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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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울었어야 했다. 거하게 넘어졌을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다친 부위를 확인하고 아파하듯, 뒤늦게 몰아치는 뺨의 욱신거림에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목도 졸리고 손목도 망가졌던 때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모든 삶을 통틀어 생전 처음 맞는 뺨이었다.
당연히 서러운 한편…….
조금, 묘한 흥분이 피어올랐다.
인정한다.
내가 좀 이런 걸 즐기긴 해.
솔직히 퀘스트를 수행한답시고 S급들의 섹스 판타지만 충족시켜 준 게 아니다. 나도 분명 내 욕구를 채웠다.
선을 넘을 듯 말 듯 폭력적이고 배덕적인 섹스. 미친 정력으로 절대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는 섹스가 내 취향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은수로 복귀해 생활하면서는 누군가와 몸을 섞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재활마저 끝났는데도 누굴 만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기억을 잃었음에도, 그들만큼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대는 존재하지 않으리란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던 것처럼.
“우으……! 흐읍!”
장희강의 혀가 점점 더 거칠게 내 입 안을 헤쳤다. 나는 고개를 저으려고 했지만, 머리채를 틀어쥐는 손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강제로 타액을 빼앗기고 점막이 유린당한다. 습한 부위가 마찰하는 선정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닿기만 해도 이루어지던 가이딩이 지금은 미친 듯이 작용하고 있었다. 피가 빨리는 듯한 감각이 밀려들고, 눈앞이 빙그르르 돌았다.
장희강의 무저갱 같은 파장이, 그리고 지독한 욕망이 나를 마구잡이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기억을 되찾은 현재 시점에선, 장희강을 가이딩했던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그때보다 훨씬 더 나빠진 지금의 상태는 공포스러울 수준이었다.
어떻게 폭주를 안 하고 버티고 있는 건가 싶었다.
돌연, 복부에 머무르던 손이 내 상의를 사납게 움켜쥐었다. 출근을 위해 차려입었던 옷의 단추가 뜯어지다 못해 옷 자체가 부우욱 찢어졌다.
하의와 속옷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그 꼴이 났다.
“……!”
다리가 강제로 크게 벌어졌다.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은 장희강이 내 허리를 잡고 제 쪽으로 끌어 내렸다. 입술을 진득하게 빨고 놓아준 그가 상체를 세웠다.
바지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언제부터 발기해 있었는지 모를 거대한 성기가 묵직하게 내 샅을 덮었다.
“후…….”
장희강이 지나친 흥분에 살짝 떨리기까지 하는 숨을 내뱉었다. 어질어질한 시야에 두 눈만 깜빡거리던 나는 위기감을 느꼈다.
설마 풀어 주지도 않고…….
“안 돼.”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일어나려고 팔꿈치로 침대를 짚었지만 금세 풀썩 허물어졌다. 주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열심히 일하는 중인 가이딩에 온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장희강에게 내가 원해서 떠났던 게, 이은수로 복귀했던 게 아니라고 내막을 알려 주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면 오해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장희강의 태도는 누그러지겠지.
……하지만.
나는 그러잖아도 내게 강하게 집착하는 상대가, 내가 도망쳤다고 착각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난폭해질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사실 그냥, 존나 즐기고 싶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차은수로 돌아왔는지,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다른 S급들은 어디 있는지.
모든 의문을 비롯해 복잡한 이해관계를 따지기 싫어졌다는 뜻이다.
……하하, 시발.
미쳐 버렸나.
뭐, 어떻게 보면 제정신인 게 이상하기는 하지. 시스템들에 의해 기억이 삭제되었다가 돌아왔다가, 또 삭제되었다가 돌아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꼭 그것이 아니어도…….
“생각이 많아 보이는데.”
“……!”
짜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일순 사고의 흐름이 끊겼다.
뺨이 붉어진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뿐 아니라 사방 벽면이 거울로 도배되어 있었기에, 어느 쪽에서든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계속 지내면 정신병에 걸릴 것 같은, 실로 변태스러운 공간이었다.
“꽤 힘겨울 테니 오늘은 빨리 끝내려고 했다만…….”
내 귀에 얼굴을 바싹 붙인 장희강이 속삭였다.
“머리를 굴릴 여유가 있는 거라고 봐도 되겠지?”
그러고는 같은 방향을 보며 웃었다.
***
장희강은 누군가를 배려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만의, 자신을 위한 세상을 원했다. 남을 위한 자신은 있을 수 없었다.
고로 그의 이념은 지배였다.
지배받는 세상만큼 합리적이며 평화로운 세상은 없다. 그리고 지배자의 자격이란 정신과 육체가 강한 자에게 있기 마련이다. 그 자격을 갖춘 자가 바로 장희강 자신이었다.
그야말로 제 힘에 도취된 에스퍼들의 정점에 설 만했던 인물이었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옳은 것을 관철하는 데에 있어 회의감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하으……. 읏.”
그러니 아무리 생지옥을 거치고 거쳐 겨우 돌려받은 소중한 가이드일지라도…….
아니.
소중하기에 더더욱, 가이드 또한 지배해 주어야 마땅했다.
