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흑! 흣, 아……!”
엎드린 채 주청경을 받아 내는 차은수의 나신이 열기뿐 아니라 탐욕적인 잇자국으로 도배되어 울긋불긋했다. 완급 조절이랄 것도 없이 달려드는 샅에 퍽퍽 치대어지는 볼깃살은 거의 터질 듯이 달아올라 있었다.
이미 제 정액을 수차례 받아 척척해진 내벽을 긁고 들어가, 깊고 연약한 부위를 찔러 대는 좆이 무섭게 팽창했다. 녹실녹실 풀렸음에도 조밀한 안쪽이 조여 오며 끊임없이 씨물을 싸지르게 만들었다. 주청경은 흥분에 바짝 마른 입술을 핥으며 차은수의 배를 쓰다듬었다.
위협을 느낀 차은수가 부르르 떨며 고개를 힘껏 저었다. 금방이라도 꾹 눌러 오며 압박할 것만 같았다.
“거기 누, 누르지, 흐앗, 아윽.”
“눌러 달라고요?”
주청경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귓가에 대고 물었다. 그러더니 차은수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손바닥으로 복부를 밀어 올렸다.
“……! 흐으윽!”
숨넘어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꺾는 차은수의 볼에 쪽, 입맞춤이 날아들었다.
“전에 좋아했던 거 기억나네.”
주청경은 추억이 떠오른다는 듯 말하면서도 허릿짓을 쉬지 않았다. 거칠게 튀는 정액 거품이 차은수의 엉덩이와 주청경의 복근을 적셨다.
“은수 씨 몸은, 큿, 어딜 만져 줘도 좋아하긴 하는데…….”
“으흐읍……!”
“생각해 보니 이게 제일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좆이 삽입되는 타이밍에 맞추어 커다란 손이 아랫배를 계속해서 압박했다. 차은수는 근래 들어 주청경에게 조금 더 개발된 몸이 성감에 미쳐 날뛰는 것을 느꼈다. 아래에서 달랑거리는 성기가 뚝뚝 말간 액을 떨어뜨렸다.
“그읏……! 아아아!”
차은수가 몸서리를 치며 비명을 질렀다. 과한 쾌락에 두려움이 치솟으며 터져 나온 소리였다. 그의 격정적인 반응에 환희가 밀려온 주청경이 저질스러운 욕설을 내뱉고는 격렬하게 좆을 쑤셔 박았다. 덜컥덜컥 앞뒤로 흔들리던 차은수가 잘게 경련했다. 내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큭……!”
인상을 쓴 주청경이 퍼억, 차은수의 안으로 돌진했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하얘진 차은수가 입을 벌렸다. 땀과 뒤섞인 눈물이 발갛게 상기된 뺨을 타고 흘렀다. 그와 동시에 안쪽을 장악한 물건에서 좆물이 울컥울컥 분출되었다. 무례하게 장기를 두드리며 안쪽을 꽉 채워 버리는 정액의 감각에, 바닥을 짚은 차은수의 손끝이 희게 질렸다.
사정을 끝낸 주청경은 차은수의 어깻죽지를 핥아 올리며 여운을 즐겼다. 차은수는 색색 숨을 내쉬면서 살갗을 범하는 뜨거운 혀를 느꼈다.
그러다가 점차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습하고 따끔한 느낌에 얕은 신음을 흘렸다. 오늘 주청경은 섹스를 하고 싶은 것인지, 자신을 먹어 치우고 싶은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온몸에 이를 세워 왔다. 아무래도 흔적을 남기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심태성을 엿 먹이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피가 나기 직전까지 물고 빨아들이는 자극에, 거근을 물고 있던 구멍이 무의식적으로 움찔댔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 딱딱해지는 주청경의 좆이 차은수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아흣…….”
“후, 으.”
상체를 세운 주청경이 질퍽한 안쪽에서 물건을 주르르 빼내기 시작했다. 빠져나가고 싶지 않지만, 이대로 더 싸질렀다가는 차은수가 탈이 날 것이 확실하기에 잠깐 비워 주어야만 했다. 시선을 내려 접합 부위를 주시했다. 하얗게 젖은 속살이 조금 딸려 나오다가, 귀두까지 전부 사라지자 제자리로 돌아가는 광경이 보였다.
혹사당한 입구에서 정액이 투두둑 흘러내렸다. 점성이 있는 액체들이 끈적하게 늘어지면서 묵직이 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좆도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좆물 좀 잘 빠지게 일어나 보세요.”
여상한 어조로 치욕을 주는 말을 던지며, 얇은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떼었다. 그러나 차은수는 기력이 다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잡아 줄 수 있었음에도 가만히 지켜본 주청경의 눈동자에 가련한 모습이 비쳤다.
다리 사이로 좆물이 새는 것이 느껴지기나 하는지, 새우처럼 몸을 말고 할딱거리기에 여념이 없는 차은수가.
생각이란 것을 포기한 듯, 물기 그득한 눈에는 그저 강제적인 정사에서 얻은 쾌감만이 어려 있었다.
주청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쿵, 쿵. 가슴이 불쾌하게 뛴다.
……스스로가 자초한 불편감이었다.
그래도, 결국 몸만이라도 길들인 게 어디인가.
“…….”
“…….”
