히 만지작거렸다.
적극적인 반응에 형이 멈칫했다.
그러다가 곧 버튼이라도 눌린 양, 내 얼굴이 뒤로 밀려날 정도로 사납게 입 안을 탐해 온다.
“흐으응……!”
형은 그대로 나를 들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한 손으로는 테이블 위를 거세게 쓸었다. 물건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내 몸이 탁상에 눕혀졌다. 좁은 탓에 상체만 겨우 수용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붕 뜬 다리를 허우적대다가 형의 허리에 휘감았다.
기다렸다는 듯 커다랗게 부푼 샅이 내 아래에 문질러졌다.
“……! 으읏.”
하체가 찌르르 울렸다. 입술을 뿌리치며 신음하자, 형은 아까 내 턱을 따라 흐른 술을 끈적하게 핥았다.
“형…….”
그런 형의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안달이 난 것처럼 양쪽 다리를 움칠거렸다. 서로의 물건이 더욱 밀착되어 야릇하게 비벼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뱉는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아!”
콰득, 쇄골이 아프게 물어 뜯겼다.
포식자의 식사를 알리는 신호였다.
***
아무렇게나 던져진 옷들이 여유가 부족했던 상황을 나타냈다. 그 주인들인 형제밖에 없는 공간에서, 음란한 교성이 터져 나왔다.
“아흐앗! 응, 아아!”
테이블이 덜컥덜컥 움직였다. 그것에 등을 대고 누운 청년이 제 형의 허릿짓에 격렬히 흔들렸다. 눈처럼 하얗던 나신이 탐욕스럽게 빨리고 물려 불긋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동생을 잡아먹을 듯 뒤덮은 사내는 끊임없이 앞뒤로 허릿짓하며 여린 아랫구멍을 제 두꺼운 육봉으로 뚫어 댔다. 그럴 때마다 두드러진 근육들이 사납게 꿈틀거리면서 함께 운동했다.
취기 하나 없이 뜨겁게 흥분한 눈이 동생의 반응을 샅샅이 훑었다. 술이 들어가 판단력과 자제력이 흐려져 오로지 성감에만 솔직하게 몸을 맡긴 차은수는…… 아무리 박아 주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야했다.
“흐읍, 아아!”
차은수가 보얀 발꿈치로 차은혁의 등 근육을 꾸욱 눌렀다.
요분질을 하듯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기까지 하면서.
“혀엉, 나, 어, 떻게 좀…….”
발갛게 열이 오른 얼굴로 무턱대고 졸라 온다.
이 쾌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러면서도 좀 더 극렬한 느낌을 원한다는 듯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였다. 동시에 지난번 질리도록 받아들인 형의 물건을 익숙하게 삼키고 있던 구멍이 음탕하게 떨리며 좆대를 마구 조여 왔다.
“후우…….”
사정감을 억누른 차은혁은 기꺼이 사랑스러운 동생에게 더욱 강한 자극을 선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곧 자신을 놔 버린다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삽입한 채로 차은수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어김없이, 박히라고 존재하는 게 아닌 깊디깊은 부위까지 좆기둥이 작살처럼 푸욱 박혔다.
언제 경험해도 아찔한 감각에 차은수가 눈을 부릅떴다.
“아……!”
충격에 뒤쪽으로 휘청 쓰러지려는 동생의 상체를 차은혁이 끌어당겨 안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성큼성큼 걸어 스위트룸의 거실로 나갔다.
“흐으, 아! 아악!”
걸음을 뗄 때마다 차은혁에게 안겨 있는 늘씬한 몸이 들썩거리며 내부의 장기가 무자비하게 자극당했다. 차은수는 비명을 지르며 도리질을 쳤다. 고이기만 했던 눈물이 이제는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가 받고 있는 느낌은 고통보다는 맹렬한 쾌락에 가까운 것이었다. 형과 본인의 상체 사이에 낀 성기가 똑바로 일어선 채 음액을 질질 흘렸다.
“큿……!”
차은혁은 발작하듯 제 좆을 빨아들이는 동생의 육체에 이를 악물었다. 겨우겨우 인내심을 발휘해, 엉엉 우는 차은수를 보듬어 안고서 통유리 창으로 다가갔다.
바깥으로 펼쳐진 야경이 그들을 맞이했다.
쿵. 깨끗하게 잘 닦인 창에 차은수가 밀어붙여졌다. 이어 차은혁이 울고 있는 동생을 자신의 방식대로 어르기 시작했다.
“……!”
힘껏 들이박는 힘에 차은수의 몸이 허공으로 살짝 떴다가, 퍽, 차진 소리와 함께 다시금 형의 하체 위로 거세게 떨어졌다. 발기한 귀두가 밑구멍을 야만스럽게 벌리고 파고들어 극점을 뭉개고 지나가 안쪽을 점령했다.
“아흐윽!”
차은수가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신음하며 부들부들 경련했다.
“크윽……. 하.”
차은혁 또한 낮게 목을 울린 뒤, 나긋하게 뻗은 하얀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유리창을 짚은 채 미친 듯이 허리를 쳐올렸다.
“아윽! 읍! 혀, 흐윽, 혀엉!”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제 뒤가 투명한 유리창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차은수가 두려움에 바르르 떨고는, 형의 어깨가 마치 목숨 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달렸다.
제게 온전히 내려앉는 동생의 가벼운 하중이 황홀감을 더한다. 차은혁은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밀려드는 희열이 한계치를 넘어섰다.
그는 미세하게 남은 절제력마저 산산이 부수어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