자신에게 일말의 거부감도 들지 않도록.
다시는 어딘가로 도망칠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지, 흐윽, 마, 세요…….”
제발.
차은수의 겁먹은 목소리가 끊어질 듯이 흐느꼈다. 에스퍼의 파장에 잡아먹힌 가이드는 맥을 못 추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넣을 것처럼 구멍에 대고 좆을 문지르자, 흐느적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벗어나려 든다.
장희강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에 썩 들지 않는 태도였다. 하지만……. 자신이 때려서 발개진 뺨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이 기분을 나아지게 만들었다. 두 손에 잡힌 나신은 탐스러우리만치 하얬다.
이 몸을 탐욕스레 범하며 엉망으로 만들었던 과거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제 아비를 죽인 자에게 범해지는 상황에 절망하던 모습이 얼마나 꼴렸는지.
차은수는 알고 있을까.
“흑, 아……! 아악!”
꼭 다물린 입구로 흉물스러운 대물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차은수가 두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질렀다. 그의 전신이 한껏 경직된 탓에 구멍이 더욱 힘겹게 열리며 귀두를 물었다.
괴로워하는 차은수와는 다르게 장희강은 끔찍한 쾌감을 느꼈다. 가이드의 안으로 들어가는 감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안겨 왔다. 원체 실낱처럼 가늘게 남아 있던 이성이 금방이라도 뚝 끊길 것만 같았다.
욕망대로라면 이대로 전부 처넣고 싶었다. 훨씬 더 깊은 안쪽이 어떤 느낌인지, 그곳을 자극할 때 차은수의 반응이 어떤지 그는 모조리 기억했다.
그러나 가이드의 몸은 연약했다. 구멍이 찢어진다면 회복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런 그를 안을 수 없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할 터다.
그럴 수는 없다.
갈 길이 멀었으므로.
장희강은 들끓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좆대가리를 빼내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차은수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거칠거칠한 손바닥 안에서 보얗고 부드러운 살이 뭉개졌다.
“힘 빼야지?”
사뭇 다정한 달램이 장희강에게서 흘러나왔다. 차은수는 그것을 인지하지조차 못하고 숨을 몰아쉬며 바들바들 떨었다. 고운 얼굴이 식은땀과 눈물로 범벅된 상태였다.
그 고통의 흔적을 잠시 감상한 장희강이, 차은수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이어 제 어깨 뒤로 걸친 후 고개를 숙였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이드의 아랫구멍에 욕정으로 물든 에스퍼의 숨결이 닿았다.
축축한 혀가 구멍 주위를 쓸어 올렸다.
“아읏.”
차은수가 허리를 띄우며 신음했다. 자주 겪어 보지는 않은 듯한 기색에 장희강의 눈동자에 흡족함이 스쳤다.
“……흣!”
잠깐 양물의 끄트머리만 받아들였다가 다시금 닫힌 밑구멍을, 두꺼운 살덩어리가 어렵지 않게 비집고 들어갔다. 혀는 습하고 물컹해서 좆에 비하면 부담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독립된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혀가 내부의 긴장을 풀었다. 차은수는 밀지를 침범당하는 감각에 배 속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유영하듯 육벽을 건드려 오는 이물감이 야릇했다.
쿨쩍거리며 혀로 탐해지는 입구가 척척하게 젖어 갔다.
“흐아, 앗, 아…….”
짓무른 연갈색 눈이 차츰 초점을 잃어 갔다.
움칠움칠 굽어지는 흰 손가락 틈에서 시트가 구겨졌다.
“음…….”
장희강은 차은수의 엉덩이 사이에 안면을 깊게 묻은 채 안쪽을 휘저었다. 회음부에 파묻은 콧날을 비비며 차은수의 체취를 마음껏 들이켜기까지 했다.
안정감과 욕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달짝지근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했다. 하반신이 뻐근하게 당겨 왔다. 잔뜩 부푼 좆이 교접을 원하며 꺼떡거렸다.
혀를 압박해 오는 좁고 미끌미끌한 밀부에 당장 박아 넣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들어찼다.
츄으읏, 질척한 소리를 흘리며 장희강의 입이 구멍에서 떨어졌다. 젖은 부위가 차갑게 식어 가는 느낌에 차은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흐으…….”
간질거리고, 허전했다.
오랜만에 자극된 성감은 상대가 더 큰 것을 넣어 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런 차은수로서는 반갑게도, 장희강이 바로 제 좆대를 잡고서 뻐끔거리는 구멍에 조준해 왔다.
장희강은 너른 어깨를 들썩이며 정욕에 물든 숨을 흩뿌렸다. 원래의 계획은 손가락으로도 풀어 주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견딜 수 없었다.
이 여린 몸이 주는 황홀함을 모르지 않기에 더 그랬다.
재회한 순간부터 줄곧, 차은수의 안을 헤집고 싶었으니까.
폭주하듯 범했던 그때처럼.
“……!”
“크, 윽……!”
처음보다 풀리기는 했어도 여전히 좁은 구멍 속으로 성난 거근이 파고들었다.
뜨겁게 감싸며 꽈악 물어 오는 내벽에, 좆이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জীয়াই থাকি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