주청경의 심사를 눈치채지 못한 차은수는 점점 의식이 흐려져 갔다. 지친 육체에 졸음이 몰려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돌연 그림자가 드리웠다. 차은수는 저를 내려다보는 주청경의 얼굴을 뿌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적색이 감도는 눈이 묘하게 꼬여 있었다.
뭔데, 시발. 즐겁게 떡쳐 놓곤……. 말 안 들었다고 이래? 차은수가 떨떠름하게 생각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속수무책으로 잠이 쏟아지고 있던 그는 주청경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만 비틀거리며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였다.
주청경의 입술이 천천히 닿아 왔다.
“……으응.”
새롭게 포문을 여는 입맞춤이겠거니 여긴 차은수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주청경이 여태껏 멋대로 굴었던 것처럼 곧바로 입 안을 가르고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혀끝으로 느릿느릿 입술을 쓸고, 이내 살포시 머금은 채 부드럽게 비벼 왔다. 물컹하고 여린 살덩이가 맞붙은 채 마찰하며 촉촉하게 배어난 타액을 교환했다.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다정한 키스였다.
그 어느 거칠었던 경우보다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드는 행위에, 차은수는 구태여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당황했다. 이런 간질거리는 키스는 그와의 관계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욕망에 쫓기거나, 차라리 능욕하는 분위기의 키스가 적당했다.
이윽고 입 안으로 혀가 밀려들기 시작할 때였다. 배려라도 하는 듯한 느린 진입을 차은수가 거부했다.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는 듯 주청경의 어깨를 밀어내며 고개를 돌려 버린 것이었다.
주청경은 이성이 돌아온 차은수의 눈동자와 젖은 입술이 떨리는 모습을 직시했다.
“……왜.”
“…….”
“싫습니까?”
그가 조용히 물었다. 차은수는 대답 없이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한동안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렇구나. 아무래도 이런 건 취향이 아닌가 봐요.”
잘 알겠다는 듯, 주청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끝까지 원하는 대로 해 줄게요.”
붉은빛이 짙어진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유쾌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웃음이었다.
사나운 손길이 차은수의 다리를 강하게 벌렸다.
***
심태성은 주청경이 자신에게 그리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차은수를 앗았던 만큼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억울하지는 않았다. 악감정을 품고 있는 것은 피차일반이었으므로.
하지만 오늘만큼 주청경을 죽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
마치 보란 듯이 전시된 작품처럼, 철창 안에서 몸을 말고 누워 있는 차은수를 응시하며 심호흡을 했다. 가슴팍이 크게 부풀었다가 가라앉기를 거듭했다. 주먹을 꽉 쥔 탓에 손톱이 파고든 손바닥에 핏방울이 맺혔다.
끓어오르는 살의를 갈무리하기 전까지는 안으로 들어설 수 없었다. 악력 조절이 되지 않아 차은수를 다치게 할지도 몰랐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으리라는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다.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차은수는 그들의 목숨이자, 구원자였다. 뺏고 뺏길지언정 소중히 대해야 할 존재다. 가둬 두고 묶어 두고 싶어도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이를 악문 심태성이 창살을 움켜쥐었다.
콰드드득. 단단한 손아귀에서 너무도 쉽게 우그러진 창살이 순식간에 뜯겨 나갔다.
그 소음을 들었는지, 힘없이 감겨 있던 차은수의 두 눈이 떠졌다. 공허한 눈빛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심태성은 심장이 저리는 감각을 느꼈다. 사무치게 그리웠던 갈색 눈동자였다.
“도련님.”
차은수의 앞에 당도한 심태성이 몸을 낮추었다. 분노와 걱정으로 굳은 낯이 차은수를 내려다보았다.
“…….”
초점이 맞지 않는 엷은 눈이 심태성을 담은 채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경호원님?”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듣게 된 부름이었다. 그 미약한 목소리를 귀에 담은 심태성은 복합적인 감정이 솟구쳤다. 버림받았음에도…… 아니. 버림받았기에 훨씬 더 깊어진 경애와, 차은수가 이러한 고초를 겪게 만든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 죄책감, 안타까움…….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지독히도 무거운 마음이 정신을 짓눌렀다.
느리게 눈을 깜빡인 차은수가 팔을 뻗었다. 하지만 피부가 맞닿았을 때 자제력을 잃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었던 심태성은 조심스럽게 몸을 물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은수는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고서 손을 내렸다.
“죄송해요.”
메말랐던 눈이 축축하게 젖는다.
“정말 죄송해요…….”
본능적으로 사과해야 할 대상을 알아보고 속삭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미안함 외에는 어떠한 감정도 찾을 수 없는 얼굴이 어딘가 멍했다. 영혼까지 생기를 잃고 너덜거리는 것만 같았다.
심태성은 숨이 턱 막혔다. 큰 시련을 겪어도 결국 기운을 되찾았었던 차은수였지만,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재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타들어 가는 가슴을 느끼며 묵묵히 겉옷을 벗었다. 그것으로 차은수를 감싸고 조심스럽게 안아 들자, 지나치게 가벼운 무게가 느껴졌다.
“……사과하지 마십시오.”
“…….”
익숙한 대꾸였다. 일순 차은수의 눈이 약하게 흔들렸다.
심태성은 가라앉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차은수에게 끔찍하기 그지없을 공간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곧장 떠나기로 결심한 그는, 지체 없이 능력을 사용했다.